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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Aug 20. 2022

뉴욕 5. 센트럴 파크에서 체육수업을 한다면

 센트럴 파크는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공원이며 미국 전역을 통틀어 방문객이 가장 많은 공원으로 맨해튼에서 동서로 5번 애비뉴부터 8번 애비뉴까지, 남북으로 59번 스트리트에서 110번 스트리트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규모이다. 밤에 맨해튼의 야경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공원 한가운데 애비뉴와 스트리트의 격자형 불빛 사이로 까만 공백이 보이는데 이곳이 센트럴파크다.

 센트럴 파크의 설계자는 ‘자연이 인간의 심성을 정화한다.’는 철학을 공원에 담으려고 했다고 한다. 공원 설계 당시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맨해튼에 사는 사람들 중 부유층을 제외하면 도시 외곽의 자연경관을 전혀 즐길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설계자인 옴스테드는 도시에 갇힌 사람들이 열악한 ‘인공 환경’ 속에서 인간이 가져야 할 바른 심성을 잃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측면에서 공원의 자연이 인공에 의해 침해되지 않도록 도로도 설계되었다. 센트럴 파크에는 4개의 관통도로가 있지만 지하층 높이로 낮게 조정함으로써 공원 내에서 시각적으로 분리되어 있으며, 보행로를 막는 경우도 없다. 센트럴 파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도 고전주의와 아르테코 풍으로 지어져 오히려 센트럴 파크의 분위기를 더욱 아름답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맨해튼을 관광하려면 센트럴 파크를 경유하는 것이 좋다. 센트럴 파크 주변에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뉴욕 자연사 박물관,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프릭 컬렉션, 뉴욕 링컨 센터,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등 유명 미술관과 박물관, 극장 등이 있다. 박물관이나 극장에 가기 전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사서 센트럴 파크에서 소풍을 즐기는 것은 뉴욕의 낭만을 즐기는 최고의 방법이다. 느릿한 걸음으로 공원의 이곳저곳을 여유 있게 산책하다가 벤치에 앉아 준비해 온 샌드위치나 샐러드를 먹으며 투명한 햇살과 바람을 즐긴다면 이미 진정한 뉴요커가 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 공놀이하는 부부,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사람,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부부, 조깅하는 그룹, 멋진 포즈로 셀카를 찍는 여행객,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연인, 그리고 공원의 키 큰 나무들, 햇살과 산들바람에 흔들리면 빛나는 나뭇잎들, 벤치에 앉아 이 모든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센트럴 파크 공원 내에는 존 레넌을 추모하는 공간인 뉴욕 스트로베리 필즈가 있는데, 그곳에는 늘 존 레넌의 노래를 기타 연주와 함께 들려주는 무명가수가 있고, 노래가 끝나면 기타 케이스에 달러를 놓고 가는 몇몇의 관광객들이 있다.


 센트럴 파크 중심부에는 사계절 아름다운 모습으로 관광객을 사로잡는 베데스다 테라스와 분수가 있다. 베데스다 분수는 1842년 뉴욕 시가 상수도관 개설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성서에 등장하는 예루살렘의 베데스다 연못을 본떠 만들었다. 분수 주변에는 센트럴 파크의 산책로와 호수가 내려다 보이는 베데스다 테라스가 있는데, 이곳에서 내려다보는 분수와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가 일품이다. 베데스다 테라스 아래는 클래식하게 단장되어 마치 유럽 어느 아름다운 궁전에 들어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베데스다 분수와 테라스 주변에는 이벤트를 하는 아티스트와 웨딩 촬영을 하는 예비부부, 댄스파티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지켜보는 관광객들로 늘 붐빈다.

 

 센트럴 파크에서 경험한 많은 것들 중 특히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학생들이었다. 공원에서 선생님의 설명에 이어 학생들이 단거리 달리기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고등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의 표정이 진지했다. 공원의 다른 곳에서는 오래 달리기를 하는 초등학교 저학년 꼬마들을 만났다. 친구들과 달리기를 하면서 즐겁게 웃거나 얘기도 하고, 달리다가  힘들면 잠시 걷다가도 선생님 앞을 지날 때면 다시 뛰었다. 어떤 아이는 선생님께 어리광 부리듯 그만 뛰게 해 달라고 조르기도 했지만 선생님은 단호하게 ‘NO!’라고 말했고 아이는 다시 뛰기 시작했다. 초록에 둘러싸인 확 트인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교사와 학생들을 보며 마냥 부럽기만 했다. 흙먼지 날리는 팍팍한 운동장에서 뛰고 있을 서울의 아이들을 생각했다.

 서울에도 많은 공원이 있다. 큰 공원으로 올림픽 공원, 서울 숲, 북서울 꿈의 숲, 하늘공원, 용산가족공원, 서울 어린이대공원, 서서울 호수공원, 여의도 공원, 한강공원들 등이 있으며, 그 밖에도 크고 작은 많은 공원들이 있다. 도시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때 시민들이 여가를 즐기고 운동을 할 수 있도록 공원을 조성함으로써 시민들의 삶의 질도 높아졌다. 서울에 어느 나라 대도시 못지않게 깨끗하고 안전한 공원이 많아진 것은 참 고마운 일이다.


 센트럴 파크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서울의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학생들을 상상해 봤다. 실내 체육관이 생겨서 과거보다 체육 수업의 질이 많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흙으로 된 운동장에서 체육수업을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으며, 운동장이 좁아서 곤란한 경우도 있다.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하려면 시간표 문제 등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것들이 있겠지만, 학생들의 삶의 질을 확실히 높여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계절을 느낄 수 있는 확 트인 공원에서 체육수업을 하는 서울의 학생들, 상상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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