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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a가다 Jun 23. 2021

'적자생존'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

나의 역사 일기장

'적자생존’...

‘적는 자가 살아남는다’는 우스개 소리를 책에서 발견했다. 웃기 위해 뜻을 달리 풀어놓은 말이지만 내게는 극히 공감되는 말이다. 나는 기억력이 부족한 사람이라 기록하고 메모하는 일에 매달린다. 요즘은 타임 스냅 앱을 사용해 날짜와 함께 한 사진을 찍어놓지만 말이다.


일기장과 사진첩은 나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이기도 하고 고스란히 남겨놓은 나만의 역사이기도 하다. 매일같이 기록해 왔기에 나는 이렇게 기록 속에도 살아남아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릴 때 남겨 둔 사진들을 잘 활용하고, 일기와 메모들을 유용하게 사용한다. 기록하고 정리하는 약간 수고들이 소중하게 쓰여질 때면 보람되고 즐겁다.


기록의 달인이라면 우리나라 전 대통령이었던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이 대표적으로 기억난다. 두 대통령은 재임 때 경험을 글로 남겨 후일을 위해 자서전으로 편찬했다. 두 사람 모두 탁월한 글쓰기 능력으로 스스로 연설문을 준비하고 관여하기에 돕는 참모들조차도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고 한다. 독서와 메모광이었던 이들은 독서 중에도 메모를 남겼는데 김 대통령의 감옥에서도 껌 종이와 과자 포장지에 못을 사용해서 기록들을 남겼던 예화는 유명하다. 두 대통령은 체계적인 국가 기록 관리의 기틀을 세웠다. 또한 기록들이 역사로 남아 우리로 그들을 기억하게 한다.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견딘다'라고 유대인 소녀 작가 안네 프랑크는 일기장에 기록했다. 열세 살에 시작해 2년이 넘도록 꾸준히 써 놓은 일기는 훗날 유대인들을 향한 나치의 만행을 세상에 알려주었다. 작은 소녀 안네는 옥중 병으로 사망했지만 생존한 아버지를 통해 보관된 그녀의 일기장은 책으로 출판되어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외로움 가운데 안네의 친구가 되어 버틸 힘이 되어준 일기장의 존재는 이후로도 안네처럼 많은 이들에게 친구가 되어주었다.

우리나라 역사 문헌 중에도 일기글이 있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 전장에서 겪은 이야기들을 서술하여 기록으로 남겼다. 개인의 일기 형식으로 남긴 세세한 글인 난중일기는 당시 여러 자료들을 얻을 수 있어 세계사적 연구에 사용된다고 한다.

종이에든 인터넷에든 '적자생존', 기록한 자는 살아남는다.

며칠 전 네이버 블로그에서 블로그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일기 쓰기 이벤트를 진행했었다. 목적과 과정이야 어쨌건 간에 많은 이들을 자발적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해서 기록의 지속성을 장려하고 상금으로 격려했다.

블로그에 매일 글 쓰는 즐거움이 시들해지던 내게도 작은 동기가 되어 네이버 페이로 소액의 적립금을 지급받았다. 블로그 챌린지는 끝났지만 일기 쓰기의 매력에 빠져 지속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많다. 기록으로 말미암아 이렇게 소소한 기쁨들도 얻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큰 수확도 얻게 한다.

어릴 적 일기를 쓰던 습관은 학업에 바쁜 고등학생이었던 나에게 일기 쓰기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외롭고 힘들 때 일기장을 친구 삼아 펜으로 꾹꾹 눌러 일기를 쓰면서 흐트러진 마음들을 추스를 수 있었다. 대학시절에는 일기장을 통해 시를 쓰고 글을 써서 월간지에 투고하는 행운도 누렸다. 습관을 따라 태중 일기를 기록하고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들을 세세히 관찰하고 기록할 수 있었다. 읽은 책들을 기록하고 가족과의 여행 과정과 에피소드를 기록으로 남겨두었다. 그 덕분에 언제든지 찾아볼 수 있는 자료들은 나의 옅은 기억력을 충분히 대신해주고 있다. 앞으로 글을 쓰는 동안 수없이 꺼내 올 자료들이 마르지 않을 샘처럼 내 곁에 있어 든든하다.

일기를 쓰고 기록으로 남기는 수고는 끝까지 지속하려 한다. 적는 자는 살아남기에...


나의 역사를 펼쳐보고 싶은 날들이 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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