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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루 Jun 28. 2021

엄마 이름은 참 이쁘다

엄마의 이름은 참 이쁘다    

며칠 전에 엄마의 은행 일을 보기 위해서 엄마를 모시고 은행에 간 적이 있었다.

내가 신청서에 엄마의 인적사항을 써서 건네주자 그곳 여직원이 감탄하듯 말했다.

“어머나! 이름이 참 이쁘시네요!”

여직원은 고령의 어르신 이름이 옛날 이름 치고 이쁘다면서 엄마에게 이름이 잘 어울린다고 진정성(?) 있는 아부 성 발언을 하였다.

나는 엄마 대신 어깨가 으쓱해지며 흐뭇한 미소로 화답하였다.   

엄마 이름은 어디 가서 말해도 자랑스럽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

엄마 이름은 말 그대로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꽃이 되는 느낌이다.

그 반면 나는 내 이름을 말하기가 싫다. 친구들에게도 그냥 ‘나루’라고 불러달라고 한다. 그건 누나와 여동생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당신의 자식들은 이름이 다 촌스러워 불만들이다. 쌔고 쌘 이름 중에 하필 이름을 그렇게 지었는가 모르겠다. 개명할 수 방법까지 알아보다 귀찮아서 포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작명에 관한 한 아무 권한도 없었던 엄마에게 따질 수도 없는 문제이다. 어떻게 보면 엄마 이름이 부러워서 하는 투정이다.

요즘 신세대 아이처럼 이쁜 우리 엄마의 이름은 ‘서정이’다.

모 연예인을 닮은 이름 같기도 하고 내가 옛날 좋아했던 여자애 이름 같기도 하다. 엄마도 자기 이름은 누구나 이쁘다고 하니까 자랑스럽게 말하며 흡족해하신다. 아마도 엄마 이름을 지어주신 외할아버지는 고리타분한 틀을 벗어난 깨어있는 분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엄마는 이쁜 이름이 있음에도 사실 이름이 없는 분이다.

엄마의 이름은 서류나 작성할 때 필요할 뿐이지 평상시에는 그 용도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엄마의 이름은 그냥 “엄마”이다. 어머니, 어머님도 아니고 옛날 어린아이 때부터 부른 그 이름 그대로 지금도 엄마이다. 나이가 지금 몇 개인데 점잖지 못하게 아직도 엄마라고 부르냐고 누군가 핀잔을 하거나 흉을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엄마” 라고 부르면 오글거리고 징그럽다고 손사래를 칠지 모른다. 

하지만 나는 다소 민망하더라도, 남이 들으면 조금 창피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여전히 엄마이다. 엄마는 한번 엄마이면 영원한 엄마인 것이다. 

꽃 같이 이쁜 엄마 이름을 두고 그냥 ‘엄마’ 라고 부르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렇다고 “서정이 엄마!” 라고 부를 순 없지 않는가.


“엄마!”라고 부르고 되뇌는 것만으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각별한 애틋함이 있고 뭔가 울컥하며 형언할 수 없는 애잔함이 있다.

바다처럼 넓고 우물처럼 깊으며 쨍한 햇살처럼 눈물이 핑 도는 이름. 언제나 내 마음의 고향같은 이름, 오월의 장미 같이 이쁜 이름, 엄마!    


-이름 없는 엄마-    

엄마는 도대체 누군데

이름이 없어요

이름이 촌스러워 부르지 않는 것 아닐 테죠

이름이 필요 없었나요

“엄마!”라고 부르면 누가 부른지 다 아셨나요

우리가 목말라하면 “엄마!” 부르면 되잖아요

우리가 목 메이면 엄마는 늘 곁에 있었잖아요

엄마요, 참 따스한 이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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