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새미로 Feb 01. 2021

알바의 추억_진상 편

2021.01.31  [쉼 작가]

“안녕하세요!”

활기차게 문을 열고 편의점에 들어섰다.

계산대에 있던 전 타임 아주머니도

반가운 목소리로 맞이해주셨다.


 “어 왔어?”


이 아주머니는 얼마 전에 오신 분이다. 사적인 시간에도 나에게 편의점 관련 전화를

너무 많이 하셔서 힘들긴 하지만, 날 반겨주시는 목소리는 너무 밝으셔서 힘든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이분은 요 점장님과 사이가 좋지 않다. 전 타임 아주머니를 보내드린 뒤

음료수 냉장고의 재고를 먼저 채우고, 점포의 청소가 제대로 되어있는지 확인했다.


아, 저번에도 말씀드렸는데 역시나 하나도 안 치워져 있다.

시작부터 불길했지만 액땜했다고 생각했다.

쓰레기통을 비우며 설마 오늘 손님이 많겠어, 라며 중얼거렸다.




 ‘딸랑-’

“어서 오세요~”

역시 불길하다.


마스크를 써서 다행이다. 아니었으면 아래로 내려간 입 꼬리가 가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손님은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말했다.


 “예셰 하나”


손님이 가자마자 주위에 소독제를 열심히 뿌렸다.

분명 문 앞에 마스크 착용 필수라고 적혀있건만, 마스크가 장식인 줄 알았나 보다.


그 손님이 다녀간 이후에도 각종 특이함을 빙자한 진상 손님들이 몰렸다.


 “민증이요? 저 맨날 여기서 사 가는데요?”


 “뭐시여, 담배를 이만큼 사는데 라이터는 서비스로 줘야 하는 거 아니여?"


 “아, 저기는 투쁠원 써져있는데 왜 적용이 안 되냐고!”




세기도 어려울 만큼 손님들이 오간다.

원래 바쁘면 시간이 빨리 가야 하는데 아직도 퇴근 시간이 안 오다니,

이 정도는 바쁜 것도 아니었나 보다. 그래도 30분 뒤에 퇴근이다!


 “어이, 아가씨! 여기서 술 마실 건데 종이컵 하나 좀 줘봐!”


“… 손님, 저희 매장 안에서는 음주가 불가능해서요.”
 내 자유를 30분 남겨놓고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신다. 이 진상을 어쩌면 좋을까 고민했다.


“종이컵은 매대 옆 묶음으로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또 떼를 쓸까 조마조마했지만 옆의 일행 아저씨에게 종이컵을 가져오라고 시켰다.


 “여기서 술은 안돼?”


“네, 편의점 내 음주는 법적으로 금지되어있어서요^^”
없는 서비스 정신을 끌어 모아 웃으며 말했다.

제발 나가라 나가!


다행히 아저씨들은 종이컵을 구매한 뒤 문 밖으로 나갔다.

이 추운 날씨에 바깥 테이블에서 마시는 건 이해가 안 되지만 말이다.


원래 저 아저씨들을 제재해야 했지만 저번 주에도 말했다가 무시당했기에,

나도 똑같이 무시하기로 마음먹었다. 점장님께 말씀드리면 알아서 하시겠지.




다음 타임 알바생은 교대시간에서 10분을 더 넘긴 뒤에 도착했다.

나도 힘들었지만 저분은 여기까지 오는 게 더 힘들었을 테니 참았다.


인수인계 사항에 대해 자세히 말해줬지만 돌아오는 건 단답형 대답뿐이었다.

나에겐 그보다 퇴근이 더 반가워 크게 신경 쓰이 않았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난 다음날,


점장님께 퇴사 문자를 날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끌어내는 방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