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실력을 철석같이 믿는 것을 고마워해야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둘째의 성격을 아는지라 하는 수 없이 같이 공부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내가 오롯이 모든 내용을 다 가르치는 것은 나에게 너무 가혹하고 힘든 과정임을 알기에 방법을 찾아야 했다. 인터넷상에서 언어영역 수업을 하는 훌륭한 선생님들이 많으니까, 그들 중 최고의 선생님을 찾아야 했다. 인근 학원과 대형 입시학원의 온라인 학습 사이트에서 커리큘럼을 보고 열 명 정도 선생님의 맛보기 강의를 들었다. 다행히 가르치는 일이 나의 업이고, 나는 국어교사였기 때문에 내용면에서 잘 구성된 강의가 어떤 것인지, 어떤 선생님의 교수법이 최고인지 나름대로의 기준을 가지고 선택을 할 수 있었다.
공부는 아래와 같은 절차와 방법으로 했다.
1. 둘째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습 내용과 난이도에 맞는 강의들을 골라 그중에서 교수법을 고려하여 최선의 선생님을 선택하였다.
2. 그 당시 내가 선택한 온라인 강의는 강의 내용을 적용하여 만든 문제집 분량이 너무 적어서 시중에서 보충 문제집을 따로 한 권 샀다.
3. 둘째가 온라인 학습을 하기 전에 내가 먼저 학습하게 될 영역의 학습 방법을 안내하고 강의를 듣게 했다. (처음에는 둘째가 강의를 제대로 들었나 확인하기 위해 나도 따로 강의를 들었는데 세 번 정도 듣고 확인한 결과 다행히 나는 더 이상 강의를 들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듣지 않았다.)
4. 강의를 들은 후 온라인 강의에 딸린 문제집과 따로 구입한 문제집을 풀게 했다.
5. 온라인 학습과 문제 풀이 후 학습 내용과 문제 풀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질문과 답변을 통해 학습 내용을 확인하고 다지는 시간을 가졌다.-둘째가 주로 설명하고 나는 질문과 보충 설명을 하는 방법으로 진행하였다.
* 먼저 둘째가 들은 강의의 내용을 나에게 설명하고 이어 내가 보충 설명을 했다.
* 문제 풀이 확인을 하기 전에 둘째가 먼저 문제에 제시된 지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하면 내가 보충 설명을 했다.
* 풀이한 문제를 채점한 후 맞은 문제는 왜 그것이 정답인지 설명하게 하고, 틀린 문제는 다시 풀게 한 후 처음에 오답을 선택한 이유와 이후에 다시 정답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설명하게 했다.
6. 5번의 과정을 약 3주 정도 매일 한 후, 일 년 전 9월 모의고사 언어영역의 문제를 3차례 풀게 했다. 처음에는 두 문제, 그다음에는 각 1문제씩 틀렸다. 더 이상 내가 직접적인 관여를 하지 않아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하게 했다.
7. 그 후 1학년과 2학년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언어영역의 중 생소한 부분인 고전문학과 어법 부분을 온라인 학습을 통해 진행하였다. 그리고 마지막 3학년 여름방학 때 파이널 강의를 들었는데 그때는 전 강의를 다 듣지 않고 개괄적인 내용을 다룬 앞의 3강 정도만 들었다. 어차피 혼자 정리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도 나는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강의만 추천하고 따로 학습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이미 학습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를 계기로 온라인 학습의 실효성에 대해 확신을 갖고 고등학교 3년 동안 다른 교과목도 거의 온라인 학습으로 진행하였다. 학기 중에 기숙사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학원에 갈 수도 없었지만, 학원 수강이 가능했던 방학 중에도 질문을 하기 위해서 주 1회 가는 수학 학원을 제외하고는 학원에 가지 않았다. 언어영역 학습을 같이 한 후 둘째가 들을 온라인 강의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서 나도 물리, 화학, 생물, 수학 등의 맛보기 강의를 들었는데 꽤 흥미로웠다. 때로 둘째가 조언을 구하면 강의를 진행하는 선생님들의 교수법에 대한 나의 의견을 보태서 강의를 선택하기도 했다.
학습자의 강한 의지만 있다면 인터넷 강의를 듣는 것이 학원에 가는 것보다 장점이 아주 많다.
