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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들 Mar 31. 2023

결혼하고 싶은 이유




오랜만에 만났다. ‘결혼하면 좋아요?’라고 묻는 청년.


- 전 좋아요.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전 원래 외로움도 많이 타고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주의였어서. 근데 본인이 외로움을 별로 안 타고 필요성을 못 느끼면 결혼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 그렇구나… 아니 전 요즘 들어 부쩍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궁금해서 여쭤 봤어요.


- P 씨는 왜 결혼이 하고 싶으신대요?


- 음…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요, 첫 번째로 주위에 결혼 안 한 남자 상사들을 보면 너무 초라해서 못 봐주겠더라고요. 맨날 그 결혼 못한 상사 둘이서만 술 마시고.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얼른 결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 두 번째 이유는 요즘 들어 부쩍 어머니께서 손주를 보고 싶어 하셔서요. 더 늙기 전에 손주를 안겨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 그러시군요.


P의 이유를 들으며 묘한 위화감을 느꼈지만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집에 와서 남편에게 이 이야기를 들려주니 아니나 다를까 남편의 표정이 묘해진다.


- 그게 다야? 결혼하고 싶은 이유가?


- 그렇대. 내가 하고 싶고, 내가 필요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보니까 너무 초라하고, 타인이 원하니까 하고 싶대. 사실 두 개 다 외부에서 온 요인이잖아. 조금 이상하지 않아?


- 많이 이상해.


역시 남편은 말이 통한다. 내가 이 남자와 결혼한 이유다.

나는 비록 지금까지는 부모님이 대학에 가라고 해서 대학에 가고, 사람들이 좋다고 하는 직업을 따라 선택하며 살아왔다고 할지언정 적어도 결혼만큼은 본인이 원할 때 원하는 사람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저 사람처럼 되기 싫으니까 차선책으로, 또는 효도하고 싶으니까, 라는 이유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나중에 후회할 확률이 높다고 본다.


결혼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멋지게 자기 관리하면서 잘 살 수 있고, 결혼한다고 해서 모두가 초라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머니께 손주를 안겨 드리고 싶다면… 제발 꼭 사전에 여성분이 동일한 가치관을 가졌는지 확인한 후에 결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결혼만 한다고 해서 손주가 턱 하고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까.


부디 P가 아침에 눈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함께 있고 싶고, 함께 있어서 서로에게 힘이 되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하기를 바라며, P에게 차마 해주지 못한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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