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여섯의 끝에서 앞을 보다.
절벽 앞에 섰다.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 젊은 나이야.", "서른 전까지 이것저것 해봐도 돼."......
젊은이가 가진 것은 시간뿐이라는 말을 절감한다.
불과 일주일 전까지 병역을 이행했다. 남들보다는 늦은 시기에 마친 병역생활이라, 끝과 동시에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집안에서는 아무도 나를 부추기지 않는다. 오히려 쉬었다 가도 된다고 말씀해 주신다. 참으로 감사하다.
쫓아오는 이도, 밀어대는 이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언가에 쫓기는 기분이 든다. 당장 뭐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 침대에 누워있는 시간이 괴롭다. 난 배가 불렀다.
부족함 없이 자랐다. 가지고 싶었던 것을 다 가지며 살진 않았다. 하지만, 배가 고파본 적이 없었고, 편안히 누울 공간도 항상 있었다. 가족의 사랑도 충분했다. 결핍을 느끼지 못하며 자란 것이 지금의 나태한 나를 만든 것 같다. 단단히 미쳤다.
화살을 외가 아닌, 내게 겨눈다. 더 용감해져야 한다. 더 스스로를 믿어야 하고, 더 강인해져야 한다. 나는 변화시키기 가장 쉬운 존재다. 나의 발끝을 트는 대로 나아갈 방향이 바뀐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하고 싶다.' 이 말은 욕심 같다. 고민으로 보내버릴 하루가, 가장 큰 후회로 남는다.
앞으로도 방황할 것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이 글을 비롯하여 앞으로의 글들은 나의 방황기를 담을 것이다.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비슷한 고민들을 안고 살아간다. 지금 내가 하는 고민은 누군가도 하고 있다. 공감은 관계의 기반이다. 관계의 확장은 세계가 된다. 현 사회는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연결된다. 지구 반대편에 사는 이들과도 소통할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아이러니하게도, 초연결의 세상이 고립을 심화시킨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중반, 선택의 기로 앞에 놓인, 놓일 사람들과 서로 다독여주고 싶다.
나는 나태하고, 이기적이며, 현실적인 사람이다. 한정된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매일 에너지를 쌓아두고 있다. 하지만 오늘의 에너지는 내일까지 보존되지 않는다. 에너지는 쓰지 않으면 휘발된다. 우리들에게 에너지는 ‘1일짜리 기간제 아이템’이다. 매일 주어지는 아이템을 낭비하지 말자.
매일 무언가를 남기며 살아가기로 작정했다. 글, 사진, 영상, 옷 등 내 손끝에서 만들어진 무언가를 가능하면 매일 남기려 한다. 두서, 맥락 없이 일단 남긴다. 일전까지는 계획하는 데 과한 에너지를 사용하며 살았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지쳐버렸다. '꽤 열심히 살지 않았나?'라는 착각이 들게 만든 것은 여기서 비롯된 문제다.
무언가를 하면서 살아왔을 터인데,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인생에 이제 신물이 난다. 대책 없이 쏟아내며 살아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