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방식으로 서 있다.

by 정승일

나는 늘 멈추는 쪽이었다.

아무도 나를 붙잡지 않았는데

내 안에서 먼저 손을 들었다.

“아직은 아니다.”

그 말은 늘 신중했고,

늘 옳아 보였고,

그래서 한 번도 의심받지 않았다.

잘 버텨왔다는 증거처럼

그 물음은 나를 지켜주었다.

무너지지 않게,

흔들리지 않게,

너무 멀리 가지 않게.

나는 스스로를 단단한 사람이라 불렀다.

사실은

단단해져야만 했던 시절의 자세를

아직 풀지 못한 채 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기회는 늘 문턱까지 와 있었다.

문은 열려 있었고

바람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들어가지 않는다.

들어가기 전에 이미

안에서 문을 잠갔다.

이유는 늘 충분했다.

조금 더 지켜보자.

조금 더 준비하자.

지금 나서면 흐트러질 수 있다.

그 언어들이

내 삶을 설명해 주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묻지 않았다.

이게 정말 지혜인지,

아니면

아주 오래된 자동 반응인지.

오늘 알게 되었다.

이건 나의 성격이 아니라

한때 나를 살려낸 방식이라는 걸.

중심을 잡지 않으면

무너질 수 있었던 시간,

아무도 대신 버텨주지 않았던 계절,

그때의 나는

이 선택 말고는 다른 선택을 가질 수 없었다는 걸.

다만

그 방식이 아직도

모든 순간에 켜져 있다는 걸

조용히 바라본다.

멈추고 싶은 순간에

나는 처음으로 멈추지 않기로 한다.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니라

결정을 하루 미루는 것부터.

분석하지 않고,

대비하지 않고,

열린 채로 두는 연습.

그리고 묻는다.

이미 충분히 안전한 사람이라면

지금 무엇을 선택할까.

답은 언제나 작다.

한 걸음,

허무라는 허용,

한 번의 맡김.


그 작은 행동 뒤에도

세상은 무너지지 않는다.

관계는 끊어지지 않고

나는 여전히 서 있다.

대비해야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할 때 대비할 줄 아는 사람으로,

단단함은 이미 충분했다.

이제 나는

잠시 힘을 풀어본다.

문은 여전히 열려 있다.

이제 나는

다른 방식으로 서 있다, 선언한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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