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나무 Jul 19. 2022

뉴욕 2. 다시 가도, 브루클린 브릿지

1.    걷는 사람과 마차, 전차와 소떼를 위해 설계된 다리


 “우와, 이럴 수가! 이거 현실에 존재할 수 있는 다리야?”

 “진짜 다리 위에 차가 없네!”

 정말 브루클린 브릿지 위에는 차가 없다. 나는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연신 감탄사만 연발했다. 코로나 상황임에도 제법 많은 관광객들이 들뜬 얼굴로 연신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뉴욕 여행을 하기 전에 책을 읽어서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믿기지 않는다. 늘 차들로 가득한 한강의 다리들만 보다가 차 대신 사람들로 가득한 다리를 보니 신기하다. 다리의 오른쪽과 왼쪽을 내려다보니 다리 양옆 아래로 차가 다니고 있다.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도시 뉴욕에서 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잇는 다리를 차가 아닌 사람에게 내어주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놀랍다.


 브루클린 브릿지는 뉴욕에서 꼭 걸어서 가 봐야 하는 다리로 뉴욕시청의 동쪽 광장에서 바로 진입할 수 있다. 이 다리가 특별한 것은 보행로가 차량 도로보다 높게 한가운데에 위치한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보행자를 염두에 두고 설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단에는 차가 다니고 2층 상단에는 사람들이 다닌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설계 개념은 뉴욕의 큰 애비뉴 같은 다리로써 차량 일방적인 후대의 다리와는 다르다. 1869년 공사가 시작되어 14년 만에 완공된 뉴욕 최초의 다리로 기존에 페리를 이용해서 강을 건너던 것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독립된 도시였던 브루클린이 실질적으로 뉴욕에 편입되기 시작한 계기가 되었다



2.    다리가 만들어질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인공구조물

 브루클린 브릿지를 처음 만나면 그 규모와 독특한 디자인에 압도된다. 다리가 만들어질 당시 브릿지 타워가 이스트 강을 오르내리는 수송선의 돛대 높이보다 높아야 했다. 그래서 브릿지 타워는 당시 가장 높은 빌딩보다 네 배나 높게 만들어져야 했고, 한동안 뉴욕에서 가장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거대한 다리가 만들어진 배경이 재미있다. 일설에 의하면 이 다리의 설계자 존 로블링은 어느 날 강을 건너기 위해 페리를 기다리다 너무 화가 나 스스로 브루클린 브릿지의 설계안을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렇게 어마어마한 구조물은 불가능하다고 여겨 반응은 냉담했다. 그런데 강추위로 이스트강이 얼어서 4주 동안 맨해튼과 브루클린의 교통이 두절되는 것을 계기로 정부가 아닌 민간기업인에 의해 다리가 세워지게 된다.



3.    세계 최초의 강철 현수교

 샌프란시스코의 골든 브릿지나 우리나라의 이순신 대교, 영종대교, 광안대교 등을 보면 이들이 현수교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그런데 브루클린 브릿지는 독특한 양식과 웅장한 스케일로 가까이서 보면 현수교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이 다리는 현처럼 가지런하게 늘어선 와이어가 특징이다. 특히 교량 한가운데에는 고딕 양식의 아름다운 아치 교각이 두 개 세워져 있는데 이 덕분에 교량이 더욱 웅장해 보이며 압도적인 빛을 발한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아름다운 교량의 모습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많은 문학과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


4.    내가 사랑한 브루클린 브리지

 이번이 네 번째 뉴욕 방문인데 지난 세 번의 방문 때는 브루클린 브릿지에 와 본 적이 없다. 맨해튼의 야경을 보기 위해서 브루클린에 간 적은 있지만 그때는 지하철을 이용했다. 역시 과거 나의 뉴욕 여행은 알맹이 없는 쭉정이였나 보다.

 브루클린 브릿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혼자 또는 연인이나 가족과 함께 온 여행객들, 그리고 웨딩 화보를 촬영하는 커플들, 하나같이 행복한 얼굴들이다. 출국을 하루 앞두고 다시 찾은 브루클린 브리지에서 보는 환상적인 선셋과 로어 맨해튼의 눈부신 야경은 뉴욕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내는 내게 큰 선물이다. 브루클린 브릿지의 비현실적인 아름다움과 로어 맨해튼의 하이라인 빌딩, 그리고 강렬한 선셋, 자연과 인공의 완벽하고 절묘한 조화가 아름답게 빛난다. 몸도 마음도 깃털처럼 가벼워짐을 느낀다.



 뉴욕에는 내가 사랑하는 브루클린 브리지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뉴욕 1. 낯선 도시, 능동적 몰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