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에서 시작된 삶 2
“혼자서 잘할 수 있을까?”
인천을 떠나 카이로에 향하는 비행기를 기다리면서부터 수없이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다. 낯선 도시에서 시작하는 삶. 설렘보다는 두려움이 앞섰다.
인천을 출발해 아부다비를 경유하고 이곳 카이로까지 오는 내내 도전이었다. 아부다비 공항에서는 끝없이 이어진 복도를 지나 탑승구를 찾아야 했다. 여유를 가지지 않았더라면 비행기를 놓칠 뻔했다. 카이로에 도착해 비자를 받고, 공항 출입문을 통과하던 그 순간. 택시와 함께 나를 기다리던 딸의 얼굴을 보자 모든 긴장이 풀렸다.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던 자녀들을 기다리고 바라보던 부모로서의 내 마음이 기억났다.
도전은 생각보다 작은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사 첫날, 집에서 100미터 거리에 있는 작은 카페 ‘에덴 베이커리’에 들렀다. 오전 7시부터 문을 여는 이곳은 라탄 의자와 원목 테이블이 놓인 따뜻한 공간이다. 낯선 동네에서 가장 먼저 나를 반겨준 장소.
며칠 후 다시 찾은 이곳에서 나는 노트북을 펼치고, 현지인들 사이에 섞여 커피를 주문했다.
“아이스 라테 플리즈. 하우 머치 이즈 잇?”
“나인티.”
“나인틴? 나인티?”
'90'이라는 숫자를 제대로 듣지 못해 당황했다. 영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외웠던 아랍어 표현은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랍어로, ‘얼마예요?’는 ‘비캄다?’ 또는 ‘비캄디’라고 외웠는데도 말이다.
틀리면 틀린 대로 시도하고 싶은데 말이 도통 튀어나오지 않는다. 머릿속으로 문장을 만들고 입 밖으로 꺼내려니, 박자도 놓치고 두 입술은 딱풀로 붙여 놓은 듯하다. 아직은 바보처럼 엉성하지만 매일매일 좋아질 터.
직원의 미소, 지폐로 건네는 손길, 눈치 빠른 대응이 어색한 순간을 채워주었다. 언어보다 빠른 것이 ‘몸의 감각’이고, 실패보다 앞서는 것은 ‘시도’다.
겁 없이 나아가는 법을, 혼자 걸을 수 있는 용기를, 실수해도 다시 웃을 수 있는 마음을 배운다. 그래서 다짐했다. 매일 하나씩 도전하기로.
혼자서 가게에 들어가고, ATM에서 현금을 인출하고, 우버를 타고 목적지에 혼자 다녀오기. 작은 일상의 도전들이 쌓이면 언젠가는 이집트를 넘어 다른 나라로도 나아갈 수 있겠지.
도전은 크고 위대한 일만 일컫는 것이 아니다. 매일의 선택 속에서 그저 방향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태도다. 두려움 속에서도 한 걸음을 떼는 용기다.
며칠 전, 핸드폰 뉴스 속 우상혁 선수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왔다. 모나코 다이아몬드 리그 경기 후, 그가 말했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또 저는 계속 도전하겠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다. 익숙한 것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는 삶.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일상으로 만드는 삶. 그런 태도를 조용히 다짐한다.
“계속 도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