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걷는 친구를 찾기란 어렵다. 목적이 비슷해야 하고 꾸준히 함께 할 수 있는 마음이 닮아야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걷는 일이란 우선 어렵다.
작년 가을부터 매일 8천 보 걷기를 시작했다. 근처 천변을 걷기도 하고 부산의 멋진 산책길과 바닷길을 걸으면서 꾸역꾸역 8 천보를 채워왔다. 9개월이 다 되어가는 동안 혼자 걷기도 해 보고 온라인상 모임 회원들과 따로 또 같이 걷기를 지속했다. 누군가 보아 주고 체크해 주는 시선이 있었기에 오늘까지 지속된 일이다.
그런데 한 달 전부터 함께 걷는 동네 친구가 생겼다. 몇 달 전 함께 걷기를 제안했을 때 부담스러워 거절했던 그녀는 코로나와 함께 증가된 체중과 무릎 통증 때문에 고생하는 중이었다. 건강을 위해 굳게 마음을 먹은 그녀가 함께 걷기를 시작하면서는 나보다 더 열정적이다. 그녀의 빠른 보폭과 힘차게 내젓는 두 팔은 옆에 걷는 나를 더 힘 있게 한다. 그녀를 따라서 두 팔을 휘휘 저어보고 속도를 쫓아 가느라 진땀을 빼기도 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7시가 되면 먼저 출발해서 천변을 따라 걸어오는 그녀와 합류한다. 매일 한 시간씩 만나는 그녀와의 시간은 일상의 루틴이 되어 내 하루 24분의 1로 자리매김했다. 자연스럽게 나누는 대화와 서로 주고받는 정보들 그리고 격려와 위로들도 풍성한 시간이다. 때로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걷기에 집중하며 주변을 누리는 것도 좋다. 함께 걸으면서는 8 천보가 아니라 1만보를 훌쩍 넘는 걸음을 매일 걷게 되었다.
우연히 세바시에서 배우 차인표 씨의 15분 강연을 듣게 되었다. 그는 수개월 동안 하루 네 시간 반 동안 운동하며 몸을 만들어 친구와 함께 사회 잡지 표지모델이 되었다. 그 시작은 미국에서 함께 수학했던 친구의 버킷리스트 제안에서부터였다. 그의 친구는 20년간의 퇴직금을 가지고 제2의 꿈을 실행하기 위해 1년 전, 미국에서 대규모 피트니스센터를 개업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코로나로 폐장을 결정하게 되었다. 친구를 응원하느라 차인표 씨는 목과 허리 디스크 재활을 병행하면서 함께 몸만들기에 도전했다. 목표를 위해 그는 미라클 모닝을 시작하고 식단을 조절하면서 드디어 친구와 멋진 몸짱 사진을 촬영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지켜봐 주는 한 사람...
우리에게는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함께 걸어주는 사람, 격려해 주는 사람 그리고 인정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우리는 걸어갈 수 있다.
온라인으로 많은 모임들이 생성되면서 조용한 움직임들이 있다. 자신들의 취미와 관심에 따라 얼마든지 모이고 응원할 수 있는 모임들이 수없이 일어나고 있다. 글쓰기와 그림, 운동 그리고 디지털 배움과 독서 심지어는 악기를 배우고 지속하는 일들도 온라인으로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앞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더 다양하고 놀라운 모임들이 시작되리라 예상한다.
혼자서 꾸준히 걷는 일은 대단히 용기 있는 일이다. 친구와 함께라면 더 멀리 즐겁게 갈 수 있기에 나는 가끔씩 같이 걷기를 선택한다. 8 천보 걷기와 매일 그림 그리는 일 그리고 성경 읽기와 독서로 이렇게 꾸준히 친구들과 걸어왔다. 함께 걷는 친구들이 감사하다. 인생의 동반자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