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그렇게 방송했어야 했을까?

각인시키다

by 인해 한광일

# 꼭 그렇게 방송해야 했을까?


20여 년은 되었을까? 3D업종 기피증이 심각하다며 방송계가 연일 우려의 목소리를 드높였던 때가 기억난다. 3D(Dirty, Dangerous, Difficult) 업종 그러니까 제조업, 광업, 건축업 등으로 대표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한꺼번에 싸잡아 일컫는 용어다.


방송국 카메라는 어떤 사람들이 3D업종 근로자인지, 일일이 열거하듯 경쟁적으로 밀착 취재한 영상을 보여주곤 했었다. 건설 현장을 찾아가고 조선소를 찾아다녔다. 운송직 근로자들, 건설업 종사자들, 청소직 종사자들을 만나 카메라에 흐린 간유리를 씌워놓고 취재해댔다. 젊은이들이 3D업종에 근무하는 걸 기피함으로써 인력 불균형이 심각해지고 있다며, 걱정 걱정을 해댔었다.


그때 우리는 알았다. 지금 내가 종사하고 있는 일이 천한 일이라는 것을. 자식들은 그런 일을 시키면 안 된다는 것을. 자식이 3D업종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되면 결혼도 못 시키게 될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2등 3등은커녕 등외 국민의 지위로 격하된다는 것을.


그전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아빠의 땀 젖은 얼굴을 안타깝다고 감사하다고, 그런 아버지가 자랑스럽다고도 적었다. 아이들의 그림에도 검댕이가 묻은 아빠의 얼굴은 자랑스럽게 웃고 있었다. 벼를 수확하는 농부들의 얼굴도 보람과 자긍심으로 빛났었다. 간이 술집에 앉아서 친구들에게 거친 엄지손가락으로 우뚝 선 건물을 어깨 뒤로 가리키며, 천배 만배 과장하여 '내가 지었어'라며 너스레를 떨었었다.

아마 방송들은 알고 있지 않을까, 그들의 지속적이고도 집중적인 방송이 그 직업군으로부터 우리의 젊은이들을 얼마나 더 빨리 몰아냈는지? 그들의 말대로 그 자리에 지금 얼마나 많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채워졌는지? 그리고 그 외국인 근로자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덕분에 우리는 오래전에 깔끔하게 지웠어야 할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을 오늘날 더욱 확실하게 가슴에 새기게 되었는지?


3D업종 기피증이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면, 3D업종의 근로자들에게 보람을 확인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자부심을 취재해야 하지 않았을까? 그들의 노고에 맞게 근로복지라던가 합당한 경제적 대우를, 그들 대신 목에 핏줄이 서게 주장하고 선도했어야 했던 건 아니었을까?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아마도 굶을지언정 3D업종을 지원할 젊은이들은 눈 씻고 찾아봐야 할 것이다. 한 명도 못 찾을 만큼 귀해졌다면, 그야말로 땀의 고귀함이 영영 잊히고 만 것이라면, 정말 큰 일이다.


말로 먹고사는 그들이다. 그들 방송국이 얼마나 힘이 센지는 묻지 않아도 다 아는 일이다. 그래서 그들의 말이, 방송이, 더욱 조심스러우면 좋겠다. 같은 말이라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을 하면 좋겠다. 방송에서 범죄 장면을 보고 수법을 배웠다는 범죄자들도 있지 않은가? 대형 범죄가 터질 때마다 학교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한때는 뭐든 학교에 책임을 돌린 결과, 학교가 불신의 대상이 되지 않았는가? 때로는 방송국이야말로 분명한 생각이 서기 전까지는, 사회적으로 해가 될 여지가 적지 않다면, 더욱 입단속을 해주면 좋겠다.



# 꼭 이렇게 방송하면 좋겠다


방송사들, 3D업종의 근로환경과 조건을 개선하자 선도하고, 3D업종에서 기회를 탐색해 볼 생각은 없는지? 3D업종에서 보람을 발굴해 내고 땀의 가치를 복원해 내려 노력해 볼 생각은 없는지? 3D업종 근로도 할 만한 직종으로 되살려 다시 국민께 펼쳐 놓을 생각은 없는지?

이제 선진국의 반열인 대한민국은 호주나 캐나다, EU 여러 나라의 3D 업종 종사자들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해 열띤 취재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청자들이 호주의 '땀의 근로자'들에 대한 경제적인 대우에 대해 '과연 선진국' 어쩌고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습관처럼 자기 자녀를 돌아보곤 '너 속셈학원 시간 안 늦었니?' 하고 채근하더라도 말이다.





육십 년 전통


씨간장은 팔십 년쯤 됐지

된장도 당연히 만들어 쓰지

아무리 바빠도 여덟 가지 재료

하나도 빠뜨리면 안 된다

번거로운 게 어딨노,

정성 없는 음식을

어찌 내놓노?

꾸준하지 않으면 이래 몬한다.


보세요,

땀 뻘뻘 흘려가며

꼭 장작불 불씨라니까요

명품이라니까요, 명품

TV 화면 가득

바글바글

바글바글

곰탕 한 그릇 끓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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