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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아버지들-2회

시끌벅적한 날

그날이 그날 그러나 특별한 날


계집아이도 정확히는 모른다. 언제부터 그 집에 식솔들이 이렇게 많이 모여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 그리고 늘 주변에는 시끌벅적한 날의 연속이다.  계집아이가 아장 아장 걷기 시작해서 말을 하고 혼자서 뜀박질을 할 때 쯤 엄마 친정식구들이 부근에 살고 있어 늘 그 집에서 밥을 얻어 먹고 집에 오곤 했다.  시간이 흐렴 이모의 가족들이 떠난다고 했다.  이모부는 가족을 두고 먼저 서울에 가 있었다. 어린 계질아이는 잘 모르지만 이모집은 먹는 것이 넉넉했고 한번씩 상자에 보지도 못했든 과자들과 과일바구니들도 있었다.  이모부가 서울에서 자리를 잡았다고 하며 이모 식구들은 서울로 간단다. 이모와 계집아이의 집도 2남 1녀로 이모집에는 여자 동생, 남자동생, 오빠 이렇게 3남매다.  3살 어린 여동생은 암팍지고 똑똑해서 누구에게도 지는 법이 없다. 작은 삼촌이라도 예외는 없다.  둘이서 편을 먹고 삼촌들과 오빠들에게도 절대로 지지 않고 대들며 우리의 몫을 부르짖었다. 


여동생이 학교 갔다 와서 퍼질러 울고 난리를 부린다. 원래 그 아이는 계집아이보다도 더 패악을 부리는 아이다. 오늘은 무슨 일이 있길래 저렇게 난리인지 가방을 집어 던지며 억울하단다.  이유는 이랬다.

"엄마가 학교에 와서 담임한테 곤로만 사주었어도 내가 우리반에서 일등인데  . . .왜 곤로사서 학교를 안 와 엄마는 돈도 없어, 내가 얼마나 속이 상한지 알아. " "공부도 못하는 반장 엄마는 곤로를 사 가지고 와서 반장이 일등을 했어" 억울하다고 운다.  계집아이는 공부는 썩 잘하지 못했다. 조금만 걸어도 머리가 빙글빙글 돌고 몸이 영 어린게 시원잖았다.  이모는 여동생이 다 울고 나자 가만히 안아만 주었다.



그리고 얼마있지 않아 이모식구들은 서울로 간단다. 이모부가 서울에 자리를 잡았단다.  그리고 그들은 떠났다.  암팍진 여동생이 떠나고 나자 많은 것들의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계집 아이와 여동생은 함께 이미자의 가슴 아프게, 여자의 일생을 부르며 특히 여동생은 노래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쌈박질도 잘하고 못하는게 없다.  이모집 식구들이 떠나자 엄마의 한숨도 늘어나기만 했다.  엄마와 외할머니가 전화를 주고 받은 날이면 엄마와 아버지는 처음에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목소리가 올라가며 다투며 누군가를 원망하는 소리가 들리고 조금 있으면 둘이서 할 말 못할 말을 하기 시작했다. 주로 아버지가 누군가를 원망하는 거였다. 그럼 "내가 너희 식구만 만나지 않았어도 이 모양 이 꼴은 안 됐다, 알겠나 하며 아버지가 언성을 높인다. " 그럼, 엄마도 절대 지는 법은 없다. "내가 너 안 만났다면 이 꼴로 안 산다, 무능해가지고, 니가 돈을 잘 벌어봐라 내가 이렇게 고민을 하겠나, 내 좋아라고 하는거가, 우리 아 새끼들 먹여 살리려고 하지." 


그랬다.  그날이 그날 특별한 날 

둘이서 니 죽고 내 죽자 하며 실컨 서로 두들겨 패며 "이게 눈에 보이는게 없나, 어디 서방을 때리노, 니는 내 안 때리나"  그냥 이 전쟁이 끝나기를 기다리다. 계집아이가 숨는 곳 다락방에 올라가서 전쟁이 끝나기만 기다리다 그냥 잠이 드는 곳.  결과는 잘 모르겠으나 며칠을 지나고 엄마의 친정식구들이 집으로 들어왔다. 


