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상담실 문을 두드리다

by 마음작가

아...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불현듯 이 문장이 떠올랐다.
살고싶지 않다.
그녀는 이 말이 떠오른 지금이 다시 마음을 살펴야할 때임을 알았다.

국내 명문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그녀는 바라던 대기업에 단번에 합격했다. 처음 회사에 입사했을 때 맡겨진 일을 빠르고 정확하게 잘 처리한다고 상사와 동료 모두에게 감탄과 인정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업무량이 많으면 집에 가져가 밤을 새서라도 해냈고, 머릿속에서는 프로젝트를 끝낼 때까지 온통 그 작업을 붙들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몫은 실수없이 해내야한다는 책임감과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않다는 강박 때문에 열심히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업무에서 하나둘 성과를 낼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더 무겁고 가중된 업무가 찾아왔다. 그녀가 상담실을 찾은 건 과장으로 막 승진을 했을 때였다. 실력을 인정받아 빠르게 승진되었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막대한 업무량과 회사내 상사와 사원 사이를 조율해야하는 데서 오는 관계의 스트레스에 압도되어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져갔다. 밤에도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심장은 과도하게 두근거렸고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시도때도 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 직장동료들 앞에서도 울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 같았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감정조절장치가 고장난 것 같았다.

결정적으로 이것이 우울증인가 싶었던 것은 퇴근길에 지하철을 기다리는데 승강장 아래를 바라보며 여기서 뛰어내려서 이 생활을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이런 무서운 생각까지 들자 그녀는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어 임상경험이 풍부한 상담사를 찾아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무얼 말해야할까? 겉으로는 명문대를 나와 대기업 취업의 문도 손쉽게 통과하고 똑부러지게 일도 잘한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그녀의 마음은 더이상 도망갈 곳 없이 무너져있다는 것을 상담사는 이해해줄 수 있을지...
이 낯선 사람 앞에서 자신의 약하디 약함을 드러내도 안전한 것인지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상담사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