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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Sep 11. 2023

살림과 글쓰기는 닮았다

부족해도 배우고 연습하면 나아진다

‘니트 의류를 좋아하지만, 결코 직접 만들어 입지는 않으리. 시간을 돈으로 사겠어.’,

‘김치는 담지 않고, 요리는 간단히 꼭 필요한 것만 해서 먹을 거야.’

‘청소는 최대한 간단히 하고, 흐트러지는 살림은 일주일에 한 번씩 정리하면 되지.’

젊은 날, 살림은 크게 가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살겠노라 계획했다.

"살림하느니 책을 읽고 공부를 하겠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남는 장사요, 발전 있는 인생이다."


그런데 아기가 태어나자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아이들이 독립해 집을 떠나게 되자, 또다시 살림에 대한 생각은 변했다.



 

살림과 글쓰기는 많이 닮았다. 살림하면서 글 쓰는 작가로서 공통점을 찾다 보니 부족하고 어려운 부분에서만 교집합을 끌어오게 된다. 살림을 좀 더 잘하게 되고 글을 더 맛깔나게 쓰게 되는 날, 또다시 멋진 공통점을 찾아보리라. 내가 보는 시선에서 말해 보자면 이렇다.


첫째, 살림과 글쓰기는 연습과 경험이다. 살림을 잘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두고 매일 연습해야 한다. 집안일을 해 본 경험 없이 결혼하고서,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살림살이에 당황했다. 설명서를 보면서 세탁기를 돌리고, 친정에 물으면서 가능한 영역을 늘려갔다. 지금은 새로운 가전제품 말고는 집안에 있는 모든 기구들을 사용할 줄 안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이론을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쓰기를 병행해야 한다. 글쓰기도 여러 종류의 글을 써보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실력이 향상된다. 살림도 글쓰기처럼 지속적인 연습과 실험이 필요하다.


 

둘째, 살림과 글쓰기는 창의성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SNS에서 찾아보는 요리법들은 예쁘고도 참신하다. 집안 살림 중 창의성을 가장 요구하는 부분이 요리일 것 같다. 똑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 텃밭에서 끊임없이 자라난 가지를 요리하기 위해 자료를 찾으면서 계속 메모하고 스크랩했다. 기존에 알고 있던 가지나물과 가지볶음 말고도 굽고 찌고 부치고 튀기는 등 다양한 레시피를 알게 되었다. 글 쓰는 작가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소재를 가지고도 다양한 글을 만들어 낸다. 각각의 경험과 바탕 지식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맛있는 음식처럼 독자를 대접한다. 맛있게 글 쓰는 작가들은 창의적인 글로 보기 좋으면서도 맛있는 글을 만들어 낸다.

 

셋째, 살림과 글쓰기는 조화로움이 중요하다. 집안을 꾸밀 때는, 색과 스타일을 따라 조합하고 배치한다. 이사를 많이 다녀본 후 대부분 살림 도구를 화이트로 통일시켰다. 중간에 살림살이를 더하거나 빼도 쉽게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흰색은 공간을 가장 넓어 보이게 한다. 요리하면서도 서로 어울리는 식재료를 따라 조리하면 맛과 색이 조화롭다. 요리할 때, 간장이 어울리는 음식이 있고, 소금으로 간을 해야 하는 음식이 있다. 글쓰기에서도 문장 구조와 단어를 신중하게 선택해서 조화롭게 이야기 흐름을 완성해 낸다.

 

넷째, 살림과 글쓰기는 지속해야 발전한다. 살림과 글쓰기는 몇 번의 연습으로 실력이 늘거나 완성되지 않는다. 며칠간 살림에서 손을 떼면 집안은 엉망이 된다. 다시 살림을 시작하려면 시간이 많이 요구되어 무엇이든 어렵게만 느껴진다. 지속하기 어려울 때면, 새로운 요리법과 청소법을 구경하고 시도해 보자.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매일 글을 쓰게 될 때 글쓰기가 쉽게 느껴진다. 한동안 글쓰기를 쉬게 되면 두려움마저 마음속에 일어난다. 책과 영상을 통해 살림을 배우고 동기를 얻어 내듯, 다른 작가들의 글과 책을 참조해 배우면서 어쨌든 지속한다.

