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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 줄 일기

네, 조심할게요 냥이 아버님~!

세줄일기 9

by Jina가다
고양이 사진은 못 찍었지만, 딱 요런 얼굴이었어요~^^


모르는 번호였다.

카페에 주차했으니 혹시나 싶어 전화를 받았다.


"네, 차 밑으로 고양이가 들락거려서요.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 전화드렸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한 어투 아저씨였다.

전화를 끊고 나니, 감사하다고 답을 한 건 뭔고... 큭 웃음이 났다.


받은 전화 내용 해석하느라 잠시 골똘히 생각했다.

'혹시 자동차 문이 열린 것은 아니겠지?'

카페 문 밖을 나가 주차장으로 향했다.


자동차를 한 바퀴 돌다 보니, 뒤편 대나무와 국화 사이로 갈색 고양이 한 마리 보인다. 잠시 후, 쪼르르 내 자동차 바퀴 사이로 들어와 다시 자리를 튼다. 바퀴 옆에서 발을 크게 구르니 대나무 사이 뒤 낮은 담장으로 도망간다. 카페로 돌아와 의자에 앉았다.


뉴질랜드에서 렌터카로 여행하는 길, 수 없이 봤던 로드킬 현장이 기억났다.

새, 토끼 그리고 형체도 알 수 없이 납작하게 누운 동물들......




공원에서 사람들 사이를 겁 없이 지나다니던 새들이 기억난다.

멀뚱히 큰 눈을 뜨며 사람 구경하다 도망가는 토끼.

펀팅 보트 지나가도 새끼와 함께 제 갈길 가던 흑조부부.

유칼립투스 나무 아래서 사진을 찍어도 뒤통수만 긁으며 가만있던 호주 코알라.

언덕을 가득 메운 흰 양 떼와 검은 소떼도 기억났다.

사람과 함께 교감하며 살아가는 동물들.


전화 준 아저씨도 분명 고양이나 강아지를 키우는 이 아닐까.

자동차 바퀴 밑에서 사고를 당할까 걱정되어 몇 번이고 망설였을 것 같다.

오지랖인 걸 분명 알고도 전화했을 테다.

미안함 가득 담긴 목소리가 그랬다.


"집에 갈 때 다시 한번 살필게요. 냥이 아버님~!"

따뜻한 인간 마음 들려주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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