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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햄 May 21. 2021

스몰토크를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자존감 낮은 나를 위해 쓰는 글

나는 스몰토크를 잘하는 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겼다.


어색한 분위기를 전환시키는 질문을 잘했으며 적절한 리액션과 대답으로 대화를 이어나갈 줄 알고

궁금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생각이나 의견을 물었으며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에는 자연스럽게 다음 주제를 꺼냈다. 그렇게 나는 대화할 때 많은 사람들을 편하게 해 줄 수 있으며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배려할 줄 아는 세심한 사람이라 생각했다.


주제넘은 착각이었다.


물론 스몰토크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건 능력이라면 능력이겠지. 누군가는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하거나 부러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결코 내가 친화력이나 사회성이 좋아서 스몰토크를 잘하게 된 것은 아니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다. 심장이 뛰고 손이 저리고 입 안이 바짝바짝 마르는 느낌. 슬로모션 마냥 천천히 흐르는 그 정적의 공기는 단 1분도 참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내 입으로 계속해서 그 정적을 깨뜨려버린다.


초조했다. 나랑 있는 게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나를 지루한 사람이라고 평가해버릴 것만 같아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애처로운 애정결핍이 계속해서 말을 하라고 부추겼고 나는 죽기 살기로 머릿속을 쥐어 짜내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뿐이었다.


자존감 낮은 사람. 끊임없이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는 스몰토크를 일종의 '일'로 치부해버렸던 것 같다. 그렇기에 스몰토크를 잘한다고 인정받고 싶어 하고 그런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것은 아닐까. 수다를 잘 떤다고 인정해달라는 사람은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어색한 분위기에 지지 않고 이겨낼 줄 아는 사람. 남들에게 평가받고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는 사람. 구구절절 말을 하지 않아도 매력이 느껴지는 사람. 그런 사람들에게 스몰토크는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 하는 것이었던 것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스스로를 재미없고 무가치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자기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존감 높은 사람들과는 달리 '이 얘기를 하면 저 사람이 기분 나빠할 것 같아' 라며 주장을 내세우는 것조차 포기하기 십상이고 남들의 기대치에 부합하고 인정받을 때까지 완벽해지려 발버둥을 친다.


결국 나에게 스몰토크는 자존감이 낮아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에 의해 얻게 된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스킬이었던 것이다.


세상은 바뀌었고 사람들도 바뀌었다. '남'보다 '나'를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 나 자신을 성찰하고 연구할 시간도 모자란 판에 남들 의식하며 비위 맞추는데 에너지를 쏟을 필요가 있는 것일까?


드라마 '질투의 화신' 중 한 장면


오늘 나는 나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다.


앞으로 스몰토크는 스몰토크로 즐기고 끝내자.

대화가 즐거웠나? 가 아닌 즐거웠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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