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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미로 Jan 30. 2021

그리워하는 장소

2021.01.10  [쉼 작가]

아침 눈을 뜨면 항상

익숙한 곳에서 일어난다.


집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이다.

하지만 집 말고도 나에게 

애착이 가는 다른 곳이 있다.


뼛속까지 집순이였던 내가

그리워하는 장소는 어디일까?


매년 겨울, 나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하늘로 날아올랐었다.

 

목적지는 외가가 있는

대만의 바닷가 도시,

가오슝이었다.



비행기는 탈 때마다

나의 심장을 떨리게 했다.

비행기 안에서

창밖의 구름들을 바라보며

열흘간의 해외생활을 기대했다.


대만에 도착한 나는

친척들을 만나고, 일 년 동안

먹지 못했던 맛있는 음식들을

마음껏 먹었다.


설날 당일에는

깊은 산속에서 제사를

보내는 집으로 갔다.


대만의 제사는

여러 음식들을 차려두고

손에 향을 쥔 채 절을 하고,

기도가 끝나면 노란색

가짜 종이돈을 불에 태우며

죽은 선조들을 기렸다.


모기와 벌레가 많다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었지만,

아무런 걱정 없이 집 곳곳을

탐방하던 순진무구함이

그립기도 하다.


아침에 제사를 지내고 나면

저녁에는 외할아버지의

아파트에서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하며 식사를 했다.


예전에는 사촌언니들과

카드게임도 하며 지냈는데,

해가 갈수록 대화하는 것도

어색한 것이 아쉽다.


늦은 밤에는 옥상에 올라가

바닷가에서 터지는

화려한 폭죽들을 보았다.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역시 세뱃돈이다.


할아버지와 이모, 삼촌들에게

돈이 들어있는 빨간 봉투

‘홍빠오’를 받으면

설날 모임은 끝이 난다.


설날 당일 이외에도

가오슝의 대형 쇼핑몰이나,

전시회를 가면서 즐겼다.


물론 맛집을 가는 것이

가장 즐거웠다.

항상 친구들이 대만을 가면

가이드를 해달라고 한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이 친구들을 데려가고 싶은

맛집들이 아주 많다.

기회가 된다면 꼭 나의 익숙한

장소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당연하게 생각하던 장소들을

가지 못하는 지금, 내 생애

가장 심심한 기간을 보내고 있다.


이제야 외출의 소중함을 알았다니.

후회하는 시간이

가장 아깝다고들 하는데,

지금 후회를 해야 나중에 같은

실수를 면하지 않을까 싶다.


가장 큰 후회는

“여행 좀 많이 다닐걸".

가오슝 이외에도 소중한

장소들을 늘리기 위해

새로운 곳을 알아가고 싶다.


지금의 후회가 감정만으로

끝나지 않고 나중의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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