나는 보통 주제와 목적이 뚜렷한 글을 쓴다. 또한 되도록 단순한 구조를 구성하려 노력한다. 예를 들면, 단어나 의미, 문법과 같은 특정한 내용을 소개하며 정보를 제공하고 나의 주장을 펼치는 글을 쓰며 주제, 예시, 근거 등의 형식을 느슨하게나마 따르려는 식이다. 이런 글을 잘 쓰려면 주관적 감상을 배제하고 객관적 근거를 찾아 뒷받침하는 등 구조적인 요건을 맞춰야 한다.
이런 요건에는 여러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글의 주제와 흐름이 명확해진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미리 설정한 논리적 흐름을 따라가면 글을 쓰는 과정 안에서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글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허점을 발견해 구조를 손보거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변경사항 또한 구조와 주제를 바탕에 둘 때 더 조리있게 반영할 수 있다. 이것은 독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작가의 의중을 바로 파악하기 쉽도록 한다. 그렇게 의도된 글이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가 스스로를 견제할 수 있다. 글쓰기는 생각을 표현함에 있어 거의 제약이 없는 형식이다. 적어도 글을 쓰는 단계에서는 누구도 뭐라 할 수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때문에 나의 생각을 있는 대로 쓰고 또 쌓아나가다 보면 내 생각에만 갇힐 위험이 있다. 따라서 글의 구조성, 논리적 정합성을 생각하는 것이 설득력 있는 글을 만들어내는 하나의 실용적 도구가 될 수 있다.
견제 장치로서의 구조와 형식은 작곡을 할 때도 유용하다. 물론 음악의 경우 글보다 직관적으로 '좋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 오래 공들인 곡 보다 짧은 샘플에 즉흥적으로 떠올린 멜로디에서 탄생한 곡이 더 좋은 경우도 부지기수이다. 하지만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애매한 경우에는 곡이 적절한 형식과 설득력을 가지고 있는지 판단하고, 쓸데없는 부분을 지워가는, 혹은 꼭 필요한 부분을 더해가는 방식이 도움이 된다.
다만 이런 구조적 깔끔함에는 단점도 있다. 우선 전체를 위해 부분을 희생해야 할 때가 있다. 좋은 문장, 혹은 단락이 문득 떠올라도 전체적으로 정연한 글을 해친다면 잘라내야 한다. 글의 목적에 어긋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적절히 구조화되거나 객관적 근거를 찾기 어려운 아이디어를 '논리적으로' 표현하기란 근본적으로 어렵다. 연구나 사례, 통계와 같이 인용 가능한 근거 이외에도 생활에서 마주치는 개인적 인생 경험과 스치는 느낌도 우리에겐 중요한 주제이다. 따라서 비록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표상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경험과 느낌을 그대로 드러내는 비형식적이고 직관적인 글은 나름의 가치를 지닌다.
'일리(一理)있다'는 말을 말 그대로 풀면 '하나의 이치, 진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보통 '네 말에도 일리가 있다'는 말을 할 때 꼭 상대방에게 전적으로 동의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보다는 상대의 생각 어딘가에 타당하고 중요한 이치가 하나는 있다는 말이다. 구조적이지 않은, 경험과 느낀 바를 그대로 드러내는 글의 논리성은 때때로 구조적 요건을 철저하게 지킨 글에 비해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때로는 논리보다 ‘하나의 이치’를 포착하는 감각이 더 큰 설득력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