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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Aug 17. 2022

호흡명상, 마음 챙김

 수업 종료를 알리는 벨이 울리고 칠판을 닦느라 등을 돌리는 순간, 갑자기 등 뒤에서 ‘우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웅성거린다. 내가 뒤를 돌아보았을 때는 이미 한 아이는 코피를 흘리고 있고, 다른 한 아이는 여전히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꽉 쥔 주먹은 부르르 떨고 있다. 중학교 2학년 남자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 아이를 빙 둘러싸고 있고, 서너 명은 두 아이를 붙잡고 말리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난 쏜살같이 달려가 두 아이를 멀찌감치 떨어뜨려 놓는다. 주먹을 날린 아이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숨을 가쁘게 내쉬고 있다. 우선 화나게 한 학생이 보이지 않도록 돌아서게 하고 호흡을 크게 하도록 해 본다.

 “oo야, 일단 숨을 크~게~ 쉬어 보자. 자아~, 하나, 둘, 셋, 넷, 다섯”

 나도 다섯을 세며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 내시고를 같이 한다.

 학생들 사이에 다툼이 있을 때 내가 하는 첫 번째 처방이다. 일단 호흡을 크게 하면서 들숨에 다섯까지 세고, 날숨에 다섯까지 센다. 가능하면 큰 호흡을 세 번 반복하게 한다. 호흡으로 감정을 가라앉히고 조절하는 이 방법은 대체로 화가 나 있는 아이의 마음을 가라앉히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호흡명상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첫째가 유학을 떠나고, 둘째도 기숙사 고등학교로 진학을 한 후 물리적으로는 시간적 여유가 많아졌는데, 심리적으로는 왠지 안정이 안 됐기 때문이었다. 중요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허전했다. 아이 둘 교육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았는데 갑자기 눈앞에 길이 끊기고 내 삶의 일부가 텅 빈 공백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직장 동료로부터 가까운 절에 명상 프로그램이 있어서 참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같이 가게 되었다. 명상을 하면 지금의 이 불안정한 감정에서 벗어나고 새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호흡에 의해 우리 생명은 유지된다. 그런데 이 호흡은 감정과도 큰 연관이 있다. 감정이 격해지면 호흡이 빨라지는데 이때 호흡만 잘 조절해도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다. 복잡한 인간관계에서 실망, 배신, 분노 등의 감정을 느낄 때,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데 이때 호흡을 가다듬으면서 길게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그래서 명상의 가장 기본으로 호흡명상을 많이 추천한다.

  호흡명상은 아래와 같이 하면 된다. 실천이 어렵지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 의자에 앉아 허리를 펴고 손은 가볍게 무릎 위에 올린 후 두 발은 바닥에 닿게 한다.

  (바닥에 방석을 깔고 앉거나 편안하게 누워도 된다.)

* 어깨에 힘을 빼고 몸의 모든 근육을 이완시켜 긴장을 푼다

* 입을 가볍게 다물고 눈을 살짝 감는다.

* 상반신을 물병이라고 생각하고 엉덩이 혹은 그 아래에서부터 물이 서서히 차 올라 배를 지나 가슴과 목까지차오른다고 생각하며 숨을 크고 깊게 들이마신다.

* 수위가 목에서 시작해서 가슴, 배를 지나 엉덩이까지 서서히 내려간다고 생각하며 숨을 크게 내쉰다.

* 다른 생각이나 감각, 졸음 등이 오면, 그것에 빠지거나 물리치려 하지 말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알아차린다.

* 다른 생각이나 졸음에서 다시 천천히 호흡으로 돌아와 호흡을 반복한다.

* 명상을 한다는 생각 대신에 오직 호흡을 한다는 생각으로 순간순간에 깨어 있는다.
* ‘내가 이렇게 숨을 들이쉬고 내쉬고 있구나’라고, 그저 숨 쉬고 있음을 인식하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바라본다. 호흡하는 동안 몸에 긴장감이 있다면 내 쉬는 숨을 조금 더 길게 하며 긴장을 내려놓는다


 호흡명상은 우리가 쉼 없이 하는 호흡을 기본으로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호흡명상을 시도해 본 사람이라면 아래와 같은 경험을 했을 것이다.

자, 이제부터 명상을 시작해 볼까. 오늘은 10분만이라도 집중해서 호흡해 보자. 숨이 서서히 차오르는 배와 가슴을 인식하면서 하나, 둘, 셋,… 그나저나 이번 주까지 내야 할 제안서를 내일 중으로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이디어가 마음에 안 들어. 팀장님과 의논해 볼까? 아니,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지금은 명상 중이니까 일단 명상에 집중하자. 다시 숨이 서서히 차오르는 배와 가슴을 인식하면서 하나, 둘, 셋, 넷, 다섯, 들숨 뒤에 잠시 멈췄다가 다시 서서히 숨을 내 쉬는 거야. 하나, 둘, 셋, 넷, … 내일 아침식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가족 건강을 챙겨야 되는데 내가 요즘 너무 신경을 안 썼어. 내일 아침에는 계란 프라이에 오트밀, 그리고 블루베리와 요거트를 먹으면 되겠다… 오! 이런, 내가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네. 안 돼, 다시 명상에 집중해 보자. 자, 다시 숨이 서서히 차오르는 배와 가슴을 인식하면서 하나, 둘, 셋,…

 명상을 하는 10분 동안 사이사이 온갖 생각들이 비집고 들어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흡명상은 마음을 평화롭게 하고 감정과 생각을 다스리는데 도움이 된다. 명상을 하는 동안 생각을 쉬게 하고 평정심을 유지하게 해 주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호흡명상이 수면에도 도움이 된다. 잠자기 전 침대에 누워 낮 동안 잘못된 자세로 어느 한쪽으로 치우쳐진 몸을 스트레칭을 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본다. 그리고 온몸의 긴장을 풀고 두 발은 어깨 넓이 정도로 벌리고 팔은 45도 아래로 내린 후 호흡을 시작한다. 호흡 사이사이 여러 생각들이 밀려오지만 호흡의 끈을 놓지 않고 계속하다 보면 온 몸이 나른해지고, 감각이 약간 무디어지면서 수면으로 들어가고 있음이 느껴지는 순간이 온다. 자신이 잠이 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지는 것은 꽤 색다르고 기분 좋은 경험이다. 그리고 곧 잠이 든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비욘 나티코 린데블라드 지음)를 읽으며 호흡명상을 다시 생각하고 실천하려 애쓰고 있다. 요즘 나도 모르게 몸에 힘이 들어가 있거나, 호흡이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몸에 힘을 빼고 한숨 쉬듯 크게 호흡 한 번 하는 것으로도 우리 몸은 잠깐의 휴식을 갖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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