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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의 아버지들-1회

속빈 강정 같은 삼촌이 울었다.

남자들은 속이 없는건지 속이 꽉 찼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어린시절은 여자보다는 남자가 우세하였다. 외할아버지, 아버지, 오빠들, 삼촌들 결혼 후에는 남편, 아들들까지 하루가 조용할 날이 없었다.

남자들이 많은 집으로 밥 한끼 먹는 것도 전쟁터 아수장이 따로 없다.  오늘도 남자만 득실 거리는 집에 밥 한끼의 전쟁이 치루어졌다. 밥이야 제 각각 한 그릇이라도 배급을 주듯이 받아 먹으면 된다.  그 다음이 문제다. 반찬은 골고루 먹어라 이런 말은 이 집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 빨리 먹는 놈이 임자다. 김치찌개 안에 숨어 있는 돼지고기는 누가 먹지 그야 물론 젓가릭질 잘하고 손 빠르고 약산 빠른 그 누군가가, 그 집에서는 작은 삼촌이라는 작자다. 젓가락질 안된다. 그럼 바로 숟가락으로 냄비 밑바닥까지 잠수, 고기 한 덩어리 날름이다. 아이는 억울하다.  "돼지야 그만 먹어 나도 좀 먹자" 울기 일보 직전 , 아무도 관심 없다. 오히려 너 밥 안먹어 그럼 삼촌이 그 밥도 다 먹는다. 눈물반 콧물반 입안에 우걱우걱집어 넣는다.   어린 꼬마계집은 머리를 쓰기로 했다. 일단 먹기 전에 자기 몫을 챙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 집에는 할머니가 부지런하여 이것 저것 잘 만들어 주시니 밥은 물론이고  강냉이, 고구마, 감자, 밀가루만 있으면 간식이 뚝딱이다. 그래서 밥 외에도 먹을 수 있다. 그 날은 오랜만에 옥수수를 삶았다. 작은 삼촌이 나타났다. 무슨 삵괭이 마냥 살금살금 나타나서 삶아 놓은 옥수수를 노리고 있다. 고쿠리 담은 제일 큰 옥수수 하나를 들고 하모니카를 불기 시작한다. 삼촌이 자기는 옥수수를 안 먹고 하모니카를 분다고 했다.


다른 이리때들이 나타나기 전 할머니에게 어린 계집아이도 자기 몫을 똑같이 나누어 달라고 하며 할머니는 "아이고 우리 00이 늑대들 틈에서 불쌍하누 라며"  어린아이의 몫도 챙겨 주었다. 그 아이는 먹는 양도 작고 천천히 먹는다. 또래 비해 조금만 잘 못 먹어도 소화도 못 시키고 몸살은 달고 산다. 


어린계집아이 눈에도 보는 것 마다 먹어 치우는 작은 삼촌도 비리 비리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자꾸만 먹으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할머니네가 한 때 힘들게 살았고 영양실조에 걸려 고생을 했단다. 눈 나쁜 사람도 없는데 제대로 먹지를 못해 눈도 살짝 안 좋아 안경을 끼고 있었다.  먹어도 살이 안 지는 이유는 도 있었다. 감기만 걸려도 심하게 목이 부어 잘 삼키지 못하는 편도선염이 심해서 힘들어 했다.  지금의 의학으로는 수술만 해도 금방 좋아지지만 그 당시는 동네 병원에 가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어린계집아이도 작은 삼촌도 서로 양보를 하지 않는 이유라면 이유다.


수완이 좋은 할아버지는 덕분에 삼촌도 수술도 받게 되었다. 그런데  핑계인지는 몰라도 공부를 정말 못하는 것이다. 수술을 마쳐도 몸도 괜찮아진 것 같은데 공부는 영 딸렸다. 공부에 대한 관심은 1도 없다. 


자기의 큰 누나 어린아이의 엄마다. 삼촌의 엄마는 늙어서 학교에 오면 창피하다고 오지 말라고 한다.

할 수 없이 큰 누나가 학교를 갔다. 그 당시에는 공고, 상고, 인문고등. 연합고사처럼 고등학교도 시험을 치고 학교에 갈 수 있다. 상고, 공고, 인문계도 공부를 잘해야 간다. 상고는 주로 상과대학의 진학과 은행, 기업등에 취업을 하고 공고는 공과대학 진학과 공장 등 에지니어 기술직을 간다. 그리고 인문계는 좋은 학교에 따라 흔히 말하는 국립대학에서 사립대학을 갈 수 있다.



그 삼촌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자기 담임이 안경을 쓰고 있으며 수업시간이나 말을 할 때 안경을 계속 올린다고 하며 수업시간에 중에 얼마나 올리는지 숫자를 세다가 머리가 돌 뻔 했단다. 그 말을 가족들 앞에 자랑스럽게 한다.  큰 누나도 그 말이 기억이 났는지  자기 남동생이 갈 학교가 없다는 말 보다는 안경을 계속 올리는 담임의 행동에 웃음이 나오는 것을 겨우 참았단다.  동생이나 누나나 그들의 피는 속일 수 없다.


담임은 " 아이가 갈 만한 학교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학교도 난감합니다.  그래도 고등학교 진학을 해야 한다면 S공고라고 있으며 집하고 학교하고 1시간 넘게 걸린다. 그래도 보내야겠지요. " 아이들이 멀다고 지원을 안 한다.  그래서 갈 수 있다."


삼촌과 큰 누나의 아들은 나이가 같다. 삼촌에게는 큰 누나는 엄마 같은 존재이다. 큰 누나아이는 공부를 잘 하는 편이고 자기 동생은 공부가 학교에서도 밑바닥이라 참 난감하다. 시험은 운발이라고 했든가. 공부를 잘 한다고 학교에서도 자부심을 가진 큰 아이는 중학교 시험을 망쳤다. 그런 아픈 경험을 한 큰 누나는 자기 남동생이 실실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집 근처에 좋은 학교는 언감생신 꿈 같은 이야기다.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엄마, 큰 삼촌 모여서 1차 회의를 하고 장본인(당사자) 작은 삼촌을 불러 학교 진학과 관련하여 담임을 만나서 했든 이야기를 조심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자 .  평소의 삼촌은 생각도 없이 매일 희죽 희죽 거리는데 이번에는 다르다.  "눈물을 흘리며 고등학교 안 가면 안돼, " "난 누나 멀미도 심하고 어지러움증도 있고 기계 만지고 하는 거 싫어 난 공돌이 안 할 래" "기름쟁이 하기 싫어 " "나도 00처럼 상고 가고 싶어" 


아무생각도 없고 밸도 없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때 처음 아이는 삼촌을 불쌍하게 생각했다.

"여자아이는 속으로 우리 삼촌 좋은 학교 가면 좋겠다." 지 오빠는 공부를 잘 한다. 우리 오빠처럼 삼촌도 공부 잘하게 해주세요. 하며 알지도 못하는 신에게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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