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힘들었겠군요...
그녀는 문앞에서 머뭇거리다 어렵게 상담실 문을 열었다. 굳게 닫혀있어 유난히 더 크고 무겁게 느껴지던 문 너머로 눈빛이 선하고 인자한 인상을 가진 중년 여성이 앉아있었다. 심사위원 같은 딱딱하고 엄격한 분위기의 상담사가 아니라 그녀는 조금 안심이 되었다.
상담학 교수라고 자신을 소개한 여성분는 40대 중후반쯤 되어보였고, 그녀의 아픔을 충분히 공감한다는 듯한 따뜻하고도 온화한 말투로 대화를 시작했다. 먼저 무슨 일이 가장 힘든지 왜 상담신청을 하게 되었는지를 물어보았다.
수용적인 태도로 자신을 맞아주는 상담사 덕분에 내담자가 된 그녀는 한결 편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기 시작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대기업에 취업하여 성실히 근무하다 30대를 맞이했고, 최근에 대리에서 과장으로 빠른 승진을 하게 되었는데 업무와 관계에 대한 중압감이 지나쳐 심지어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감당하기조차 힘들게 눈덩이처럼 일이 불어났다며 억울한 마음도 호소했다. 직장생활하면 다 겪는 일이라며 씩씩하게 잘 이겨내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음도 알렸다.
사각사각, 쓱쓱....그녀의 말을 들으며 상담교수님은 가지고 있는 서류에 빠른 속도로 글자를 적어나갔다. 그녀가 질문에 대한 대답을 마치자 교수님은 그동안 정말 많이 힘들었겠다고 공감해주었다. 의례적인 반응이였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자신을 향한 타인의 위로가 따뜻하게 느껴지고 적잖이 위안이 되어 그녀는 눈가에 눈물이 그렁 맺힌 채 울먹이며 상담에 임했다.
그녀의 현재 힘든 점을 충분히 들어준 후, 상담사는 넌지시 그녀와 가족과의 관계는 어떠한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회사일로 힘든 것이고 그녀의 문제는 과도한 업무로 인한 것인데 왜 자신의 가족사에 대해 물어보는 것일까 의아했다. 이 일과 가족사는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 회사에서 그녀를 스폰지처럼 쥐어짜며 코너로 몰지 않았다면 그녀는 적당히 직장생활과 퇴근 후 삶을 병행하며 즐겁게 살았을지 모른다. 성인이 된 마당에 이제 와서 가족관계가 무엇이 중요하단 말이고 지금 회사일에 압도된 상황과 그 일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그래도 형식적으로라도 그녀를 이해하는데 필요한가보다 싶어 그녀는 내키지않지만 많은 생각끝에 입을 뗐다.
"저희 아버지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