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무언가가 되고 싶다. 그 누구보다도 간절하게. 차가운 도로변에 핀 꽃이라도 좋을 것 같았다. 조금도 쉬지 않는 시계의 초침도, 일렁이는 바다에 조금 잠겨버린 작은 돌멩이라도 좋을 것 같다. 지금의 내가 너무 싫었다. 날 사랑하지 못하는 내가 싫었다.
항상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순간적으로 그 공간에서벗어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길의 범주는 벗어나지 못했다. 그렇다고 도움의 손길을바라지는 않았다. 내가 자초한 일이든 내가 당한 일이든 간에 그것이 내 삶에 발을 들인 순간 내 것이 된다. 내가 즐겨야 하는 것, 조용히 삼켜야 하는 것, 온몸으로 느껴야 하는 것. 내 것. 결국 회피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주어진 상황을 탓하지 않는다. 한 가지 더욱더 확실한 것은 타협하지 않는다. 세상과 타협하며 편한 길만을 바라보고 산다면 그건 내 것이 아니다. 온전하게 나의 삶이라고 자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내 것. 내 것. 내 것. 우리의 삶은 우리의 것이다. 태어난 세상이 다르더라고 상관없다. 우린 각자 생긴 대로 살아가는 것이다. 눈을 감는다. 지금 내가 살아가고 있는 모든 순간이 내 것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겉으로만 보기 좋은 인생은 더더욱 내 것이 되기 힘들다. 가끔은 자신의 본능에 흠뻑 젖어버려도 좋다는 말이다. 인생에 대한 고민은 끊임없다.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그러한 고민은 필연적이다. 어쩌면 인간은 평생을 그런 고민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일지도모른다.
인생은 줄곧 내가 포기하고 싶게 만든다. 그럴수록 난 더 절실하게 살아있음을 느낀다.내가 이 세상에 하나의 인간으로서 실존한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집중한다. 우리는 인생을 즐길 권리도 있지만 그 모든 책임을 질 의무도 존재한다.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는 감사하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면, 내가 나일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두 발로 두 눈으로 세상을 거닐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가끔 찾아오는 고뇌의 시간에 감사하다. 생각과 감정을 표현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오늘도 내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주어서 감사하다.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순수하게 꼬리를 툭떨어뜨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