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서론

by 하루찌

1.1 존재는 세계를 필요로 하는가?

현대 철학의 많은 전통은 인간 존재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라는 실재적 배경을 전제해 왔다. 하이데거는 인간을 ‘세계-내-존재’로 정의하였고, 사르트르는 인간이 부조리한 세계에 던져졌다고 보았으며, 들뢰즈는 차이의 흐름이 벌어지는 장으로서 세계를 긍정하였다. 이들 모두 존재의 발생 조건으로서 ‘세계의 실재성’을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그러나 철학은 묻지 않은 전제를 문제 삼을 때 비로소 진정한 사유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글은 ‘세계는 실재하는가?’라는 급진적 물음에서 출발한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세계란 무엇이고, 그것이 없다고 할 때 우리는 여전히 존재를 말할 수 있는가? 세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울 수 있으며, 타자와 관계를 맺고 윤리를 구성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을 던진다.

본 글은 이에 대한 응답으로 ‘존재형식론(Formal Ontics)’을 제안한다. 존재형식론은 세계를 보편적 배경으로 삼지 않는다. 대신, 오직 실재하는 것은 ‘인과적 작용 속에 개입하고 영향을 미치는 개체, 곧 나’이며, 이 개체가 특정 인과 구조에 편입되며 형성하는 일시적이고 구체적인 상태, 즉 존재 형식(form of being)만이 존재의 실질을 이룬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세계는 존재자가 아니다. 그것은 다만 변수들 간의 상호작용을 묘사하기 위한 은유적 환원, 혹은 관계의 요약어일 뿐이며, 실재하지 않는다. 존재는 세계에 드러나는 것도, 세계로부터 유래하는 것도 아니다. 존재는 그 자체로 작용하고, 자신을 형성한다. 그리고 이러한 형식들 사이의 전이야말로 자유의 발생 지점이며, 윤리와 타자, 의미의 가능성은 모두 그 내재적 형식 구조 위에 성립한다.

1.2 글의 목적과 구성

이 글은 위의 전제를 바탕으로 다음의 내용을 순차적으로 다룬다.

• 2장 핵심 개념 정립에서는 존재, 존재 형식, 자유라는 개념을 명료하게 정의하고, 기존 존재론의 구조와 구별되는 철학적 출발점을 설정한다.

• 3장 응용 및 논증에서는 이 이론이 타자와 윤리, 의미 구성, 신의 개념, 그리고 설명력 중심 이론관 등으로 어떻게 확장 가능한지를 탐구한다.

• 4장 결론에서는 존재형식론의 철학사적 의의와 실천적 함의를 정리하고, 자유에 대한 기존 관점을 재구성한 이론적 이점을 제시한다.

• 5장 기존 이론과의 차이에서는 하이데거, 사르트르, 들뢰즈, 불교 사상 등과의 비교를 통해 존재형식론의 고유성과 철학적 정당성을 더욱 분명히 한다.

궁극적으로 이 글은 존재를 ‘세계 위에 있는 것’에서 ‘세계 없이 스스로 구성되는 것’으로 전환함으로써, 철학이 의존해왔던 세계 중심적 존재론의 전제를 해체하고, 존재의 자유와 윤리 가능성을 재구성하려는 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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