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의 대표 음식
싱가포르는 국토는 작지만 입맛만큼은 크다. 중국, 말레이, 인도, 그리고 유럽까지. 온갖 문화가 이 작은 섬나라의 주방에 집합해 만든 음식들은 그야말로 맛의 집합체를 경험할 수 있다.
1. 치킨 라이스 vs 치킨 라이스
싱가포르에서 “치킨 라이스”는 그냥 메뉴가 아니다. 국민 음식이자 영혼의 위로다. 부드럽게 삶은 닭고기, 향기 나는 밥, 그리고 칠리소스가 조화를 이루는 이 음식은 어디서 먹어도 맛있다.
그런데 문제는 어디서 먹느냐에 따라 끝없는 논쟁이 시작된다는 것이다.
“텐양 바자르가 최고야.”
“아니야, 맥스웰 푸드 센터가 원조야.”
심지어 누군가 “집 앞 호커센터 치킨 라이스가 제일 맛있다”라고 하면, 듣는 사람들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조용히 이렇게 묻는다.
“치킨 라이스를 제대로 먹어봤긴 해?”
싱가포르에서 치킨 라이스는 음식 그 이상이다. 개인의 취향을 넘어선 자존심이다.
2. 칠리 크랩은 손으로 먹어야 제맛!
싱가포르를 방문한 관광객이 꼭 먹고 가야 한다는 칠리크랩. 매콤 달콤한 소스가 온몸을 감싸는 게 특징인데, 문제는 이걸 먹으려면 우아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직 손과 크랩 크래커만이 이 요리를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나는 소스를 한 방울도 남기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찐빵을 소스에 푹 찍어 먹었다. 맛을 위해선 체면 따윈 필요 없다.
3. 바쿠테(Bak Kut Teh), 이게 국물인가 약인가
바쿠테는 돼지갈비를 허브와 향신료로 끓인 일종의 국물 요리인데, 맛이 독특하다.
처음 먹었을 때, 친구가 내게 말했다.
“이거 먹으면 건강해져.”
하지만 문제는 내가 그 국물을 마시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가 “건강”이 아니라 “한약”이었다는 점이다.
“이거 왜 약 냄새 나?”
친구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건강해진다니까!”
이제는 그 깊은 국물 맛에 중독되어 혼자서도 자주 먹지만, 처음 먹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잊을 수 없다.
4. 카야 토스트: 아침이 왜 이렇게 달아?
싱가포르 사람들의 아침을 책임지는 카야 토스트는 삶을 단순하게 만든다. 바삭한 토스트 위에 달콤한 코코넛 잼과 버터 한 덩이를 올려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먹는 것. 그런데 그 달달함에 방심하면 안 된다. 커피가 함께 나오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커피, 즉 코피(kopi)는 설탕과 연유를 듬뿍 넣어 마시기 때문에 그야말로 커피와토스트를 함께 먹으면 하루 적정량 그 이상의 당을 섭취할 수 있다.
5. 두리안: 사랑이냐 증오냐
싱가포르 음식을 얘기하며 두리안을 빼놓을 수 없다. 이 과일은 강렬하다. 냄새도, 맛도, 그걸 먹는 사람들의 반응도. 두리안의 매력을 알았던 나는 두리안을 먹으며옆에 있던 친구에게 말했다.
“이게 천국의 맛이야.”
친구는 말했다.
“난 천국 안 가도 될 것 같아.”
싱가포르의 음식은 그 나라를 닮았다. 다채롭고 강렬하며, 가끔은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결국엔 사랑하게 된다.
‘아, 내일은 뭐 먹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