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르륵─ 댕─.
익숙한 벨 소리가 텅 빈 가게 안을 울렸다.
삼십 년을 하루같이 들어온 소리였다.
문머리에 달린 작은 종은 세월의 때가 타서 둔탁한 소리를 냈지만, 강 노인에게는 그 어떤 음악보다 선명하게 들렸다. 그 소리는 이제 이 가게의 마지막 하루를 알리는 조용한 종소리였다.
그는 벽면에 붙은 스위치를 올렸다. 머리 위 형광등이 찌르르, 기지개를 켜듯 소리를 내며 빛을 뿜어냈다. 서너 개 중 한두 개는 힘겹게 깜빡였고, 나머지는 불그스름하고 침침한 빛으로 슈퍼 안을 비췄다.
벽에 걸린 낡은 시계는 7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제보다 딱 15분 일찍 문을 연 셈이다. 강 노인은 그 15분을, 이 지긋지긋하면서도 애틋한 공간과 작별을 준비하는 데 쓰고 싶었다.
가게 안 풍경은 어제와 다를 바 없었다.
먼지가 뽀얗게 앉은 통조림 캔들, 햇빛에 바래서 색이 다 빠져버린 라면 봉지들. 진열대 맨 아래 구석진 곳에는 언제 떨어졌는지 모를 사탕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었다.
강 노인은 조심스럽게 허리를 숙였다. 뚝 소리를 내는 무릎의 비명을 견디며 사탕을 주워 올렸다.
낡은 포장지 위로 제조 일자가 희미하게 보였다. 소비기한은 이미 수년 전에 지나 있었다.
그는 ‘픽’하고 힘없는 웃음을 지으며 그 사탕을 바지 주머니 속으로 깊숙이 집어넣었다.
“버리긴 아깝잖아.”
누가 듣는 것도 아닌데 혼잣말이 새어 나왔다. 그 말에 응답이라도 하듯, 문틈 사이로 차가운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가게 안의 공기는 밖보다 조금 더 무거웠고, 서글펐다.
그는 천천히 가게 안을 한 바퀴 돌기 시작했다.
발소리가 낡은 마룻바닥을 누를 때마다 끼익, 끼익 대는 소리가 났다. 그 소리는 마치 가게가 노인에게 건네는 마지막 인사처럼 들렸다. 진열대 끝부분, 계산대 옆에 놓인 오래된 나무 의자 앞에서 그는 발길을 멈췄다.
의자 등받이에는 누런 털담요가 아무렇게나 걸쳐져 있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담요 아래쪽 의자 다리에 작은 구멍들이 여러 개 남아 있었다. 아내가 생전에 바느질하며 습관적으로 바늘을 꽂아두던 자리였다.
강 노인은 그 구멍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더듬었다. 아내의 온기가 아직 그곳에 머물러 있는 것만 같았다.
"앉은자리가 불편하면 마음도 같이 불편해지는 법이에요."
그건 아내가 살아생전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었다. 강 노인은 아내가 남긴 그 낡은 의자에 천천히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딱딱한 나무의 감촉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지만, 마음만은 이상하게도 포근해졌다.
그는 눈을 감고 삼십 년 전, 이 골목에 처음 발을 들였던 그날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