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의 수다

숙제를 안 해 온 까닭

by 인해 한광일


- 아이들한테 선생님 두 분이 계신데, 둘이 아이를 서로 다르게 가르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 그게 무슨 소리야?


- 애들한테 간단한 숙제를 좀 내줬더니, 걔네 엄마가 학교 숙제는 안 해도 된다고 그랬다잖아요.

- 엄마가? 엄마가 그렇게 말하면 안 되지. …에이, 혹시 아이 혼자서 하기 힘든 숙제를 낸 건 아니고?

- 애가 '분모가 다른 분수의 덧셈'을, 다른 애들 다 아는 걸 잘 이해를 못 해서, 좀 남겨서 한 5분쯤 보충학습을

시켰거든요. 결국 깨우치더라고요. 그래도 확실히 알게 하려고, 과제로 간단한 학습지 한 장 줬거든요. …안

해왔더라고요. 그래서 어제 배운 거 다시 물어보니 또 모르더라고요. 숙제 좀 해 오지 그랬니, 했더니 학원숙

제가 많아서 엄마한테 얘기했더니, 엄마가 무슨 학교 숙제를 하느냐고…, 학원 숙제나 하랬대요. 숙제

를 그렇게 많이 내면 어떡하느냐며, 절 이상한 선생이라 하시더래요. …엄마 말, 따랐답니다.


- 애도 참, 그런 말을 해? …그래. 우리 반 애들도 숙제 거의 안 해 와. 되려 학교에서 학원 숙제하느라고 정신

없는 애들도 많고. 기막힌 세상이지. 그렇다고 애 야단칠 수도 없고. …그래도 학교 숙제는 안 해도 된다는

엄마 말은 좀 너무했다.

- 네. 세상이 꾸준히 바뀌긴 했죠. 학교를 무시하는 방향으로요. 하긴 자식 대학 보내려면 엄마가 나서야 하는

시대잖아요. 엄마들, 입시 플래너가 될 수밖에요.


- 숙제 하나 안 해 온 걸 두고, 거 기막힌 해석인데! 솔직히 말하면 학부모들이 뭔 잘못이야. 대학 졸업장 없으

면 아무짝에도 안 써주는 이 사회가 문제지. 아무리 학교 교육이 이상적이면 뭐해? 그야말로 이상(理想) 일

뿐이지. 학부모들은 이리저리 빙빙 돌아가는 교육이 아니라 대입으로 직진하는 교육을 원하는 거거든.

- 맞아요. 인성교육이니 진로교육이니, 창의성 교육이니 미래교육이니 다 필요 없는 거예요, 학부모들에게는.

오히려 그런 것들을 방해 요소로 몰아붙이진 않으시니 그나마 다행인 거죠.


- 강아지 키워, 편식하는 강아지? 사료 속에 맛있는 거 숨겨 놓으면, 딱 그 맛있는 거만 찾아 먹잖아. 더욱이

자식 문젠데…, 당연한 거라고, 대학 생각하면 학교보다 학원이지. 대입의 입맛엔 학원이 훨씬 맛있거든.

- 우리가 이런 얘기하는 거 학부모들이 알까요? 그러니 학교 교육이 학원교육에 비해 무슨 매력이 있겠어요?

젊은 선생님들하고도 잠깐 얘기 나눈 적 있는데, 대학 가는 데는 솔직히 학원 도움이 컸다고도 하더라고요.

- 그렇긴 하지만, 그리고 학부모님들…. 그래, 엄마들 말이야, 좀 너무하기도 해. 횡단보도 건널 때, 학교에선

분명히 파란 불에 건너야 한다고 배운 애를, 차 안 오고 바쁘다며 엄마가 아이 손목을 잡아끌고 무단횡단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냐? 애는 결국 뭘 배웠겠어?

- 에이, 너무 나갔다. 그런 엄마들이 어딨어요, 암만 그래도?


- 아니, 비유라고, 비유. 학교 숙제하지 말랬다며.

- 참 기막힌 비유네요. 제 말이 그 말입니다. 학교에서 가르친 걸 학부모가 정면으로 반대하거나 뒤집으면 안

되죠. 막말로 학교에서 나쁜 거 가르치지 않잖아요. 그걸 뒤집는다거나, 그거 다 필요 없다거나 말하는 건 결

국 학부모가 학교 무시를 넘어 나쁜 걸 가르친다는 거잖아요.

- 그러니 애가 큰 뒤에 사회가 다시 가르치잖아. 법과 경찰이 딱지 끊고, 벌금 먹여가면서 다 새로 가르치는 거

라고.

- 원래 자식 교육의 근본적인 책임과 권리는 부모에게 있는 거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학부모들이 우리 교사

들한테서 교육권을 너무 빠르게 회수해 가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 얘기가 엄청 섞였네. 하여간 이 문제, 나는 부모들이 요구하는 교육과 학교가 가르치려고 하는 교육 간의 괴

리 문제라고 생각해. 그 괴리, 대한민국 학부모 ‘장기 프로젝트인 대입’이 지상 과제인 학부모 입장에선, 학

부모가 요구하는 교육으로부터 학교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학교 교육에 대한 불신의 근원이, 그걸

학교에만 맡겼다간 애 대학 보내긴 틀렸다고 생각하는 거.

- 듣고 보니 되게 웃기네요. 학교에만 맡기만 대학교를 못 간다? 하긴 뭐라 할 수도 없겠네요. 애가 고등학생

되면 학부모들은 또 학교 성적 생각 안 할 수도 없고…. 그땐 엄마들 두 배로 머리 아플 거예요, 그쵸?

- 아이고, 고만하자고. 우리 언제 이 얘기하지 않았어?

- 맞아요. 전에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애 숙제 안 해온 건 어떡하죠? 숙제 내줘야 돼요, 안 내줘야 돼요?

- 아, 몰라. 학부모하고 사회하고 먼저 합의하라고 해. 뭐 해? 그만 일어나자고.






탈출의 꿈



하늘의 별들은

어쩌면


빠꼼빠꼼 뚫린

구멍일지도 몰라


지구를 뒤덮은

어마어마한

깜장 비닐하우스 위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고양이가

밖으로 기어올라


빠꼼빠꼼 뚫어 놓은

발톱 자국들 일지 몰라


크고 둥근 보름달도

깜장 비닐하우스 밖으로 낸

숨구멍 아닐까?


그렇다면, 뭐야!

보름달 밖으로

쏘옥 빠져나가면

하늘나라?


담장 위의 까만 고양이

별구경 달구경하다 말고

깜짝 놀라

벌떡 일어선다.


keyword
이전 09화맛있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