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결혼생활

술로 얼룩진 일상

by 마음작가

선남선녀의 만남이라해도 될 만큼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름다운 신랑, 신부로 백년가약을 맺었다. 두 분의 신혼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소개로 만났지만 아버지는 이상형의 여인을 만났고 어머니는 대가족을 이끌던 할머니를 보고자라 살림솜씨가 야물었다. 이제 조금씩 살림살이를 일궈가며 알콩달콩 재미있게 살면 되었다. 그런데 하필 결혼한지 몇 년 되지 않아 아버지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다. 그녀의 오빠와 그녀가 연달아 태어나고 어머니도 아이들이 어려 회사를 그만두었는데, 아버지의 실직으로 가정의 생활은 핍절해졌다.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인 그는 생활비를 벌고자 조그만 구멍가게도 차려보았으나 장사에 소질이 없어서 오히려 빚만 늘게 되었다. 다른 일도 알아보았지만 기술도 배운 것도 딱히 없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최후 그가 가게 된 곳은 결국 하루 벌어 하루 사는 험한 공사판이었다.


이제 막 공사장에서의 일을 시작해서 아무 기술이 없는 그에게는 벽돌을 나르거나 힘을 쓰는 거친 일이 배정되었다. 작업이 늦어지면 온갖 쌍욕을 얻어먹어야했다. 다시 어린 시절 한맺힌 삶이 반복되었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벗어날 수도 없었다. 이곳에서의 일당이 아이들의 분유값이 되었고 생활비가 되어주었다. 버텨야하는 것을 알지만 가슴속에서는 고통스런 삶에 대한 원망과 분노가 쌓였다.


누구를 향할 수도 없는 고단한 삶에 대한 불평을 아버지는 술로 달랬다. 한잔이 두잔이 되고, 한병이 두병이 되고...그렇게 그는 알코올중독자가 되어버렸다. 밤마다 술을 마시는 아버지 때문에 가정은 하루도 편안할 날이 없었다. 술만 마시면 고함을 지르고, 분노를 쏟아내는 아버지......단칸방에 어린 자녀들이 있었지만 아버지의 분노는 겉잡을 수 없이 터져나왔고, 그의 손에서 던져진 소주병은 유리파편이 되어 사방으로 튀었다. 남편의 난폭한 술주정을 피해 잠시 아이들 엄마가 나가있을 때 아직 어린 아이들은 유리조각이 먹을 것이라도 되는 줄 알고 주워먹으려고 했다. 그때는 아무리 술취한 그라도 아이들의 손에서 유리조각을 빼내어주긴 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 술을 마시면 과격해지곤 하는 남편앞에서 겁을 내거나 무너지지 않았다. 남편을 달래도 보고 맞춰주기도 하고 화도 내보며 그를 변화시키려 노력했으나 남편의 깊은 알콜 의존증은 쉽게 나아지지 않았다.


이런 그녀의 어머니도 술로 살아가는 남편과 이별을 생각해보지않은 것은 아니었다. 농약을 마시고 끝내버릴까 싶기도 했고 그와 그만 살고 돌아오라는 친정의 권유대로 하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혼하면 아이들을 두고 오는 것이 일반적이던 그 시절에 어머니에게는 남편과의 이별은 곧 아이들을 포기하는 것이라 여겨졌다. 어린 남매를 친엄마 없이 크게 하거나 차마 버리고 올 수 없었던 어머니는 마음을 돌이켜먹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이 세상에서의 생은 아이들을 위해 살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남편이 그 어떤 난리를 치건 다음날이면 그녀는 집안을 단정히 하고 아침을 차렸다. 아무일이 없다는 듯이 그녀는 아이들을 뒷바라지하고, 다시 젊어서 다니던 공장에 나가 일을 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공장일, 집안일에 쉴 틈이 없었다. 거기에 술을 마시면 잠도 자지않고 괴롭게 하는 남편 때문에 그녀는 깡말랐으며 고단한 삶을 살아갔다. 하지만 하루하루는 어떤 식으로든 흘러갔고, 아이들은 별탈없이 잘 자라주었다. 다시 살아내라면 두 번 다시 할 수 없다고 손사래 칠 만큼 어려운 시절을 그녀는 아이들을 향한 책임감과 애정으로 그렇게 억척스럽게 버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