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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 그녀들

여행지에서 사람들의 친구가 되어주는 이

by Jina가다

아침에 다시 만난 그녀는 내 눈에 예뻤다. 흔들거리는 귀걸이를 하고서 절반 머리를 리본 핀으로 고정시켰다. 그리고 갈색 리넨의 예쁜 앞치마를 두르고서 직접 과일샌드위치를 만들어 주었다. 마스크를 썼는데도 쉬지 않고 웃는 미소가 보였다.


허스키한 그녀의 목소리는 약간 템포가 빠르면서도 문장들은 제법 논리적이고 순차적이다. 한 번 시작한 대화는 그칠 줄 몰라서 중간에 치고 들어가는 것도 제법 어렵다. 대신 그녀의 기가 막힌 유머와 말솜씨에 감탄사와 추임새를 곁들여 얹을 뿐이다. 오히려 기운을 얻은 그녀는 더 재미있는 얘기들을 꺼낸다.

귤 농장 하는 이웃들에게 얻은 귤로 잼을 만드는 요령과 순서도 그녀에게 들었다. 게스트 하우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는 드라마를 귀로 듣는 것처럼 흥미진진했다. 전라남도에서 부지런한 농부이셨던 친정아버지의 이야기에는 정이 많으셨던 나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했다. 숙소에서 5분 거리의 교회에 출석하면서 숙박업 가정들끼리 구역이 되어 교류한다는 이야기도 흥미진진했다. 서로 방문하며 노하우를 탐색하기도 하고 때로는 손님들이 옮겨와서 장사를 멈추게 된 이웃 이야기도 듣게 되었다. 이 작은 마을에는 도시와 또 다른 이곳만의 이야기들이 있어 귀를 쫑긋 기울이게 되었다.

호텔에만 머물렀다면 듣지도 나누지도 못했을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번 여행은 고되었지만 신나는 일들로 차고 넘친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또 다른 게스트 하우스의 1층에 머물러 차 한 잔을 마시는 중이다. 큐빅이 박힌 집게 핀을 한쪽 머리에 꼽고서 앞머리는 뱅 스타일로 연출한 또 다른 그녀다, 뒷머리는 색 고무줄로 세 개나 중간에 묶은 흰머리의 주인장은 그냥 멋지고 자연스러워 보였다. 늦은 밤 뿔테 안경을 쓰고서 한자를 필사하던 그녀는 유기농 귤을 네 개나 등 뒤에서 전달해 주었다. 카페 안에 숨어있는 모기를 잡느라 전자 모기채를 휘두르며 잠시 대화를 나눈 제주시의 게스트 하우스 그녀도 씩씩하고 멋져 보인다. 하하

성산의 게스트 하우스에 머물며 룸메이트로 잠시 마주한 여성과 잠시 그런 얘기를 나누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맞으며 섬기는 그녀들은 사람들을 좋아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이겠다고 말이다. 첫날 아침 프랑스인 청년에게도 당당하게 한국말을 가르쳐주며 영어와 바디랭귀지로 식사를 권한 그녀다. 둘째 날에는 낚시를 온 노년의 남성들에게도 낚시에 관련된 대화를 스스럼없이 주고받았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성별과도 상관없이 맛난 아침을 차려주며 하루의 시작을 축복해 주는 그녀는 참 대단했다.


낯선 여행길에 잠시 친구가 되어 준 그네들의 친절이 여행 추억 속에 새겨진다.

사람을 싫어해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일이다. 게스트 하우스의 휴게실을 나름대로의 솜씨로 예쁘게 꾸미고 매일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청소를 한다.


또 다른 삶을 사는 그녀들에게 나는 또 멋진 인생을 배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배울 수 있다. 나보다 멋지고 다른 것을 한 개쯤 가진 이들에게는 누구든 말이다.

성산에서 만났던 여주인은 매일 아침 새로운 차를 준비해 주어서 감동이었다. 첫날에는 은색 주전자에 보이차를 끓여주었고 둘째 날에는 귤피차를 뜨겁게 끓여주었다. 일출을 보기 위해 7시가 되기 전에 휴게실에 들렀는데도 언제나 뜨끈하게 미리 준비되어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어린 황금향을 슬라이스 해 말려 둔 칩을 준비해 두어서 뜨거운 물에 우려 마셨다. 비싼 카페보다도 더 맛있는 정성 차 한 잔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면 그녀들이 기억날 것 같다. 곧 다시 제주를 방문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녀가 끓여 준 차를 마시고 또 다른 그녀가 건네주는 귤을 맛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아침 한라봉칩을 넣은 귤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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