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과 사위의 멱살잡이는 이런 결과를 낳았다.
장인과 사위의 멱살잡이가 때론 행운과 불운이 겹친다.
영순의 눈에는 모든 것이 이상하다. 특히 할머니와 엄마 그리고 나(영순)은 큰 소리 내지 않고 잘 지낸다. 특히 할머니도 엄마도 화를 내지 않고 서로 의논하면서 잘 지낸다. 엄마는 어린 영순이에게만 화를 낼 뿐이지만 할머니에게 고분 고분하게 말도 잘 듣는다. 우리 할머니도 엄마도 외가는 다 미남과 미인이다. 할머니는 마음씨도 곱고 얼굴도 미인이다. 음식 솜씨는 음식점을 운영할 만큼 뛰어난다. 할머니의 음식솜씨로 돈을 엄청 많이 벌게 된다. 멱살을 잡고 서로 할말 못 할 말 다 한 후 시간이 조금 흘러 할아버지 가족은 우리집을 떠난다.
우리에게 이런 일이 생길것이라고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쩜 할머니 자신이 이제는 떠나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위 인 아버지의 행동에 크게 실망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쩜 할머니는 충격을 받았다. 우리집을 떠나기 전까지 아버지를 불러 한 마디 할 것 같은데 전혀 그런 내색 한번 보이지 않고 더 조용히 묵묵히 일만 하시다가 이 집을 떠났다. 어린 마음에도 할머니가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도 엄마도 나도 삼촌들도 오빠들도 우리는 밥을 먹을 때도 밥 만 먹었다.
그 시기가 할아버지에게 운빨이 맞듯이 행운이 찾아온 것이다. 할아버지에게는 기회이며 희망이지만 우리에게는 불행이 시작되었다. 아버지가 조금만 참았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다 가족의 행복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솔직히 엄마는 병든 몸으로 일을 하고 있었다. 할머니가 거의 살림을 도 맡아 하고 있었다. 그런 할머니가 떠난 것이다. 우리는 하숙을 위해 큰 집을 대출을 받아 장만을 한 것이다. 할머니의 도움을 받는다는 조건이었다. 이 조건은 물거품이 되어버린것이다.이런 망할, 환장할 끝도 알 수 없는 끝으로 몰아간 장본인은 바로 아버지다. 못난 아버지, 자기 신세타령이나 하며 일이 뜻대로 안되면 할아버지를 원망하는 그런 위인 영순의 아버지다. 남자들은 어리석게도 어려서부터 패 싸움을 붙기도 하고, 힘 자랑을 하기도 하며, 무조건 우격다짐을 하다가 무슨 영웅이라고 주먹질을 하기도 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며칠 대면 대면 하다가 화해를 하겠지 라고 생각을 했다.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마음의 빗장을 달은 할머니였다.
할아버지는 운이 좋게 친척의 도움으로 탁주 시험장을 하게 되었다. 음식 솜씨 좋은 할머니의 빈대떡, 술 안주와 식사류 등을 주 메뉴로 시작하게 되었다. 할머니의 가게는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입 소문을 타면서 알려져 할아버지는 저녁에는 쌀 가마니에 돈을 넣기가 바빴다. 할아버지는 돈 넣는다고 바쁘고 할머니는 일한다고 바빴다. 할머니는 한 동안 우리에게 전화 한번 하지 않았다. 아버지도 할머니는 존경하고 좋아했다. 그런 할머니에게 용서를 받을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아버지는 늘 할머니에게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할머니가 치매가 걸린다. 평생을 일을 한 할머니는 혼자서 할 줄 아는게 없다. 고약한 할아버지는 할머니 밥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고 혼자만 돌아다니고 밥 사먹고 혼자만 즐겁게 놀다 오곤 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먼저 돌아 가셨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도 모르고 매일 할머니 모셔야 하는 상황에서 엄마가 아버지 눈치를 보며 모셔야 할 판에 오히려 반대로 아버지가 먼저 자신이 모신다. 말을 꺼낸다. 할머니는 아버지가 모셨다. 그건 다행이다. 할머니는 아버지에게도 참 잘 해주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도 아버지를 용서 하셨다. 정신이 돌아오면 미안하다 하고 정신이 없을 때는 남편이라고 불렀다. 그럼 아버지는 사위도 되고 남편의 역할을 잘 한다.
계집아이 영순도 할아버지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지은 것은 마찬가지다. 지 아비가 억울해 할 때는 그 할아버지가 미웠다. " 할아버지 미워" 왜 " 할아버지는 아버지 괴롭혀" 어린애가 아무 내용도 없이 말을 함부로 했다.
아무리 어린게 생각없이 하는 말이지만 할아버지 마음인 들 평안 했을까? 외 손녀의 미움 덕분에 할아버지도 정신을 차린지 모른다. 서럽다 생각을 했다. 오죽 애비가 못났으면 딸년집에 더부살이를 한다. 큰 영순은 지금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미안하다. 아버지는 살아생전 마지막이지만 치매에 걸린 장모를 극진히 모시며 먼저 보내드리고 아버지도 훨훨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큰 영순도 자라서 어른이 되고 결혼도 하고 아들들 낳고 살다 외국 물 좀 먹고 한국에 와서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자 충격을 받는다. 그 충격은 이런 착각을 만든다. " 저 할머니는 이상한 할머니야, 우리 할머니가 아니야, 할머니는 품위가 넘치고 자상하셔" 아니야.
우리 할머니가 아니야, 눈 앞에 있는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야, 그 이후로 할머니를 몇번 보고 작별했다.
영순이는 이렇게 고백한다. " 엄마 우리 할머니는 내 마음속에 있어, 저 할머니는 내 할머니가 아니야, 우리 할머니는 백조 같이 목이 길고 세련되고 품위가 있어" 엄마 에게는 엄마인데 나에게는 할머니가 아니야.
영순은 치매걸린 할머니를 통해 치매가 얼마나 무서운지를 안다. 엄마 집 대문 앞에서 엄마의 큰 소리가 들렸다. "엄마 제발 주무세요." 조금 후 " 엄마 밥 먹었잖아" "엄마 내가 엄마 돈 안 훔쳐 갔다고" " 엄마 이제 자자 이 약 먹고 " 할머니의 욕하는 소리, 집을 나가겠다고 봇다리를 챙긴다. 엄마! 오빠가 재 빨리 할머니를 잡는다. 이렇게 치매는 모두의 삶을 앗아간다. 욕을 하거나 집을 나가거나 집에 똥칠을 하거나 가스불을 켜놓고, 밥 준비를 한다며 빈 냄비를 올리고, 트리오를 기름이라며 후라이팬에 가득 붓기도 하고, 온 집안을 화장지로 쓰레기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고약한 할아버지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할아버지 역시 치매 걸린 할망구 간호가 쉽지는 않았다. 평소 곱고 이쁜 마누라만 보다가 이런 괴상하고 괴팍한 할멈을 보는 자체도 할아버지도 고역이다. 본인 몸하나도 가누기가 힘든 상황이다. 여러번의 교통사고로 한쪽 눈은 거의 실명상태로 잘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한눈 파는 사이 쏜살같이 집을 나가면 한참을 찾아 다녀야했다. 어떤 날은 맨발로 집을 뛰쳐 나가고 계절도 모르고 추운날 더운 날 입은 대로 나간다. 찾다가 못찾으면 경찰서에 뛰어 가기도 하고 신고도 하고 자식들에게 전화를 하기도 하고 할아버지 고생 많았어요.
할아비지도 아버지도 참 사는게 힘들었다.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누구의 아버지로(남편) 살아간다는게 쉽지는 않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