 

다섯째, 살림과 글쓰기는 자기표현이고 소통이다. 누군가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 집 안에서 주인의 취향과 스타일을 발견한다. 주방에 그릇과 살림 도구들이 많으면 요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책장에 꽂힌 책 종류를 보면서도 주인의 성향과 관심을 알 수 있다. 대접하는 음식과 음료 그리고 인테리어를 접하면서 상대를 알아갈 수 있다. 내 경우에 정말 가까워지고 싶은 이들을 집으로 초대한다. 취향과 스타일을 그냥 내비치면서 좀 더 친근해진다. 글 속에서도 작가의 생각과 가치관, 성격까지도 찾아낼 수 있다. 솔직하게 쓴 글이라면.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나의 가치관과 성향은 얼마나 솔직하게 드러냈는지 생각한다.




아기를 낳게 되면서 살림은 복잡해지고 다양해졌다. 그리고 좀 더 적극적으로 임하게 되었다.

갓난쟁이 아이를 위해 손수건을 삶게 되고, 매일 침구를 정리했다. 아이가 바닥에 있는 먼지를 마시게 될까 봐 수시로 닦아냈다. 피곤함으로 집안은 제대로 정리할 수 없어도, 젖병과 아기의 의류 등 아기와 관련된 것들은 부지런히 관리했다. 엄마 마음이 그런가 보다. 아이에게 가장 깨끗하고 좋은 환경을 공급하고 싶다. 기꺼이 어려운 살림을 연습했다. 부모라는 이름은 어른이 되도록 돕는 귀하고도 어려운 감투다.


딸아이가 유치원을 다녀와서 한마디를 툭 던졌다.

“엄마, 뜨개질할 줄 알아요? 친구는 엄마가 만들어 줬다고 조끼를 자랑해요. 나도 입고 싶어요.”

니트 조끼를 사서 입히기도 했지만, 아이의 말이 마음에 계속 남아 가장 간단하게 보이는 뜨개 책을 사서 펼쳤다. 둥글게 큰 눈을 뜨고서 반짝이던 눈빛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아, 이 작은 소원 하나 못 들어주리.’ 노란색 실을 사고 책을 뚫어져라 뜨개코를 세면서 기본 뜨기로 이어갔다. 책대로 코를 잡고 앞판과 뒤판을 만들어 노란 조끼를  아이에게 입혔다. 그 뒤로 아이들 목도리와 뜨개 수세미 말고는 뜨개질을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타샤튜더처럼 뜨개질하는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소망은 품고 있다. 연습하면 또 가능할 것도 같다. 하하.


 

언젠가 중학생이 된 아이가 또 한 번 도전적인 말을 던졌다.

“엄마, 김치 못 담가요? 할머니 김치 말고 엄마표 김치요.”

아이는 툭 던졌지만, 뭔가 자격을 검증하는 것 같은 말에 이를 꾹 깨물었다. 쌍둥이를 포함해 세 아이를 키우느라 매번 친정과 시댁에서 김치를 택배로 받았다. 김치냉장고가 그득 채워진 채 매년을 살았기에 김치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못했다. 딸의 말이 떨어진 날, 마트에서 배추 두 포기를 구입해 김치를 담갔다. 소금 간을 제대로 하지 못해 배추는 숨 죽지 않고 되살아났다. 겉절이가 아닌 김치를 처음으로 담가본 날이다. 아이들을 통해 살림의 영역은 계속 넓어지고 능숙해졌다.

작가는 독자들을 통해 글 영역이 넓고 기어진다. 독자에게 메시지와 도움을 주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한다. 읽는 이들의 요구와 격려를 통해 작가는 계속 발전해 간다. 살림과 글쓰기는 많이 닮았다.

작가는 독자들을 통해 글 영역이 넓고 기어진다. 독자에게 메시지와 도움을 주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한다. 읽는 이들의 요구와 격려를 통해 작가는 계속 발전해 간다. 살림과 글쓰기는 많이 닮았다.




 


살림과 글쓰기를 계속 연습하고 배워가면서 내 인생은 더 나아지고 있다. 정돈된 살림으로 하루하루가 안정되고 편안하다. 20년이 넘는 동안 살림의 기술은 늘어가고 처음보다 쉬워졌다. 단어를 조합하고 문장을 만들어 글을 쓰면서 내 인생은 더 풍성해졌다. 사유는 깊어 가고 언행은 좀 더 성숙해진다. 살림이 아내와 엄마의 위치를 견고하게 만들었다면, 글쓰기는 50이라는 어른의 자리에 딱 맞는 의자를 만들어 주었다. 살림과 글쓰기가 나를 살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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