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교 엄마의 영어 자존감 무너지던 날
어제 아이들을 학교에서 픽업해 오는 차 안에서
조금 씁쓸한 이야기를 들었다.
“엄마는 다른 외국 엄마들보다 영어를 못해.”
“엄마가 영어를 못해?”
“응, 엄마 영어 못하잖아.”
아이들이 말하는 ‘외국 엄마’는
바로 유러피안 엄마들이다.
아이들 눈에는 백인이면 모두 영어를 잘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둘째 아이에게는 가장 친한 쌍둥이 친구가 있는데
그 아이들은 스웨덴 사람이다.
아이들끼리 너무 친해 매일 학교와 서로의 집을 오가다 보니 엄마들끼리도 자연스럽게 자주 시간을 보내게 됐다.
내가 느끼기엔 그 엄마들도
전형적인 유럽식 영어 악센트를 가지고 있고
영어 실력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다.
유창하고 수려하지는 않지만 학부모 대화, 학교 상담, 병원 진료 등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함이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나는 항공사 승무원으로 근무했었고 중국어 또한 꽤 오랫동안 배워 영어와 중국어가 가능한 사람이다.
그래서 말레이시아로 이주하는 것에 크게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국제학교에 다닌 지 2년이 지나
이제는 영어로 농담을 하고 장난을 치며
선생님에게 자신의 생각을 막힘없이 표현한다.
부당한 일에 본인의 생각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고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이 크게 발전했다고 칭찬했다.
아이들이 엄마는 영어를 못하잖아라고 말하는 포인트들이 있는데
숙제를 도와줄 때가 바로 그 포인트이다.
영어로 모든 교과를 배우다 보니
토종 한국인 엄마가 숙제를 봐줄 때
종종 막히는 순간들이 생긴다.
특히 3학년이 된 큰아이 숙제를 볼 때 더 그렇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다.
parallelogram = 평행사변형
(평행사변형으로만 배운 나는 처음엔 발음조차 몰랐다)
quadrilateral = 사변형
(지금도 여전히 발음이 어렵다)
도형 이름도 어렵지만
작문 용어를 한글로 풀어 설명하는 일은 더 어렵다.
과학은 말할 것도 없다.
한글로 설명해도 이해하기 힘든 개념을
다시 영어로 설명해 줘야 하니
난관에 부딪히기 일쑤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다 보니
아이들 입에서 “엄마는 영어를 못해”라는 말이 나온다.
아이들이 그만큼 성장하고 발전해
엄마를 평가할 수 있게 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16년 동안 영어를 배운 엄마는
아직 너희들보다 한참 위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이건 "엄마의 영어 실력 문제가 아니라
너희의 한국어 실력이 너무나 떨어지는 게 문제란다"라고 소리치고 싶다.
어린 나이에 해외에 나오다 보니
큰아이는 한글은 읽을 수 있지만 문해력이 많이 떨어지고 단어 뜻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작은아이는 일곱 살이 되었지만 아직 한글을 완전히 떼지 못했다.
그래서 한국어 단어 대신 영어단어로 대체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다음 글에서는
해외살이 중 아이들이 늘 묻는 질문,
“나는 영어만 쓰는데 한글은 왜 배워야 해?”
그 질문에 얽힌 우리 집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