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화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된 일이었다. 다툼과 경멸이 존재하는 곳에서 용서와 이해는 보기 드물었다. 그들은 그저 이 모든 것들이 종료되기를 바랐다. 2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해방되기를 희망하는 건 나에게 더 지독한 고문이었다. 언젠가는 끝나겠지... 언젠가는 괜찮아지겠지... "다 괜찮을 거야."라는 말. 그 말이 나에게는 제일 잔혹하고, 비참했다. 둘은 너무나도 달랐지만 매일 반복되는 악몽에서 벗어나고자 함은 똑같았다. 그저 서로를 서로의 감정에 가두기 바빴고, 그렇게 감정이 독재를 하는 뇌는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난 평화를 위해 항상 노력해왔다. 뭐, 평화까지는 아니더라도 불안하게 사는 것은 싫었다. 돈과 시간 그리고 수많은 노력들.. "나라도 잘하자, 나라도 문제 일으키지 말자." 수없이 되뇌고 다짐하고 실행했다. 당연한 걸까. 노력에 대한 적절한 결과는 없었다. 그대로였다. 매번 내가 하는 모든 노력에 희망을 걸고 임하는 내가 한심했다. 실망할 걸 알면서도 기대하고, 한숨을 내쉴 게 뻔한데 애써 웃었다.
난 이 가정에서 중재자이자 유일한 소통 방법이었지만 그걸 알면서도 때로는 포기하고 싶었다.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지만, 스스로를 수없이 원망했다. 다른 선택을 했다면 지금은 좋았을까? 이건 내 운명인걸까? 하는 생각들을 하며 살았다. 그저 나 하나 희생해서 불안한 평화를 지킬 수 있다면 난 항상 뭐든지 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난 어느새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 있었고, 많이 망가져 있었다. 나에게 영향을 주는 모든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매일매일을 이를 부득부득 갈며 버텨왔지만 한계는 결국 존재했던 것이다. 난 이제 정말 지쳤다. 이렇게 힘들 때 기댈 사람 하나 없다는 게 웃겼다. 인생은 뭐가 이리 어려운 걸까. 차라리 정답이라는 게 존재했으면 좋겠다. 내가 만들어가는 삶 말고, 정해진 삶에서 적당한 안정을 느끼며 살고 싶었다. 아무 생각 없이 막 사는 거? 그건 어느 정도 여유 많은 사람들이나 하는 말이지. 난 가만히 있다가는 쉬지 않고 돌아가는 초침에 치일 게 뻔한 신세다.
벌써 일 년이 다 가고 새해가 왔다. 이번에도 잘 버텨내야지. 멍청하게 또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