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고맙다는 말

카이로에서 시작된 삶 1

by Jina가다

오전 일곱 시 사십 분, 우버 택시를 불러놓고 도시락 가방을 챙겨 나가는 아이.

“잘 다녀와”

“다녀올게요. 엄마”


딸아이의 아침을 도운 것이 오래만이다. 여섯 시 반 알람을 듣고 일어나 도시락을 싼다. 아이 스스로 준비해 갖고 다니던 플라스틱 도시락 통을 보니 대견하면서도 가슴이 저릿하다.


“아, 엄마가 있으니 사람 사는 집 같아요. 혼자 있었으면 그냥 대충 잠만 자고 다녔을 텐데.”


고등학생 때부터 기숙사 생활을 시작한 아이에게는 홀로 살기의 연속이었다. 자취 그리고 지속된 해외 생활.

함께 거하면서 성인 된 딸아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온통 그리움이었던 듯하다.


“지나고 보니, 안전하게 잘 살았던 게 큰 감사예요. 하나님이 도우신 거죠. 정말.”


'거친 환경에서 홀로 적응하려면 씩씩하고 사나워질 수밖에 없다'는 말에 또 한 번 가슴이 뜨끈해진다.


이집트 택시 기사의 무책임한 행동에 단호하고 냉정하게 대응하는 아이를 보고 놀랬던 어제 오후가 떠올랐다.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바가지 쓰는 한국인 유튜버를 보면 화가 난다면서 내가 보고 있던 채널을 돌리던 아이. 표현은 못했지만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많이 컸구나.

진짜 어른이구나.

힘든 순간들이 많았구나.


도시락을 싸고 남은 재료들을 치우고 설거지하면서, 내내 많은 생각이 들었다.


카톡 소리에 폰을 열었다.

'엄마, 아침에 감사했어요~'

회사에 도착한 아이가 보낸 문장을 보고 다시 뭉클하다.

고맙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

자꾸만 온도를 더하는 장작불처럼, 모녀간에도 감사의 말이 정겨움을 잇게 한다.


어제 나도 딸아이에게 감사를 찾아 전했다.

“네가 있어 다행이야.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있게 되어 정말 고마워”


오늘도 딸아이에게 고마움을 찾아 전하려 한다. 따뜻한 장작개비를 더하고, 더하고....






keyword
월, 화, 수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