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량과 정성 그리고 진심
“아빠, 오늘은 몇 명이나 참여했어?”
너는 종종 그렇게 묻곤 했었어.
아빠가 행사나 캠페인을 다녀온 날이면, 네가 제일 궁금해하는 건 ‘몇 명이나’라는 숫자야.
아빠는 네가 그런 질문을 할 때마다 잠깐 말을 고르게 된단다.
대답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숫자가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야.
아빠가 일하면서 가장 자주 마주치는 건 사람들의 마음이지만, 그걸 늘 숫자로 설명하긴 어렵거든.
그 말을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아빠는 네 질문을 들으며 두 개의 장면이 떠올랐어.
첫 번째는 몇 년 전, 마포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린 환경 콘서트 캠페인이었어.
시간은 딱 2시간. 사람들은 몰려들었고 음악은 흘렀으며, 분위기는 꽤나 좋았지.
아빠는 짧은 시간 안에 정기후원 전환율이 꽤 높았던 걸 아직도 기억해.
참가자들도 호응이 좋았고, “이런 자리에서 후원도 하네요”라며 자연스럽게 이어졌지.
그날의 수치만 보면 성공적인 캠페인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성과는 분명히 있었어.
하지만 이상하게도 아빠 마음엔 뭔가 허전함이 남았단다.
‘우리는 정말 전달하고 싶은 말을 다 했을까?’
‘사람들은 단지 콘서트의 여운으로 후원을 선택한 건 아닐까?’
그날은 너무 정신없이 흘러가서, 정작 후원이라는 행위의 의미를 깊이 나눌 시간이 없었어.
그 날의 성과를 정리하는 회의에서 사람들은 숫자에 박수를 쳤지만,
아빠는 그 안에서 빠져나온 듯한 기분이었어.
마음이... 비어 있었달까? 그게 ‘성공’이라면, 왜 이렇게 공허했을까?
그 뒤로 아빠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되었어.
“그날 캠페인의 진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전환율이 높았던 이유는 정말 메시지가 통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단지 그 분위기에 끌려 충동적으로 후원한 건 아닐까?’
그날 이후 아빠는 숫자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지.
단지 높고 낮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마음의 진폭을.
그리고 두 번째 장면.
4년 전, 한 달 전부터 준비했던 강연모금 행사였어.
그날은 비가 무섭게 쏟아졌고, 참석자들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지.
신청자의 절반도 오지 않았고, 강연장은 썰렁했으며 시작 전부터 모두가 위축된 얼굴이었어.
아빠도 많이 당황했었단다. ‘이 많은 준비가 헛수고가 아닐까?’
‘사람들이 이렇게 적은데, 과연 오늘 이 시간을 통해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하지만 막상 강연이 시작되자, 전혀 다른 일이 일어났어.
그날 모인 사람들은 눈빛이 깊었고, 반응이 따뜻했어.
강연 도중 몇 번이나 함께 웃고, 함께 멈춰 섰고, 마지막엔 조용히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지.
그 시간은 소수가 모였기에 더 밀도 있는 대화가 가능했고, 말보다 마음이 더 많이 오갔던 자리였단다.
그날은 ‘정량’보다 ‘정성’이 더 빛났던 날이었어.
숫자상으로 보면 실패라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아빠는 그날을 최고의 캠페인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어.
왜냐면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 그 진심의 흐름이 너무도 뚜렷했기 때문이야.
강연이 끝난 후, 조용히 다가온 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지.
“사실 오늘 강의가 끝나고 그냥 가려다가,
뭔가 마음 속 깊이 찌르는 무언가가 있어서 후원을 안 할 수 없었어요.”
아빠는 그 말을 잊지 못한단다. 그 한 줄이, 그날의 모든 것을 정리해줬거든.
숫자로는 기록되지 않지만, 마음에는 깊이 새겨지는 순간이란 그런 거야.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고, 수치를 분석하는 것도 필요해.
하지만 그 수치 속에 얼마나 진심이 담겼는지, 얼마나 서로의 마음이 오갔는지는 숫자만으론 절대 알 수 없어.
오히려 성과만 보려다 보면 마음을 흘려보내기 쉬워지고,
결과에 매달리다 보면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잃어버릴 수도 있어.
아빠는 그런 실수를 여러 번 했고, 그래서 더 조심하려 해.
그래서 지금은 캠페인을 준비할 때마다 묻곤 한단다.
‘이 기획 안에, 진심은 들어가 있는가?’
‘이 숫자 뒤에, 사람들의 마음이 따라올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질문에 대답할 수 있어야, 캠페인이 끝난 후에도 부끄럽지 않단다.
성과라는 건 결국, 숫자에만 있지 않거든.
때론 한 사람의 변화, 조용한 미소, 끝나고 남긴 메모 한 장이 더 큰 의미를 주기도 해.
아빠는 그걸 수없이 겪으며 일하고 있어.
네가 앞으로 자라서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그 일이 숫자로 평가되는 순간은 분명 있을 거야.
전환율, 달성률, KPI, 리포트… 말 그대로 ‘성과’로 이야기되는 장면들 말이지.
그럴수록 아빠는 너에게 말해주고 싶어.
“숫자는 현실을 설명해주지만, 진심을 대변하지는 않아.”
아빠가 지금까지 가장 오래 기억하는 현장들은 언제나 숫자보다 마음이 더 또렷했던 날들이었어.
그런 날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거든.
그리고 그건 ‘일을 잘했다’는 확신보다 더 오래 가는 감정이란다.
네가 무언가를 전달하고, 누군가를 만날 때… 그 순간을 진심으로 준비했는가.
바로 그것이 남는 법이야.
너는 언젠가 스스로 어떤 일을 선택하고, 어떤 결과를 바라게 될 거야.
그때마다 성과와 효율, 수치와 지표 같은 단어들이 너를 따라다닐지도 모르지.
그럴 때, 꼭 기억해줬으면 해.
아빠는 말이야. 내가 일하는 이유가 몇 명의 후원자나 몇 퍼센트의 전환율 때문이 아니라는 걸,
시간이 지날수록 더 확신하게 되었어.
누군가의 진심이 모이고, 그 마음이 길이 되며, 그 길이 다시 다른 사람에게 연결되는 것.
아빠는 그 일을 하고 싶은 거야.
아빠가 일하는 이유는 바로 그 연결에 있어.
진심이 연결되는 그 지점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피어나고, 삶이 변화하고, 세상이 조금 더 따뜻해지거든.
“우리는 때때로 성과를 수치로 말하지만, 진심은 숫자에 담기지 않는다. 그래서 아빠는 숫자보다는 태도, 결과보다는 마음을 먼저 살핀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