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함께 전자책을 쓴 지인이 '식탁'에 대한 자신의 글을 낭독하다가 울컥하는 것을 보았다.
순간, 식탁에 왜..? 하다가 나의 식탁을 생각해 보니 미안함과 고마움에 대한 눈물의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문득 우리 집에서 제일 애쓰는 가구인, 이것에 대해 생각해보고 쓰고 싶어졌다.
누군가의 말처럼 정말 식탁은 가성비가 제일 높은 가구가 아닐 수 없다.
고쳐쓰기만 하면 아마 평생도 쓸 수 있을지 모른다.
주부들은 소파에 앉아 있을 시간보다 식탁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밥을 먹고, 나물을 다듬고, 잠시 커피를 한잔하고 또 누구는 책을 읽고 가계부를 쓰고.
늦은 주말 남편과 간단히 한잔하며 아이들 얘기를 하고,
언니와 친정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의 학교생활을 도란도란 나누는 곳.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의 비밀 이야기를 식탁은 알고 있었다.
그동안 들었던 얘기가 차고 넘치지만 한 번도 내색하지 않는다.
누군가 화를 내거나 서운함과 속상함에 눈물 흘리면
기꺼이 자리를 내어 주며 또다시 침묵으로 토닥여준다.
모두가 잠든 밤, 불 꺼진 식탁에서 누군가는 또 그렇게 그 밤을 견딜수 있도록
기꺼이 자리를 내준다.
나의 식탁을 바라보았다.
결혼할 땐, 식사하는 용도로만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나와 많은 것을 나누었는지 새삼 놀랍다.
몇 해 전해진 가죽을 교체해 의자는 그런대로 아직 쓸만하고 식탁은 언제 그랬는지 조금 실금이 보인다.
아무리 깨끗이 닦아도 생활의 묵은 때가 있어 그런지 예전의 그 광택을 잃은지 오래다.
사람들은 보통 오래된 자동차를 바꿀 때 서운한 마음에 눈물이 난다고 한다.
나에게 있어서는 식탁이 그럴 것 같다. 15년을 넘도록 나와 희로애락을 함께 한 나의 소우주!
사방으로 열려 있지만 의자에 앉기만 하면 보이지 않는 장막이 쳐져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작년 가구 박람회에 갔다가 마음에 드는 식탁을 보고 와서는, 우리 집의 낡은 식탁을 타박했었다.
너무 지겹다고, 부피도 커서 어디 쉽게 버리지도 못한다며 불평했었다.
그때 나의 식탁은 얼마나 서운했을까?
그럼에도 그날 밤, 식탁은 우리에게 아무 말 없이 근사한 저녁을 차려주었다.
내가 식탁에게 해 줄 수 있는 건, 물기 묻은 깨끗한 행주로 최대한 얼굴을 깨끗하게 닦아주는 일이다.
고춧가루며, 굳어 있는 밥풀, 무심히 흘린 국물 한 방울까지
찾아내어 곱게 곱게 광이 나도록 닦아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