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어서 많이 망설이다가 소심하게 열어 본다.
그리 멀지 않은(불과 십 수년이나 되었을까?) 때, 스승의 날은 며칠 전부터 TV 방송으로 선생님들이 실컷 욕먹는 날이었다. 그 이전 촌지문화가 극성을 부렸던 때가 있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땐 스승의 날이면, 선생님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애썼으며, 찻집도 잘 들르지 않았다. 가더라도 말실수가 무서웠다. 그런 때에 비하면 이른바 '김영란법(청탁 금지법)'은 학교 선생님들을 해방시켜 준 계기가 되었다. 아마 학부모도 이때 촌지 고통(?)으로부터 함께 해방되지 않았을는지.
'국가 기념일도 아닌 것을, 스승의 날은 왜 만들어가지고...'
당시 사회에선 동의하지 않았겠으나 적지 않은 선생님들은 선배들을 원망하곤 했었다.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 덕분에 이제 스승의 날이라도 선생님과 학부모의 마주 보는 시선은 전혀 불편하지 않게 되었다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여긴다. 나로선 오히려 개운하다. '홀가분'에 가까운 기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깜짝깜짝 놀랐다는 선생님들이 계시다. 스승의 날 등교하는 몇몇 아이의 손에 들린 카네이션 때문이었단다. 혹시 하는 마음에 아이를 스쳐 지나가면서 '스승의 날 꽃 드리는 거 아니다'하고 일깨워 주려고 했더니, '걱정 마세요, 선생님. 이거 학원 선생님 거예요'하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아뿔사 괜한 걱정에 망신당했구나' 선생님은 얼굴 붉은 것 들키지 않으려고 걸음을 재촉하여 얼른 현관으로 빨려 들어갔단다.
그것은 교육 개혁 운동의 하나였을 것이다. 학교에서 시작하여 사회를 변화시켜보고자 하는 시도였을지도 모른다. 주입식 교육, 주지 교육의 비교육적 폐해를 알면서도 계속 줄 세우기 교육을 할 거냐는 반성이었다. 학교 교육은 점점 개별화 교육, 개별 교육, 협동교육, 창의교육, 역량 교육, 학생중심 교육, 미래교육을 지향했으며 대입을 위한 주입식 교육, 주지 교육에 스스로 제동을 걸었다. 그러나 그것이 학교 교육과 교사의 교육 철학에만 변혁을 가져오게 하는 개혁일 줄은 몰랐나 보다.
창의성 교육, 융합교육, 학생중심교육, 체험중심교육, 참지식 교육, 미래교육은 무슨? 학생과 학부모에겐 대학입시가 가장 중요했던 것이다. 대학입시를 위해서라면 그 방식이 주입식 교육이든 주지교과 중심 교육이든 상관없었다. 오히려 족집게면 더 좋았다. 점수만 잘 나오면 되는 것이다.
진짜 모르는 것은 학교와 교사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학부모의 미래는 학생인 자녀이고, 학생들의 코 앞의 미래는 대학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당장 성취해 내야할 것이 바로 대학 입학인 것을. 수요자 중심교육(교육 용어로 '수요자 중심 교육'이라는 경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정말 불쾌하게 생각한다)을 한다면서 학교는 진짜 학부모와 학생들의 수요를 몰랐나 보다. 아니, 외면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학부모는 결코 대학입시 중심의 교육을 놓을 수 없다. 참교육(?)이 학교에서 강조될수록, 학부모들은 대입 교육을 쥔 손에 악력을 더했다. 참교육(?)을 하겠다는 담임과는 자녀의 대입 문제를 논의하고 싶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참교육을 하는 담임교사도 학생의 대입에 대해 조언해 줄 게 별로 없었다. 그러니 대입 상담에서 학교의 담임교사 의견은 신뢰하기 어려워 졌다. 학원 선생님이라야 했다. 학부모님들이 자녀들의 대입에 대한 불안과 갈증을 풀려면, 상담 대상은 학원 선생님들이라야 했다. 대입 방식이 복잡해질수록 그들에 대한 학부모들의 신뢰는 더욱 굳건해져 왔다. 스승은 그들이었던 것이다. 교육이 무엇이어야 하던 간에 학생과 학부모의 당장의 필요는 대입에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스승의 날 학원 선생님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청탁금지법 덕분에 학교 선생님들에게는 속 시원하게 스승의 날, 스승이 안 되는 꿈(?)이 실현되었다. 비로소 TV 방송 카메라의 추적을 받을 필요도, 욕을 들을 일도 없다. 카페에 앉아 일상의 커피를 즐길 수도 있게 되었다.
스승이 어찌 학교에만 있을까. 혹 스승이 남을 이끄는 사람이라는 의미를 담은 낱말이라면, 스승은 학교 말고도 도처에 있을 수 있다. 스승의 날은 이제 겨레의 스승을 기리는 날로 진화하면 좋을 듯 하다. 도처의 스승을 찾아내어 그를 높이 기리고 배우는 날로 방향이 지워지면 좋겠다.
ps : 학교를 변화시켜 사회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생각은 유효도가 높지 않은 것 같다. 학교가 오랜 시간 교육을 개선, 개량해 왔음에도 그것은 찻잔 속의 소용돌이였을 뿐이었던 것은 아니었을지. 거꾸로 교육이 유행이다. 교육의 변화야말로 거꾸로 시도되어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다. 학교 교육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사회로부터 있어야 하는가 보다.
생선 매운탕 끓이기
생선 대가리나 뼈
새우나 알집이나 곤이나
콩나물이나 무나
미나리나 버섯이나
양파나 대파나 팽이버섯
없으면 한 두 가지
안 넣어도 되지만
또 좋은 게 있으면
그걸 넣으면 되겠지만
매운탕인데
마늘 고추장 고춧가루는
어떻게 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