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고 굵게 - 2박 3일, 최소 4성급 이상 호텔(5성급이면 더 좋고), 먹는 것은 가능한 미슐랭 급에서,
안 되면 1박 2일로 줄여서라도.
= 가늘고 길게 - 6박 7일, 숙소는 적당히 깨끗하면 오케이, 먹는 것은 가성비 좋은 맛집에서,
가능하면 7박이나 8박으로 늘려서라도.
2. 그녀의 돼지 저금통, '아끼다 똥 된 것 아닌가?!'
그녀는 20년 동안 틈틈이 키워 온 돼지 한 마리를 잡기로 했다. 살아 있는 돼지는 아니고 돼지 저금통이다. 그동안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동전을 모은 것은 아니지만, 습관적으로 동전이 생길 때마다 꼭 돼지 저금통에 넣었다. 요사이 한동안 잊고 지내다가 이사가 얼마 남지 않아서 집안 구석구석을 살피며 짐을 정리하던 중 한쪽 구석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과연 얼마나 될까 궁금하기도 하고, 짐도 정리할 겸 가까운 은행으로 갔다.
그녀 혼자 들 수도 없는 무게라 남편에게 사정사정하여 같이 갔다. 그런데, ‘맙소사!’ 동전은 매주 수요일에만 받는다고 했다. 더운 여름날 삐질삐질 땀까지 흘리며 들고 왔는데 헛걸음만 쳤으니 남편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화가 솟구쳤으나 참았다. 하기야 요즘 거의 모든 경제적 거래가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니까 5만 원권 지폐도 잘 쓰지 않는데 동전이 대접받을 리는 만무한 세상이다.
다음 날 다시 그 무거운 돼지를 안고 은행으로 갔다. 20년간 그녀가 모은 동전은 과연 얼마였을까? 18만 9천2백 원, 많은 돈일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20년 동안 모은 돈이 18만 원 남짓이라고 하니 약간 허무하기도 하고 황망했다. 이 돈으로 요즘 세상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모은 세월만큼의 값을 할 만한 소비 방법이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자꾸 이런 생각만 밀려와 혼잣말을 했다.
“그 동전들을 돼지 저금통에 넣지 말고 차라리 커피라도 마실 걸. 요즘 같이 인플레이션으로 돈 가치가 떨어지고 있는 판국에 말 그대로 ‘아끼다 똥 됐네, 쯧쯧쯧.’ "
3. ‘절약이 미덕인 부모 세대’& ‘소비가 미덕인 자녀 세대
1990년대에 태어난 자녀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여 경제적인 독립을 하고 있다. 그들은 경제적인 독립을 하기 전까지 대체로 부모들의 넉넉한 뒷바라지를 받았으며, 부모 세대에 비해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며 살고 있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은 부모 세대가 겪었던 가난에 대한 기억은 별로 없다. 그래서 그들의 소비패턴은 부모세대와는 다르다. 자기 관리를 위해서 고가의 PT(Personal Training)를 받거나, 최신 핫한 레스토랑에서 제법 값나가는 음식을 먹는다. 명품 한두 개쯤은 당연히 가지고 있거나, 취미나 여행 등을 위해 과감하게 돈을 투자하는 편이다. 그들은 미래를 위해서 절약하고 저축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위해서 현재의 삶을 희생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한다.
1960년데 태어난 부모세대들은 그들 자녀세대와는 다른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그들의 어린 시절은 가난했으며 늘 물질적인 결핍 속에서 살아야 했다. 그들이 성장하여 경제적인 독립을 할 즈음인 1980년대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노동으로 번 돈을 편하게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당시는 ‘티끌 모아 태산’이나 ‘번쩍이는 호화 의식, 우리 살림 좀먹는다.’와 같은 절약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였고, 대체로 형제자매가 많았기 때문에 부모로부터 경제적인 유산을 받을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늘 근검절약하여 저축을 하고 내 집을 마련해야 했다. 자녀들의 교육과 결혼은 물론이고 자신의 노후를 준비해야 했으며 대체로 부모를 봉양해야 했다. 그런 그들에게 자신들을 위한 소비는 늘 유보되어야 했으며 그런 소비 방식이 축적되어 그들의 삶으로 굳어졌다.
4. 과연 절약이 미덕일까?
‘소비가 미덕이다.’라는 말이 있다. 사회경제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한 소비는 ‘소비-생산-고용창출’이라는 경제순환구조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국내 소비도 경제성장의 중요한 축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인적인 측면에서 볼 때 적절한 소비의 척도는 부의 정도에 따라, 혹은 나이에 따라 다른 것 같다.
‘절약을 미덕’으로 알고 실천하며 살아온 1960년대 출생 부모에게 ‘소비가 미덕’인 시대에 태어나고 성장한 1990년대 출생 자녀들의 소비방식은 못마땅할 수밖에 없다. 부모의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의 자녀들은 도무지 절약이라고는 모르는 철부지 어린애로 보일 때도 있다. 한편 때로는 자신들이 그토록 절약하여 이룬 부를 자녀들이 누리고 있다고 생각되기도 해서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그들도 ‘소비가 미덕이니 쓰고 살자.’고 다짐하며 한두 번 호기를 부려본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고 만다. 이미 굳어버린 습관으로 그들의 소비방식은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그저 다른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에 굳어진 소비방식이니 누구의 잘잘못도 아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1960년대 출생한 부모가 1990년대 출생한 자녀보다 경제적 소비를 할 시간이 훨씬 적게 남았으니 남은 기간이나마 형편이 되는대로 잘 쓰고 잘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5. 그녀에게는 '소비가 미덕'
1960년대 출생한 그녀는 지금도 오랜 습성으로 몸에 배어버린 절약과 저축을 실천하며 살고 있다. 머리로는 ‘이 나이에는 소비가 미덕이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몸은 ‘절약과 저축만이 살길이다.’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아끼다 똥 된다.’는 것을 번연히 알고 있으면서도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오늘도 그녀는 그렇게 살고 있다. 쓰고 사는 것이 진짜 부자가 되는 길임을 알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