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어제로부터 나를 구하기
"얼마를 벌어야 할까?", "무엇을 팔아야 할까?"......
계산하기 시작하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생각을 멈추고 닥치는 대로 하면 될 텐데, '이걸 왜 해야 하지?'라는 질문이 나를 멈춰 세운다.
갖고 싶은 게 적다. 먹는 음식, 입는 옷, 사는 집, 타는 차와 같은 것들에 대해서는 욕심이 없다.
'건강에 해롭지만 않으면', '너무 춥거나, 덥거나, 습하지만 않으면', '하루에 8시간 정도 잘 수만 있으면', '화장실이 집안에 있다면', '3층 이상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 것만 아니면', '버스나 지하철 정류장까지 5분 내로 걸어갈 수만 있으면'......
위와 같은 것들이 '내 기준 최소요건들'이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요건을 갖추고, 그 위에서 살아가려면 얼마의 돈이 필요할까?
적게는 100만 원, 많게는 200만 원 정도다. 이 정도만 있어도 내가 내린 기준에 차고 넘치는 생활을 할 수 있다. 최저시급을 받고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살아갈 수 있다. 사회가 정한 최저의 기준이 최소요건의 삶과 맞아떨어진다. 칼 같은 세상이다.
일하면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사는 건 어렵지 않다. 이때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사는 의미가 있나?'
매일의 반복, 어제보다 나아지지도, 나빠지지도 않을 하루, 시스템에 종속되어 같은 자리에서 똑같은 말만 반복하는 게임 속 NPC와 같은 삶을 사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가? 이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남기는 삶을 살고 싶다. 어제가 휘발되지 않았으면. 지나간 어제들이 쌓여 다가올 내일을 지탱해 줬으면 좋겠다. 이러한 생각에 '욕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그렇지 않다.'는 답을 내렸다.
남기는 삶, 나는 무엇을 남기려 하는 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