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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세 줄 일기

즐거워 보이는 단체 산책

세줄일기 14

by Jina가다

괜히 기분 꿀꿀한 날이면 잠시 햇빛 아래 쉰다.

가끔은 사람 구경도 괜찮다.


관광객 발길이 끊긴 겨울 불리단길.

빙글빙글 돌다가 잠시 한가한 골목에 정차했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볕이 따뜻해 잠시 잠들었나 보다.


사람들 이야기 소리에 눈을 뜨니 멋진 단체가 지나간다.

알록달록 옷, 곱슬머리 비슷한 헤어스타일 할머니들 정겹다.

절반은 보행 보조기 끌고, 절반은 뒷짐을 지고 속도 맞춰 걷는다.

잠시 후, 몇 번이고 왔다 갔다 골목을 함께 걷는다.

햇빛 좋은 시간에 단체 운동인가 보다.




걸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감사다.

보행기를 끌고라도 걸을 수 있다면.......


시어머니는 허리를 다치고 걷기 힘들어지면서 갑자기 늙으셨다.

원하는 대로 걷지 못하니 제한된 행동이 많다.

요양원 생활 일 년이 되어가니 활기도, 즐거움도 줄었다.

시골에서 농사짓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자유가 많이 그리울 것 같다.


불리단길 할머니들 뒷모습은 어머니랑 닮았다.

어머니는 항상 친구들이 많았다.

따뜻한 성품으로 누구든 잘 맞춰주었다.

보폭에 맞춰 천천히 걸어주는 그런 분이었는데.




내일 오후도 햇볕이 따뜻하게 비추면 좋겠.

불리단길 할머니들 몇 번이고 운동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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