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보물섬 제주

제주에서 보물찾기

by Jina가다

해적이든 탐험가이든 보물을 찾기 위해서 두 손에 꼭 쥐고 가는 것은 보물지도다. 보물섬을 향해서라면 어떤 역경이 닥쳐도 닻을 올리고 떠나던 영화 속 장면들이 스친다.


내가 가장 즐겨보는 보물지도는 타원형 섬이 그려진 제주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작은 도시들이 해변으로 연결된 제주는 온 섬이 관광구역이다. 사계절마다 누릴 수 있는 제주의 모습은 다양하다. 육지와는 다른 자연환경과 생활양식으로 특별한 모습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97년 겨울 IMF로 신혼여행을 제주로 떠나면서 지금까지 열 차례가 넘도록 제주를 여행했다. 제주는 방문할 때마다 지도를 펼치고 연구하게 하는 보물 같은 섬이다. 바다에 접해 있는 부산에 살면서도 봄과 겨울이 되면 그리워지는 제주의 바다는 참 신기한 매력이 있다. 푸른 쪽빛 맑은 바다와 검은 현무암의 어울림은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선명한 장면이다.


가족과 함께 그리고 남편과 둘만 떠날 때도 여행의 색깔은 다르다. 혼자만의 여행은 더없이 멋진 추억이 되는 곳이 제주다. 다양한 제주여행을 떠나면서 참 많은 보물을 찾아서 돌아왔다. 친정엄마와 둘이서 여행하며 깊은 얘기들을 나누며 엄마를 존경하게 되었고, 성인이 된 자녀들과 떠난 가족여행에서는 화합되고 배려하는 가족의 새로운 모습을 정립시키고 돌아왔다. 아들과 둘이 떠난 여행에서는 따로 또 같이 여행하며 모험을 즐기고 왔다. 사실 제주는 인생에 가장 어려운 시기마다 위로와 용기를 스스로 캐내게 해 준 보물섬이다.


제주의 지도에 한라산을 점찍고 갔던 딸과 우리 부부의 여행은 최고로 힘들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이다. 처음부터 여행의 목적은 한라산 등반이었다. 등산화에 스틱을 준비하고 지도와 여행 책을 공부했다. 배낭에는 얼음물과 컵라면을 준비해 산을 올랐다. 백록담까지 오르는 길은 멀기는 했어도 정비가 잘 되어있어 정상까지 오르기는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정상에 오르며 안개와 키 작은 소나무들의 특별한 장면에 감동하기도 했다. 모르는 이들과도 인사하며 격려 속에 버텼다. 오르는 중간에는 휴게 지점 바닥에 앉아 컵라면을 끓여 먹고 코스를 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아무에게나 맑은 백록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한라산은 그날도 짙은 안개로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긴 줄을 선 후 기념비 앞에서 딸아이와 셋이서 브이를 그리며 기념사진을 찍는 것으로 만족했다. 내려오는 길이 더 고달파서 울면서 걸었던 한라산이다. 다시는 오르지 않겠다고 얘기했지만 그래도 대단한 도전 중 하나로 남아있는 여행이다.


제주는 여행하는 방법들이 많겠지만 3박 4일을 떠날 때면 하루는 성산과 우도를 여행하며 보낸다. 그리고 남은 이틀은 서쪽으로 반 바퀴, 동쪽으로 반 바퀴를 돌며 제주의 바다를 모두 둘러보는 여행을 나는 즐긴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서쪽으로 시작해서 이호테우 해변을 가장 먼저 들러 말 등대와 부둣가를 걷는다. 애월, 곽지, 협재를 들러보며 제주만의 멋진 해변을 사진에 담는다. 산방산과 송악산 둘레길은 남편과 둘이 여행할 때면 빠뜨리지 않는 코스다. 송악산 둘레길은 40분 정도면 한 바퀴를 돌 수 있는데 제주만의 특별한 광경들을 만날 수 있다. 자유롭게 풀어놓은 말 가족을 구경할 수 있는 낭만적인 곳이기도 하다. 서쪽으로 돌면서 빠뜨리지 않는 것은 길가에 있는 귤 농장 가게에서 귤이나 한라봉을 한 봉지 사서 여행기간 내내 간식으로 사용한다.


동쪽으로 돌다 보면 드넓은 모래사장과 야자수가 멋진 표선, 섭지코지와 성산, 월정, 함덕이 좋다. 해안선을 따라가는 여행은 시간이 많이 소요되기는 해도 제주를 전체적으로 둘러볼 수 있다.


제주를 여행할 때 가장 즐겁게 누리는 시간은 일출을 볼 수 있는 새벽이다. 겨울여행에는 오전 7시에도 붉은 태양이 떠오르는 장관을 누릴 수 있다. 꼭 동쪽이 아니어도 일출의 멋진 장면을 누릴 수 있는 곳이 제주이다. 함덕해수욕장에 3일간 숙소로 정해 여행했던 날들은 매일 새벽에 해맞이를 하고서 일찍 문을 여는 카페에서 아침을 맞았었다. 해가 솟는 모습은 놀라운 뭉클거림을 갖게 한다. 제주의 일출은 성산이든 애월이든 함덕이든 그 어느 곳에서도 감탄이 절로 나올 만큼 놀랍다.


제주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활동들도 권하고 싶다. 맑고 낮은 해변에서 이루어지는 투명 카약은 둘만이 바다 한가운데서 낭만을 누릴 수 있는 시간들이기에 특별하다. 섭지코지나 송악산 그리고 말 농장에서 승마체험은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된다. 겨울에 귤 농장에서 가위를 들고서 귤을 따 보는 것도 추천한다. 동쪽과 남쪽 항구 곳곳에서 가능한 잠수함도 아이들과 함께라면 바닷속을 신나게 구경할 수 있다.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음식들은 제주를 잊지 못하게 한다. 보말을 이용한 국물요리, 제주갈치, 쫄깃한 흑돼지요리와 제주 고사리, 전복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와 말고기도 제주만의 요리로 유명하다. 육지와는 요리하는 방식들도 달라서 신기한 음식들도 많다. 고기 국물에 국수를 마는 고기국수, 전복내장으로 밥을 볶는 게우 밥 등 여러 차례 방문해도 새롭게 누리고 싶은 것들이 많은 보물 같은 섬이다.


요전 봄날에는 남편과 세미 오름을 오르고 송악산 둘레길을 걸으며 중년의 행복을 누린 시간들이었다. 24년 함께 부지런히 걸어온 날들이 감사하고 앞으로 함께 나아갈 길들을 기대하는 더 큰 사랑을 찾게 해 준 여행이었다. 누군가 젊은 날로 돌아가겠느냐 묻는다면 나는 단칼에 거절하련다. 지금까지 찾게 된 보물들이 너무나 소중하기 때문다.


함덕해수욕장 일출과 유채밭
송악산 둘레길
애월...
바닷속 보물들을 캐내오는 해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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