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na가다 Sep 20. 2023

둘이 사니 좋구려

 2인 가족 살림

'이런 날이 내게 다시 오는구나!'

아침 6시, 알람이 울리기 전 눈을 뜬다. 습관을 따라 기상해 각자 이불을 접는다. 동서로 떨어진 화

장실에서 세면 후, 식탁에서 만난다. 둥글고 큰 뷔페 접시에 과일부터 모든 음식을 배치한다. 간단한 샐러드와 탄수화물 음식을 포함해 예쁜 비주얼 아침을 먹는다. 오전 7시 반이 되면, 그와 나의 이별 시간. 오후 6시 반이 될 때까지 각자의 세상에서 담겼다가 상봉한다. 그는 회사에서, 나는 작업실과 집에서 각자 업무를 한다.

 

저녁 식사 시간, 반갑게 마주하고 밥이 담긴 식사를 한다. 건강을 위해 가벼운 야채 위주 한식으로 밥을 먹는다. 저녁 7시 반이 되면, 간편한 옷차림과 운동화를 신고 산책을 떠난다. 평일에는 경주 불리단길로, 주말에는 보문 호수로 걷기를 한다. 밤 9시가 되면 함께 뉴스를 들으며 귀가한다. 산책길에 주로 대화가 이뤄진다. 대략 열 시간 동안 따로 있었던 일들을 얘기하고, 정보와 고민도 주고받는다. 밤 11시, 집안 불빛은 소등한다. 중년 2인 가족이 된 우리 부부의 반복되는 일상이다. 지방 작은 소도시로 이사 오면서, 우리 부부에게 여유 있는 노년 삶이 생각보다 일찍 도래했다.

 


 

자녀들을 독립시키고, 중년 2인 가구가 되면서 좋은 점은 이렇다.


첫째, 가사 노동이 줄었다.

5인에서 2인 부부만 살림을 시작한 지 5개월째다. 2인분 식사를 준비하고 간소한 청소와 세탁 가능한 세월이 시작되었다. 다시 신혼이 시작된 기분이랄까. 5인 가족으로 세 아이를 키운 20년은 아내와 엄마로서 노동량이 제법 많았다. 남편과 둘이 사는 지금에도 꼭 해야 할 일들은 여전히 있다. 식사를 준비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다림질도 한다. 노동량이 급격히 줄어서일까, 아주 가볍게 느껴진다.

아이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하루 4장 셔츠를 다림질했다. 철이 바뀌면서 반소매 셔츠 다림질하는 시즌이 다가오면, 다림판 앞에 앉는 마음부터 가벼웠다.

자녀들 급성장 시기에는 먹이는 일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다. 중간 크기 찜솥을 구입해 감자탕을 끓이고 갈비탕을 요리했다. 식성 좋은 아이들은 냉장고 문을 수없이 열었다. 부지런히 장을 보러 다녔고, 냉장고를 채웠다.


둘째, 가계 경제 부담이 줄었다.

쌍둥이가 태어나면서 20년 동안 엥겔 지수가 높아 부끄럽다 생각한 적 있었다. 다행히 쌀가마니는 벼농사짓는 시댁에서 일 년 두 차례씩 보내주셨다.

지금은 제일 작은 냄비에 된장국을 끓이고, 남은 음식은 냉동시킨다. 둘이 되면서 좋은 점은 음식을 위한 노동시간이 줄어든 것이다. 둘 다 가볍고 건강한 음식으로 소식하려 한다. 아침은 자연스럽게 샐러드와 과일 그리고 고구마와 빵 등 간단한 탄수화물로 채운다. 저녁은 외식하지 않고 한식으로 밥상을 차린다. 반찬과 국을 만드는 횟수도 줄어 조금 편한 일상을 보낸다. 더군다나 텃밭에서 간단한 야채를 재배하게 되니, 식사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어들었다. 성인이 되어 직장 생활과 대학 생활을 하는 자녀들은 독립해서 스스로 살림을 한다. 재정에 대한 부분을 여러 차례 의논하면서 서서히 돈에 대한 독립도 진행하고 있다.

 

셋째, 공간을 자유롭게 사용한다.

화장실이 두 개다. 그와 나는 개별적으로 하나씩 사용한다.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양보하듯 살아왔던 시절이 지나고 나니, 내 것을 되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물론 방학이 되고 명절이 되면, 자녀들에게 고스란히 자리를 려준다. 비어있는 공간들은 모두 우리 것이다. 아들 방에서는 남편이 개인적인 시간을 갖고, 딸 방에서는 내가 글 쓰고 공부한다. 책상과 의자를 좋아하는 나는, 집 안 모든 책상을 내 것으로 여긴다.

 

넷째, 우리 부부를 위한 자기 계발과 취미 생활이 가능해졌다.

우리 자신 위해 시간과 물질을 사용할 수 있음이 진정 감사하다. 자녀들이 어릴 때는, 이런 날만 오기를 꿈꿨다. 이제 우리는 저녁이면 건강을 위해 산책을 하고, 아파트 피트니스에서 함께 운동한다. 주말이 되면 텃밭에서 채소를 가꾼다. 온전히 우리를 위한 하루하루를 지내는 중이다.


다섯째, 중년된 우리 부부 관계가 더 좋아졌다는 것이다. 소통할 시간을 일부러 만든다. 서로를 더 이해하고 배려하면서 더 깊이 친밀해졌다. 자녀들 어릴 때는 양육하고 돌보느라 많은 시간과 물질을 쏟아야 했다. 자녀들 학령기에는 대화 주제마저도 그들에 대한 것이었다. 아이들이 성인으로 자라나 스스로를 돌볼 수 있게 되자, 우리 자신모든 것에서 중심 되었다. 쉽게 협력하고 깊은 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부부가 함께 살아야 할 날이 연장되었다. 둘이 살아갈 남은 날은 더 멋지게 보낼 수 있도록 또다시 연습한다. 서로를 좀 더 배려하고 아끼는 성숙한 중년이 되려 한다.

 



자녀들이 성인으로 성장하면 독립시키기를 권장한다. 공간적인 독립이 쉽지 않은 현실이기는 하다. 특별히 재정적 독립을 권하고 싶다. 우리 가정도 진행 중이다. 가족에게도 독립 연습이 필요하다.

지방으로 이사와 살게 되면서 어쩔 수 없이 자녀들을  독립시켜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부모와 자녀들의 각 삶을 살아가는 경험을 통해, 우리는 떠나보내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


우리 부부는 자녀들과 단체대화방을 통해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눈다. 자녀들이 스스로 자기 일들을 처리하도록 두고 있지만, 도움을 요청할 때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돕는다. 특히나 의사결정에 있어 자녀들 의견은, 우리와 동일한 성인의 무게를 실어주려 한다. 잘 독립시키면서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도록 연습 중이다.

 

세 자녀와 함께 북적이며 고되게 세월을 지내고 보니, 2인의 삶은 오히려 가볍게 느껴진다.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듯하다. 무거울 때가 있고, 가벼워질 때가 있다. 그때그때의 무게를 잘 버티다 보면, 다음으로 주어진 무게가 좀 더 쉽게 느껴지나 보다. 자녀들을 힘써 키워 보내고 둘이 살게 되니, 새로운 즐거움을 얻게 된다. 둘이 사니 참 좋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