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옛 성인들의 가르침과 스트레스

수용심 기르기(2)

by 따봇

최근에 인터넷 서핑을 좀 하다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장자의 '빈 배(虛舟)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요약하면 이렇다. 어느 날, 한 사람이 강을 건너기 위해 배를 타고 있었다. 물살을 따라 천천히 나아가던 그는 잔잔한 강 위에서 평온한 기분을 만끽하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서 다른 배 한 척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배는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그의 배와 부딪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충돌에 깜짝 놀란 그는 곧바로 화를 내며 소리쳤습니다.


"이봐요! 앞을 좀 보고 다니시오! 배를 조심해서 저어야 할 것 아니오!"


그러나 배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 안에는 아무도 타고 있지 않았다. 바람과 물결에 떠밀려 온 빈 배였던 것이다. 그는 순간 허탈한 기분이 들었고, 화를 낼 대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자연스럽게 분노가 가라앉았다. 그리고 이내 웃으며 다시 노를 저어가기 시작했다.


여기서 댓글이 참 재미있었는데, 빈 배였으면 오히려 무서웠을 것이다. 혹은 사람 없다고 화가 나지는 않는다 등등 그렇게 막 공감이 있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는 단순히 화낼 대상이 없으면 화를 낼 필요가 없다 정도로 이해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노자와 장자의 가르침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텍스트로 그냥 이해하기에는 비유적인 교훈이 많기 때문이다. 내가 이해하기로는 '내가 화가 날 만한 것들을 비우자' 즉 '화를 유발한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말자'인 것 같다. 장자는 비워내는 것을 강조하기는 하니까ㅎㅎ


이 썰을 보다보니 옛 성인들의 가르침과 내가 생각했던 스트레스 해소 방법과 연계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찾아보았다. 노자와 장자를 찾아봤으니 이제 부처의 가르침을 찾아봐야지 않겠는가. 사실 불교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열심히 서핑한 끝에 '자애 수행(Metta Bhavana)'이란 것을 발견했다. 자애 수행이란 어떤 특정 사람을 정하여 그 사람을 향해 마음을 기울이고 행복을 기원하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기독교의 이웃사랑과도 비슷한 측면이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기독교의 가르침에서 나는 감사와 순종이란 키워드가 떠올랐다. 항상 목사님들이 강조하는 것이 이 두 개의 키워드인 것 같다. 성경에도 이 키워드에 대한 말씀이 많이 있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내 스트레스 해소 이론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우리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목표는 간단하다 수용심 up, 기대감 down 이다. 특히 수용심 up이 참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 옛 성인들의 가르침을 수용심 up의 도구로 사용하려고 글을 쓰게 되었다.


1. 장자의 '빈 배' 이야기: 분노를 비우는 법

장자의 '빈 배' 이야기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화낼 대상이 없을 때 자연스럽게 분노가 사라진다는 점이다. 우리는 화가 날 때 주로 "저 사람이 나를 화나게 했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그 분노의 대상을 우리가 정해놓고 그 화를 내야겠다고 마음 먹을 때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법이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운전 중 갑자기 다른 차가 내 앞으로 끼어들면 화가 날 수 있다. "운전 매너가 너무 없네!"라고 생각하며 경적을 울리고 짜증을 내기도 한다. 그런데 만약 그 차 주인이 급똥이 마려 어쩔 수 없이 빨리 가야한다면? 또는 출산을 앞두고 있는 임산부가 타고 있는 자동차라고 한다면? 같은 상황이라도 우리의 감정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왜냐하면 분노의 대상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거나,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수용심 키우는 방법에 적용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정리할 수 있다.

(1) 상대방의 의도를 너무 깊게 해석하지 말자. 즉 "이 사람은 나를 괴롭히려고 하는 게 아닐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가져보자.
(2) 이 행동에 있어서 분명히 합당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결국 우리가 화를 내는 것은 우리가 마음속에서 '빈 배'를 '누군가의 배'로 착각하기 때문이다. 몰론 실제로 빈 배가 아닐 뿐더러 내 배를 일부러 부딪히게 하는 사건도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대부분 그러지는 않고 나의 추측인 경우일 것이다.


2. 불교의 자애 수행: 마음을 긍정으로 채우는 법

불교에서 강조하는 '자애 수행'은 단순히 누군가를 사랑하고 배려하는 것을 넘어 적극적으로 선한 감정을 키우는 연습이다. 자애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특정 대상을 정해 그 사람의 행복을 빌어준다.

예를 들어, 우리가 직장에서 자주 부딪히는 동료가 있다고 하자. 그 사람이 짜증나고 불편할 때, 우리는 보통 "제발 나한테 좀 신경 끄고 살았으면 좋겠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애 수행의 방법을 적용하면 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연습을 하게 된다. 약간의 세뇌?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 방법이 실제로 적용이 가능할지 의문이기는 하다. 그 사람 때문에 화나 죽겠는데 그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라고?


나는 행복을 빌어준다기보다 '이 사람이 나에게 악의를 가지고 행동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는 편이 좀 더 현실성 있을 것 같다. 즉, '그렇게 악한 사람들은 없다. 좋은 사람일 것이다'라고 말이다. 물론 좋은 사람이 이 세상에는 거의 없다는게 진리이지만, 굳이 그렇게 생각해서 우리의 스트레스를 추가할 필요는 없지 않는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어쩌다가 그랬겠지' 혹은 '악의는 없지만 눈치가 없나보지' 이 정도로 넘어가면 나름대로 분노가 가라앉고 스트레스 수치는 낮아질 것이다.


3. 기독교의 감사와 순종: 어쩔 수 없는 것에 순응하는 법

기독교에서 자주 강조하는 개념이 바로 '감사(Thanksgiving)''순종(Obedience)'이다. 감사는 주어진 환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이며, 순종은 모든 것이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는 않음을 인정하는 과정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기대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았을 때 보통 "왜 나만 이렇게 힘들어야 하지?"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감사하는 습관이 있으면 같은 상황에서도 '이것도 내게 필요한 과정일지도 몰라'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

구체적 사례를 적용해보자면 지금 선택한 직장의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리는 사람이라고 치자, 그러면 왜 이런 직장에 왔을까라는 후회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직장을 선택할 때 분명히 좋은 점이 있기 때문에 선택했을 것이다. 그 좋은 점을 생각하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 그리고 직장의 상사가 안 좋은 것은 내가 컨트롤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상사가 부당한 지시를 내린다는 것은 바뀔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에 이 상사가 나를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한 방법을 연구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와 동시에 나중에 또 이런 직장 상사를 만나게 되면 전처럼 힘들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수용심 기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