학원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학원을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과 학원을 오가는 시간을 합하면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온라인으로 학습을 하면 그 시간에 운동을 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독서나 다른 공부를 하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학습자의 수준에 맞는 강의 내용과 수업 속도를 선택할 수 있다. 규모가 큰 학원은 수준별 반편성이 되어있지만, 여러 명이 함께 듣는 수업이기 때문에 개인의 수준을 모두 고려하여 수업이 진행되기는 힘들다. 반면 온라인 강의는 내용의 난이도를 고려하여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거나 취약한 부분을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 또한 강의 속도를 조절하여 들을 수도 있으며, 이해가 안 된 부분은 다시 듣기도 할 수 있다. 학원에서는 절대 불가능한 수업 방법이다. 토플 시험 점수가 필요해서 둘째를 학원에 보낸 적이 있는데 한 번 다녀온 후 가지 않겠다고 해서 이유를 물었더니, ‘제가 아는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는 것이 비효율적이다.’라고 했다. 합당한 이유라고 생각해서 의견을 받아줬고 혼자 공부하게 했다.
잘 짜여져 구조화된 양질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 오프라인 수업은 아무래도 수업을 시작하고 마무리할 때 수업과 관련이 없는 사담을 하는 경우도 있고, 수업 중간중간에 학생들의 수업태도를 지도하는 등 교과내용과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시간 활용이 효율적이지 못 한 점이 있다. 그런데 인터넷 강의를 하기 위해 녹화를 하려면 먼저 가르칠 내용을 잘 구조화해서 지도안을 작성한 후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양질의 수업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 수업의 효용성이 극대화될 수 있다.
이 외에도 집에서 가까운 곳을 선택해야 하는 학원 수업과 달리 온라인 수업은 거리와 상관없이 자신에게 맞는 교수법과 학습내용을 가르치는 교사를 선택하여 들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또한 비용이 학원에 비해 절대적으로 적게 든다.
온라인 학습이 모든 학습자에게 최선의 선택이라는 말은 결코 아니다. 학습 방법은 개인의 특성을 고려하여 선택해야 효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다만 학원만이 그 정답은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부모가 자녀의 특성과 학습 수준을 알고 그에 맞는 학습방법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더불어 자녀가 공부하고 있는 온라인 학습 사이트나 학원의 교수학습 마인드와 특성이 어떠한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며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과 ‘후천적인 환경과 교육’ 중 어느 것이 더 학습 결과를 결정짓는 데 크게 작용할까를 생각했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나의 의견은 50:50이다. 어렸을 때 둘째보다 첫째에게 더 책도 많이 읽어주고, 글쓰기에 대한 관심도 기울였는데 현재 시점에서 보면 둘째가 첫째보다 언어능력(읽는 속도와 내용 이해의 정확성 및 자신의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는 것에 대한 흥미와 능력)이 더 좋다. 초등학교 시절 둘 모두에게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독서를 할 수 있도록 노력은 했지만 결국 자신의 흥미대로 책을 더 많이 읽는 쪽은 둘째였다. 그래서 둘째가 언어영역(수능, 텝스, 토플 등)에 대한 학습이 더 수월했는지도 모르겠다.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지만 위의 학습방법이 첫째에게도 둘째만큼의 실효성이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반면 둘째는 수학 공부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는데도 그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에 비해 첫째는 수학 공부를 그다지 힘들어하지도 않았고,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얻었으며, 지금도 수학과 관련이 있는 일을 하고 있다. 비판적 사고를 즐기는 둘째는 언어영역 학습에 효과를 보였으며, 명료성을 중시하는 첫째는 힘들어하지 않고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자녀의 특성을 알고 학습 내용과 방법을 선택해야 노력에 상응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학습 방법에는 정답이 없지만, 자녀의 특성과 학습 수준을 알고 그에 맞는 학습방법을 찾아주기 위한 부모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부모만큼 좋은 선생님은 없다.’는 말을 나는 믿는다. 생활면에서도 그렇지만 학습면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자녀의 공부를 직접 가르쳐야 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자녀가 자신만의 학습방법을 찾아 주도적인 학습을 하기 전까지(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까지)는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자녀의 특성과 학습 수준을 고려하여 각 학습 영역마다 온라인 학습과 학원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판단하고, 온라인 강의나 학원을 선택할 때도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그리고 자녀에게 최적화된 교수법을 가진 선생님은 누구인지를 자녀와 함께 고민하는 것은 좋은 학습결과를 가져오는데 분명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수능이 얼마 남지 않은 주말, 문득 그때가 생각나서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을 적어보았다. 이 글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께 불편함을 주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