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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 줄 일기

무청을 말렸다 시어머니처럼

세줄일기 10

by Jina가다


아귀찜 먹으면서 나온 시래기나물이 맛있다.

더 달라고 요청한 터라, 끝까지 비우고 나왔다.


나이 드는 것일까?

맛있게 간이 밴 시래기나물, 해물 들어간 무채 무침에 반 공기 밥을 먹었다.

아귀찜은 아직인데...

밑반찬 맛있는 식당은 음식도 기대된다.




텃밭에서 무를 수확하던 날, 무청을 베어냈다.

하얗고 단단한 무는 아이스박스에 담았다.

아파트 베란다가 좁아 어떡할까 고민하다가 바지 옷걸이를 꺼냈다.

양말 걸듯 옷걸이에 차곡차곡 끼웠다.

웃음이 났다. 처음으로 저장 식품을 말렸다.


빨래 건조대 있는 안방 베란다 한 편에 조르륵 걸어 널었다.

시간 흐를수록 털털한 냄새가 풍겼다.

창문 열어 빨래에 냄새 배지 않게 했다.


일주일 지나고 나니 바짝 잘 말랐다.

바지걸이에서 걷어내고 커다란 비닐봉지에 가득 담았다.




시어머니 건네주셨던 토란대와 고사리가 생각난다.

요양원 계신 어머니는 더 이상 식물을 말리지 못한다.

공으로 가져온 토란대로 오리탕을 끓였고, 고사리는 육개장 만들었는데.


직접 키우고 씻어 말려보니...

자식들이 생각난다.

방학되어 아이들 내려오면 한솥 가득 감자탕 끓여야겠다.


주고 싶어 자꾸만 무언가 일을 만드는 것도

엄마 마음인가 보다.


텃밭에서 키운 무


빨래처럼 옷걸이에 걸었다~^^


바짝 잘 마른 결과~ 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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