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이야기

by 마음작가

부모님의 결혼과 거의 동시에 그녀의 오빠가 태어났다. 그녀의 오빠는 갓 태어난 아기답지 않게 출생 직후인데도 살이 뽀얗게 올라있었고, 튼실한 편이었다. 한 집안의 장남으로 손색이 없는 소위 장군감인 아기였다. 신혼초 아직 알코올의존이 심하지 않았던 아빠는 첫아기의 탄생을 매우 기뻐했고, 아기와 보내는 시간을 즐거워했다. 갈수록 아버지의 술주정이 심해지고, 가정은 동네 이웃들의 항의를 받을 만큼 시끄러웠지만, 그녀의 오빠는 크게 흔들리는 기색없이 학교생활을 잘 해냈다. 아마도 남편의 어떤 난동에도 꿋꿋하고 변함없던 어머니 덕분이었으리라.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그녀의 오빠는 학창시절 전교회장을 할 만큼 외모도 준수하고 인기도 많았으며 성적도 우수했다. 학교나 학원에는 그를 좋아해서 마음앓이를 하는 여학생들도 많았다. 화이트데이면 한아름 사탕바구니가 책상에 쌓였다. 그가 집에서는 아버지의 술주정을 듣느라 밤을 새우고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에서는 알 리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가정 밖에서 인정받으며 고통스러운 일상을 잊는 듯 했다. 타고나길 좀 무심한 성격으로 타고난 것도 있었다. 그녀의 오빠는 사춘기가 되면서는 아버지의 술주정을 피해 독서실로 향했다. 반응을 보이면 더 심해지는 아버지의 술버릇을 파악한 후로는 온식구가 아버지의 일방적인 거침없는 욕설과 신세한탄에 무반응으로 일관했다. 공부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성적이 나오던 그는 수능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친 후 명문대학교에 합격을 했다.

그렇게 대학생이 되자 그는 기숙사로 거처를 옮겼으며 집에는 발길이 뜸해졌다. 술과 평생을 보내며 가족을 힘들게 하는 아버지를 의식, 무의식적으로 벗어나고 싶었을까? 그는 해외유학장학생의 기회를 얻어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타지에서의 삶도 금전적으로 여유가 없었던 그에게 만만한 일은 아니었지만, 마음 속 풀리지 않던 숙제를 제쳐놓아 한결 자유로와진 듯 그는 타지생활에 잘 적응해나갔다. 성실함과 명철함, 그리고 리더쉽으로 그곳에서 취직도 하고 자리를 잡아 영영 한국에는 돌아올 마음이 없어졌다.

오빠와 3년 터울인 그녀는 오빠가 대학에 들어가 기숙사로 떠나면서 아버지의 술주정을 오롯이 혼자 견뎌야했다. 어머니는 밤늦게까지 공장에서 야근을 하는 날이 많았고 어머니가 계신다한들 아버지의 술주정을 막아주지 못했다. 아버지는 자식들을 앉혀놓고 자신의 한많은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고 또 이야기했다. 그렇게 세상을 향한 원망을 술과 함께 토해냈다.


다른 친구들은 시험기간이라고 엄마가 간식도 해주고 늦게까지 공부를 하고 잔다는데, 그녀는 아빠에게 시달리느라 공부는 커녕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울다지쳐 잠들어 시험보는 날 지각을 하기도 했다. 하필 평소 무섭기로 소문난 선생님이 시험 감독이었고 그녀는 자신의 지각을 뭐라 변명해야할지 마음이 무거웠다. 아마 선생님께서 매섭게 야단을 치셨으면 간신히 붙잡고 있던 그녀의 여린 마음 한켠이 와장창 부서졌을지 모른다.


감사하게도 선생님은 인생의 무게를 견뎌내고 있는 어린 학생의 마음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 지각하는 그녀를 한번 쳐다본 후, 모르는 척 넘어가 주었다. 그녀도 그렇게 아무일 없다는 듯이 시험을 잘 치르고 겉으로는 그냥 평범한 그러나 성적은 우수하고 깔끔한 여학생으로 학교를 마쳤다.

세상은 불공평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선물을 숨겨놓는 것일까? 태어나면서부터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자라온 남매이지만, 그들은 누구 하나 뒤처지는 일 없이 신기하게도 둘 다 공부를 참 잘했다. 타고나게 머리가 좋은 것인지 한번 본 교재는 머리속에 사진 찍히듯이 저장이 되었기에 적은 시간을 공부해도 시험성적은 늘 최우수였다. 그런 남매를 시기하는 친구들도 있었다. 분명히 밤을 새워 공부를 하고, 고액 과외를 받을 것이라 짐작하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은 처참했고, 그 와중에도 남매는 초등학생 때부터 전교 1,2등을 다투며 우수한 성적을 받다 둘 다 명문대에 들어가게 된 것이다.

그녀의 어머니는 남매의 성적표를 받아들 때마다 환하게 웃었고 힘든 환경에서도 삐뚤어지지 않고 공부를 잘해주는 자식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주변에서도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 집 아이들은 속을 썩이는 일이 한번도 없다며 부럽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녀의 어머니에게는 술을 마시면 인사불성이 되는 남편과 경제적 어려움이 고난이었지만 자식들이 잘 크고 있다는 점은 그녀에게 힘든 현실을 잊고 살아갈 힘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