왜 어른들은 때려 부수고 기물을 파괴하고 서로 죽이겠다고 살기 등등해 누구하나 죽어야 끝날 것 같은 전쟁을 치루야 제자리로 돌아가거나 또 다른 결론을 얻는다.  그 당시 계집아이 나이가 초등학교 3~4학년 정도다.

계집아이는 할일이 없으면 늘 사람들의 행동을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 누구든지 계집아이 눈에 들어오면 계속 일거수 일투족을 관찰을 하는 버릇이 있다. 부모의 싸움도 자세히 쳐다보고, 외가 식구들의 말하는 태도 행동등도 유심히 관찰을 한다.  


이제는 서울이모라고 하자. 서울이모가 서울로 떠나고 나자 식솔이 줄었는데 더 무언의 시끌벅적하다. 거의 조용할 날이 없다. 행복해서 떠드는 것이 아니라 장인과 사위가 서로 눈치를 보며 사위는 장인의 눈을 피하려고 하고 장인도 마찬가지로 말을 조심한다. 


누구의 아버지인 장인과 누구의 아버지인 사위는 서로 피해 다닌다.  밥 먹는 시간도 따로 밥을 먹는다. 나중에 알게 되었다. 장인인 할아버지는 사위인 아버지에게 잘못을 많이 했단다. 아버지의 인생을 망친 장본인이란다. 그래서 아버지는 원수같은 장인과 한 집에 살고 있는 자체 만으로 숨통이 멈출 것 같다. 

외 할아버지는 배가 고파도 아버지가 밥 먹는 시간을 피해서 밥을 먹는다.  집 앞에는 복덕방(부동산)이 있어 그 곳에 나가 장기 두는 거 훈수도 하고 구경을 하며 배 고픔을 참는다.


복덕방 영감들은 하나 같이 " 밥 먹으러 안 가, 할 망구가 음식 솜씨도 좋은데, 배 꼬르르 하지 말고 이 영감 밥 먹고 와" 그럼 장인은 "무슨 소리 내가 없으면 장기판 개판이야 " 계속 아버지 식사 마칠 시간을 기다린다."


불쌍한 이 영감, 잘 생기고 온순한 영감의 얼굴 뒤에는 늘 호시탐탐 또 다른 계획을 노리고 있었다.

이 영감은 누구라도 자신에게 도움이 된다면 가차 없이 이용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위고 친척이 없다. 지금은 때가 아니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사위는 순하고 착하다. 부잣집의 막내로 걱정없이 살아서 세상 물정도모르는 동정심이 많은 부잣집 막내 아들이다.  머리가 비상하여 언론에 종사 하고 있으며 그 때 상황은 군수물자를 빼돌리면  감옥에 갔었다. 미군 PX 물건을 사서 파는 행위는 처벌을 받는다. 군수물품 (장물아비)로 돈을 많이 벌 수 있지만 그런 짓을 하면 안 된다. 큰 사위는 신문기자, 작은 사위는 군인 장교 다. 그 배경을 빌미로 더 나쁜 짓을 하기가 일쑤였다. 군인장교 빽 보다 신문기자 빽은 너무 대단하다. 군수물품 팔다가 걸려 경찰에 잡히면 사위의 이름을 팔고 그럼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감옥에서 빼주다가 계집아이의 아버지는 신문기자 생활을 더 이상 할 수 가 없다.  사위는 그런 장인이 싫어도 너무 싫다. 


그날이 그날 특별한 날 서로 참아도 많이 참았나 보다.  장인과 사위가 붙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서로 잘 피해 다녔는데 그 날은 특별한 날로 장인의 생일이라 함께 밥을 먹기로 했다. 특별한 개 같은 날 밥을 먹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니 아버지를 미꾸라지 피하듯 잘 피하고 다닌 장인에게 아버지는 참고 참았던 것이 폭발하고 말았다. 장인에게 삿대질을 하며 장인을 죽일듯이 쳐다보았다.  너무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장인과 사위 외에는 모두 얼음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누구의 아버지들인데. . . .그들의 자식들은 보고 있다.   서로 멱살을 잡고 있다.<연재3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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