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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나무 Jul 09. 2022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낭만에 대하여'

5060, 그들이 살아가는 이야기. 빅뱅과 최백호 노래를 들으며

 나의 이십 때는 단연코 이문세가 대세였다. 데이트할 때 남편과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끼고 이문세의 ‘사랑이 지나가면’을 들었고 라디오의 ‘별이 빛나는 밤’에서도 이문세를 만났다. 이문세의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가 나에게 청혼을 한다면 꼭 받아들이겠다는 말도 안 되는 상상도 했었다. 난 가수나 콘서트에 열광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돌이켜 보니 아니었구나!


 대단했던 이문세도 대중에게서 조금씩 멀어질 무렵 그룹 가수들의 시대가 왔다. ‘서태지와 아이들’을 시작으로 아이돌이 대거 몰려왔다. 물론 나는 그들을 잘 모른다. 그룹 이름을 모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겨우 아는 그룹이라 할지라도 멤버의 이름과 얼굴을 매칭 하기는 너무 어렵다. 깎은 밤톨처럼 예쁘고 잘 생긴 얼굴은 진한 분장으로 가려져서 누가 누구인지 도무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그렇지만 나에게도 다시 듣고 싶고, 그들의 새로운 노래가 기다려지는 아이돌 그룹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빅뱅’이다. 큰 아이가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은 빅뱅의 전성기였다. 외고에 재학 중인 딸을 이래저래 드라이브할 일이 많았는데 차에 타자마자 딸은 늘 빅뱅을 원했다. 빅뱅의 ‘거짓말’, ‘하루하루’ 등은 참 좋았다. 그리고, 드디어 빅뱅은 ‘붉은 노을’을 세상에 내놓았다. 얼마나 고맙던지. 빅뱅은 나에게 이문세를 소환해 주었고, 직장과 아이들 교육, 집안 일 등으로 잊고 지내던 노래에 대한 감흥도 깨워 주었다.


 ‘난, 너, 를, 사, 랑, 해~ 이, 세, 상, 너, 뿐, 이, 야,~ 소리, 쳐, 부르, 지만~ 저, 대, 답, 없는, 노을만, 붉게 타는데’(빅뱅의 '붉은 노을 가사 일부)  


 딸과 신나게 이 노래를 따라 부르다 보면 온갖 신경이 입시에 꽂혀 있던 그 힘든 시간을 잠시 잊고 즐거울 수 있었다.


 그리고 2022년 4월 ‘봄, 여름, 가을, 겨울’로 빅뱅은 다시 돌아왔다. 그간 멤버들의 이런저런 사건들과 군대 문제로 2018년 3월 ‘꽃 길’ 이후 약 4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나는 빅뱅의 노래를 기다리고 있었나 보다. 그들의 컴백이 몹시도 반가웠다. 역시 이번 노래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처음 시작 부분, 태양의 강렬한 목소리와 멜로디는 너무나 매력적이다.


 ‘이듬해 질 녘 꽃 피는 봄 한여름 밤의 꿈/가을 타 겨울 내릴 눈 1년 네 번 또다시 봄/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아름답던 우리의 봄 여름 가을 겨울~’( 빅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가사 일부)


 이렇게 시작되는 가사에는 지나온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게 담겨있다.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멜로디 또한 모든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아날로그 감각이다.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몸은 어느새 천천히, 부드럽게 리듬을 타고 있고, 마음도 이미 정들었던 내 젊은 날로 돌아가 있다. 노래의 힘이 참 큼을 느낀다.


 빅뱅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듣다가 문득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가 떠올랐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노래여서일까? 어딘지 모르게 분명 두 노래는 닮아 있다.


 ‘첫사랑 그 소녀는/어디에서 나처럼 늙어갈까/가버린 세월이 서글퍼지는/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렴/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청춘의 미련이야 있겠냐만은/왠지 한 곳이 비어있는/내 마음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낭만에 대하여’(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가사 일부)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랫말이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이적이 기타를 치며 부르는 ‘낭만에 대하여’ 멜로디에 맞춰 외국인 꼬마가 춤을 추는 장면을 보았다. 허무를 가득 담고 있는 노랫말과는 달리 멜로디에는 저절로 부드러운 댄스를 불러오는 매력이 있다.


  ‘낭만에 대하여’와 ‘봄, 여름, 가을, 겨울’, 두 노래에서 화자의 지향점은 다르지만, 두 곡 모두 지난날의 추억과 아쉬움을 전하고 있다. 그리고 듣다 보면 어느새 몸은 리듬을 타고 있고, 마음도 천천히 지난날로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우리는 지난날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한다. 혼자 지난 시간을 떠올리기도 하도, 같이 경험했던 추억을 얘기하기도 한다. 영화, 드라마, 소설을 통해 다른 사람의 과거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아한다. 그 이야기가 실화인지 허구인지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크게 상관하지도 않는다.


 우리가 과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왜일까? 때로는 안타까움과 아쉬움으로 남아있는 지난날일지라도 그 시간들이 있어서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있기 때문이 아닐까? 만약 내 지난날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텅 빈 백지라면? 상상만으로도 막막하고 두렵다.

 ‘아! 지난 시간은 우리에게 그런 의미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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