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한 몰입, 우로마라는 비밀을 간직한 노랑
순수한 몰입이 주는 기쁨- 우로마 , 노랑
봄이면 노랑색 꽃들과 나비들이 나풀 나풀 날아다니고 봄 바람에 꽃들도 기분좋게 흔들린다.
여기에도 노랑이 숨어 있다. 얼마전 안데르센 상 수상 소감을 알린 이 수지 그림책 작가의 기쁜소식을 접했다.
이번에 여름이 온다라는 그림책으로 상을 받았다. 작가의 그림세계를 보면 색 사용에 있어서 절제를 하면서 심오한 작품세계로 독자를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무채색에 포인트, 액센트 정도의 유채색, 파랑, 노랑, 빨강, 초록 같은 색을 사용하는 것이다.
아빠는 어린 딸 우로가 화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 아빠가 보기에 하나 밖에 딸 우로는 그림 천재가 틀림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우로 역시 아빠가 원하는 착한 딸이며 훌륭한 화가가 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다. 자기의 딸 우로는 자화상을 누구보다도 잘 그린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작 아빠 본인은 어릴 적 부터 화가가 되고 싶었으나 포목점의 주인이 되었고 어린 딸인 우로가 화가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난 화가를 모셔와 그림을 배우게 했다. 어느 날 우로와 함께 화방에 들러 점원이 가져온 캔버스 한장을 보며 우로에게 자화상을 한번 그려보라고 한다. 천 종류의 이름이 비 우, 이슬 로, 우로마이다. 유명한 화가 서창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전에 주문해 둔 캔버스 천이라고 말을 해 준다.
비와 이슬 냄새 같기도 하고, 풀과 흙냄새 같아서 우로는 집으로 가는 내내 천 냄새를 맡고 또 맡았다.
비와 이슬, 풀과 흙은 우로 마음속에 있는 꽃을 피워내 주기 위한 요소들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천을 나무틀에 씌워 캔버스를 짜 주었다.
우로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룻밤이 지나자…… 자화상은 물감이 흘러내려 엉망이 되어 버렸다. 몇 번을 다시 그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우로의 내면과 아빠의 내면에 이해가 되며 마음이 아프다. 아빠는 자기딸의 그림솜씨를 자랑하고 싶어 자신의 친구와 화가, 전문가에게 와 달라고 전화를 한다. 자신도 모르게 자꾸 자신의 꿈을 우로에게 투영시키며 지금까지의 삶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었다. 우로 역시 자신이 그린 자화상이 망치고 물감이 흘려 내려 엉망이 될 때마다 더 예쁜 꽃 무늬 천으로 캔버스를 덮어준다. 우로의 심리 역시 자신의 상처에 대한 보상을 받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또 그리는 작업을 계속 한 것 같다.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덧칠하는 것을 반복하는 우로의 행동은 자신과 같은 존재라는 생각으로 자신의 모습이 캔버스 자화상에 투사 되어졌다. 그래서 더욱 캔버스를 포기 할 수 없다.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으며 심지어 점점 야위어 가면서도 그 캔버스를 완성하고 싶은 것이다.
아버지에 대한 양가감정이 치솟으며 우로는 아버지가 포목점을 하며 한 평생을 보낸 그 한을 대신 자신으로 하여금 대리만족을 시켜 주고 싶은 마음에서 그리고 흘려 내리고 망치고 또 망치는 가운데서 마지막으로 칠전 팔기의 작품을 완성한 것이다.
자신의 바꾸고 싶은 면도 채우고 싶은 부분도 오로지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지 우로는 항상 망친 자화상을 형형색색의 이쁜 천으로 덮었다.
형형색색의 이쁜 천은 어두운 내면을 가리기 위해 외면을 화려하게 또는 과시 하는 우리들을 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색채가 가져다 비밀이라는 조급함, 조바심을 잠시 잊어 라는 심리적 상태를 잘 반영해 주고 있다. 검은색의 적절한 사용으로 단단함과 파랑색의 순수한 몰입하는 현실세계를 잘 반영하여 주고 있다.
아버지의 못 다 이룬 꿈의 소중함에 대해 헛된 것은 아니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준다. 아버지와 자신의 소중함 마음을 담은 노랑색과 분홍색, 연보라색이 수 놓은 천으로 자화상을 덮어 버렸다.
때론 비밀을 간직해 보는 것도 모두를 위한 소중한 것이라는 교훈도 함께 전해 준다.
인간의 마음은 예쁘고 곱고 때론 성급하여 자신을 돌아보지 못할 수 도 있다. 그러나 순수한 몰입은 모든 것을 행복으로 채워 나간다. <우로마 그림책 중. 그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