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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lying Angie Jun 03. 2024

타향살이

I am an legal alien

 인도 뭄바이로 가는 비행기 안. 오늘 같이 일하게 된 모든 크루들은 공교롭게도 태국에서 온 친구들이다. 주로영어를 쓰지만 가끔 본인들끼리 사담을 나눌 때면 이내곧 태국어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캐빈에서는 알 수 없는 언어로 승객들은 대화를 나누고, 갤리에서는 태국어가 오고 간다. 그럼 나는 생각한다.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내가 그 순간 느낀 감정은 ''외로움", "고립감"이었다. 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하지만, 다른 국적 & 매 비행마다 바뀌는 동료들로 인해 깊은 유대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나는 '한국인으로'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싱가포르인들에 섞여 살고 있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그 사람들이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처럼 느끼지는 못할 것이다. 물에섞이지 못하고 동동 뜬 기름 한 방울, 그 어정쩡함. 그리고 이 느낌은 자연스레 내 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이 고민으로부터 벗어나려면 내 생각의 주파수를 바꾸는 수밖에 없었다. 살아가려면 별수 있는가.


 외국에서 일하며 혼자 사는 나는 외로울 수밖에 없나? 아니, 아직 부양할 가족이 없기 때문에 더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을 경험을 할 기회가 있다. 그리고 아무도 뭐라하는 사람이 없으니 남의 눈치 보느라 못했던 걸 할 수 있다.


더불어 유대감이 있는 관계는 깊이 있는 몇몇의 깊은 관계(연인, 친구들)로 충분하다. 직장 내에서 굳이 유대감 있는 관계가 필요 있는가? 불필요한 에너지를 쏟지 않아도 되어서 오히려 좋다.


더군다나 나는 한 달 약 반만 일하고 반은 쉴 수 있는 직업을 가졌다. 이 말은 즉슨 내가 하고 싶었던 것에 도전할 수 있는 시간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이 시간을 통해 나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을 만나고 내가 배우고 싶었던것들에 더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이살고 있는 나라에서 내 친구들도 싱가포르인, 말레이인, 인도인으로 다양하게 바뀌어갔다.


 그때부터였나. 나는 나 자신을 한국인보다는 세계인으로 여기자고 생각했다. 국경에 대한 구분점이 모호해진이 시대에 내가 어느 나라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가? 어차피 내가 미래에 무슨 일을 하던 열린 세상에서 일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속감에 대한 욕구, 불안감, 외로움은 여전히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겠지만 그 감정을 다독일 수 있는 새로운 기억과 경험들이 있지 않나.


 여기서 내가 말하는 외로움이란 인간의 근원적인 외로움에 더 가까운 것이다. 내가 이곳에서 계속 살지, 돌아가게 될지 앞날은 여전히 알 수가 없지만, 내가 느끼는 이 외로움은 내가 한국에 가더라도 나를 따라다닐 것이다. 누군가 옆에 있든 없든, 내 나라에서 살든 그렇지 않든, 외로움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이 외움을 잘 다독이고 사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 모두의 일이라는 것도. 그리고 나만이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언젠가 곽정은님의 마음해방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인데 부정적인 감정을 제 3자처럼 대하는 것이 감정에 잠식되지 않는 좋은 방법이라고 한다. (Ex) '네가 지금 외로움을 느끼는구나, 그럴 수 있어.') 따라서 가장 중요한점은 내가 부정적인 감정을 느낄 때마다 그 감정을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인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 중에 sting이 부른 ‘Englishman in New York’이라는 노래가 있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I'm an legal Alien. I'm an Englishman in New York. (나는 합법적으로 살고 있는 외계인(외국인 체류자)입니다. 나는 뉴욕에 살고 있는 영국인입니다)


오늘도 타향살이를 하는, 나를 다독이며 살아가는 모든 legal alien들에게  연대의 마음을 보낸다.


어차피 인생은 혼자야 쫄지마 외노자들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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