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아버지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살다

by 마음작가

그녀의 아버지는 풍채가 좋으셨다. 말쑥하게 차려입으시면 잘생긴 호남형에 가까웠다. 그리고 한자에 밝으셔서 글을 쓰실 때 한자를 섞어쓰시곤 하셨다. 정치, 경제에도 관심이 많으셨던 아버지는 늘 뉴스를 틀어놓고 사셨고 폭넓은 상식이 있으셨으므로 아버지의 학식이 높게 느껴졌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의 아버지는 어려서 동네 서당에서 한자를 배운 것이 그의 교육의 거의 전부였다. 나머지 세상사는 지식은 살아가며 귀동냥해서 얻어진 것들이었다. 시골 가난한 집의 장남으로 태어나 끼니걱정을 하며 살다보니, 그의 삶은 학교와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할아버지도 막내아들이었어서 땅하나 물려받지 못했는데, 형편없는 살림에 그 할아버지마저 일찍 돌아가셨으니 그는 어려서부터 남의 집 일을 하며 집안의 생계를 도와야만 했다.

교복을 입고 가방을 메고 등교를 하는 동네친구들의 모습을 먼발치에서 바라보며 그도 학교에 가고 싶지만 친구들을 따라 갈 수 없는 서러움을 가슴으로 삼켰다. 서당에서 한자를 배울 때도 늘 1등을 하던 그였다. 너무나 더 배우고 싶었다. 두뇌가 명석했던 그는 언젠가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멋진 법관이 되는 꿈을 잠시 꾸기도 했다.

그러나 그에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았다. 홀어머니에 아직도 어린 동생이 넷이나 더 있었으므로 먹고 살기도 바빠, 당장 학업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너무 일찍 생계로 내몬 세상이 야속하기도 했고, 인생이 뜻대로 다 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너무 일찍 깨달아 체념하며 살게되었다.

소년일 때도 풍채가 좋았던 그녀의 아버지는 그렇게 한참 중고등학교를 다녀야 할 시기를 놓치고 피눈물을 삼키며 남의 집 머슴살이를 했다.

그러다 시골에는 더이상 마땅한 일자리도 없고 삶이 나아지리라는 소망도 없다고 생각되어서 그는 도시로 나가서 돈을 벌어야겠다고 결심했다. 기차표 살 돈도 없어서 그는 몰래 기차를 얻어타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먼 친척의 도움을 받아 교회 다락방에서 먹고 자며 숙식을 해결했다. 숙식의 댓가로 새벽에는 교회 첨탑의 종을 쳤다. 새벽마다 종을 치며 그는 가족들이 모두 모여 안정되게 생활하기를 빌고 또 빌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몸을 사리지않고 일을 해서 가족들을 불러 모아 함께 살 자금을 모아나갔다. 시간이 흘러 그의 고된 노동의 결과로 홀로된 어머니와 동생들도 서울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살게 되었다.


일찍이 가장이라는 짐을 어깨에 지고 살아가다 그는 성인이 되었다. 작은 수산물도매업회사에 정식 직원으로 취직하였고 월급도 꼬박꼬박 받는 청년이 되었다. 인물이 훤했던 그를 보고 동네 중매쟁이가 집으로 찾아왔고 동네 처녀총각을 이어주던 그 아주머니의 소개로 그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꿈에 그리던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그녀의 어머니였다.
그가 만난 그녀의 첫인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