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로또

2020.12.27 [쉼 작가]

by 온새미로

손에 들린

작은 종이를 바라보았다.

고개를 들어 다시 한번

텔레비전 속 화면을 바라보았다.


분명 한 줄의 숫자가

저 화면 속의 숫자와 일치했다.


평소에 로또를

잘 사지 않았던 나로서는

당황스러운 감정이 먼저 들었다.

이 큰돈을 도대체 어디에 쓰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당첨금은 5억 원이었다.

1등 당첨인 사람이 역대로

많다고 한다. 세금만 1억이라니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마치 백억 원인 양, 생각했던

나로서는 기운이 빠졌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생각을 알았다면

내 명치는 무사하지 못하리라.

강남의 건물주의 꿈은 물 건너갔으니

다른 계획을 세워야겠다.


가장 하고 싶었던 일은

단연코 해외여행이었다.

유럽 여행은 1순위고,

캐나다의 오로라를 보러 가거나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에

가보는 것도 내 소원이었다.


여행 계획을 짜려는 찰나,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 있는

‘코로나 3단계’...

깔끔하게 포기했다.

다시 플랜 B를 세워보았다.



4억은 무조건 저축이다.

앞길을 모르는 취준생인 내가

이 돈을 증발시키면 정말

필요할 때 쓸 수 없을 것이다.


남은 1억 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다.


우선 차를 먼저 사고 싶다.

항상 버스를 타거나

부모님 차를 얻어 타던

나의 가장 큰 서러움이었다.


차를 사고 남은 당첨금

가족들에게 나눠주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하고 싶다.


요즘 대세라는 주식도 해보고 싶다.

과한 돈이 아닌 은행에 넣어둔

돈의 이자로만 할 생각이다.

주식에 성공하면 사고 싶었던

물건들 마음껏 살 생각이다.

유튜버들처럼 화장품 아파트를

만들거나 옷들로 서랍장을

한가득 채워보고 싶다.


로또 1등에 당첨되면

학교를 바로 자퇴해야겠다는

말을 달고 살았지만,

인터넷에서 로또당첨으로

인생 망친 사람을 많이 보았다.


적당히 사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고 싶은 것들을

생각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친구들에게 감사함을 표현해야지,

어느 정도는 사회에 환원해야지,

앗 이것도 사고 싶었지 등등….

수많은 생각이 흐려질 때쯤

문득 걸음을 멈춰보았다.


내가 지금 어딜 가고 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러다 눈앞에 돼지

한 마리가 눈에 띄었다.


젠장,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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