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ok back my 20’s
어느덧 20대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10대의 마지막처럼 아쉬움과 설렘이 공존할 줄 알았는데, 이번엔 조금 다르다. 이제는 설렘보다는 한결 더 단단해진 나를 느낀다. 그 단단함은 경험에서 오는 것일까, 아니면 상처 위로 쌓인 굳은살 때문일까. 20대 내내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하나 확실한 건 있다.
가장 적합한 때는 없다는 깨달음이다.
20대 초반, 모든 일이 완벽한 타이밍에 이루어질 거라고 믿었다. 졸업, 취업, 연애, 결혼… 나만의 시간표를 머릿속에 그려두고, 거기에 맞추어 살려고 애썼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내 계획을 빗나갔다. 졸업은 예상보다 늦었고, 첫 취업도 쉽지 않았다. 연애는 영화처럼 완벽하지 않았고, 결혼은커녕 혼자만의 시간을 사랑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다. 20대 후반 선택한 싱가포르행에서도 마냥 행복한 일들만 있지는 않았다.
그때는 그 혼란이 실패라고 생각했다. 남들과 비교하며 조급함에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 모든 일이 어쩌면 꼭 그때여야 했던 일들이었다. 계획대로 되지 않았던 순간들, 우연히 찾아온 기회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실패들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적합한 때는 없지만, 적합한 나를 만들어가는 건 내 몫이라는 걸.
비유하자면 인생은 늘 비 오는 날과 같다. 우리는 비가 그치길 기다리며 “언젠가”를 외치지만,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린다면 춤출 기회를 영영 놓칠 수도 있다. 그러니 우산을 접고 빗속으로 뛰어들어 춤을 추는 법을 배워야 한다. 젖은 옷이 불편할 수도 있고, 넘어질 수도 있지만, 그 속에서 느끼는 자유와 용기는 다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20대 후반이 되어 비 속에서 춤추는 법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예상치 못한 순간들에 “아, 이게 내 시간인가 보다”라고 마음을 열었고, 잘못된 선택에서도 무언가를 배웠다. 때로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기회 앞에 서기도 했고, 실패를 통해 더 강해지기도 했다.
이제 30대를 앞두고 나는 조금 다른 마음가짐으로 새 장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30대라고 해서 비가 그치진 않을 것이다. 여전히 불확실함과 계획되지 않은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을 테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비가 내릴 때마다 나는 춤을 출 준비가 되어 있다.‘
‘’Goodbye my 20’s, 고마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